전국의 중요 대형불화 정밀조사, 어떻게 진행되나

문화재청ㆍ성보문화재硏

올해부터 국가지정문화재

대형불화 54점 정밀조사

 

복원 보수에 필요한 정보

예방적 문화재 보존관리

체계 구축 위한

종합적인 자료획득 목표

10년에 걸쳐 진행 계획 

괘불은 야외법회에서 불교의식을 거행하기 위해 제작된 것으로 불교의식 내용과 교리 연구에 중요한 자료로 평가받는다. 사진은 부여 오덕사 괘불탱. 사진제공=성보문화재연구원

괘불은 괘도(掛圖)처럼 걸어놓고 보는 불화다. 워낙 크기가 커서 평상시엔 둘둘 말아 대웅보전 불상 뒤에 모셔둔다. 괘불은 야외법회에서 불교의식을 거행하기 위해 제작된 것으로 불교의식 내용과 교리 연구에 중요한 자료로 평가받는다. 이런 괘불탱화는 현재 우리나라에 110여점이 남아있다. 이 가운데 올해부터 처음으로 전국의 중요 대형불화 54점에 대한 정밀조사가 시행된다. 문화재청(청장 나선화)과 성보문화재연구원(원장 지현스님)은 지난 10일 정밀조사사업 계획을 밝혔다.

괘불은 그 무게나 크기(평균 10~ 15m 이상)로 인해 이동이 쉽지 않아 다른 성보에 비해 재해를 당할 위험이 크다. 부처님오신날이나 수륙재, 영산재, 사찰 행사 등 특정한 날에만 한시적으로 공개되기 때문에 조사연구는 물론 보존관리에도 어려움이 있었던 게 사실이다. 실제로 충해나 습기, 곰팡이, 화재 등에 노출돼 있다. 이에 이번 조사는 대형불화에 대한 심층조사를 통해 훼손으로 원형을 잃을 경우를 대비해 원형 보존을 위한 기록화 작업과 더불어 복원ㆍ보수에 필요한 정보와 예방적 문화재 보존관리 체계 구축을 위한 종합적인 자료의 획득을 목표로 하고 있다.

괘불과 관련된 유물들도 종합적으로 조사한다. 괘불대(괘불을 걸때 고정하는 나무장대)와 괘불지주(괘불대를 고정시키는 한 쌍의 석조기둥), 괘불궤(괘불을 넣어 보관하는 나무상자), 조성 기록물, 현판, 의식구, 복장물 등 전국에 흩어진 유물 207건 431점에 대한 현황과 손상정도 등을 파악한다.

특히 괘불지주에는 명칭과 조성시기를 파악할 수 있는 명문이 남아있어 이번 일괄 조사를 통해 지금 현존하진 않지만 조선시대 괘불 현황을 파악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괘불대 또한 조선시대 목공예 분야에서 중요한 자료로 평가받고 있다. 하지만 현재 대부분의 사찰에서 안전상의 이유로 철제로 만들어 사용하는 경우가 늘어나면서, 원래 목조 괘불대는 방치되는 경우가 많아 장기적인 보존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괘불탱 관련 기록물도 당시 사회상을 살필 수 있는 자료라는 점에서 중요 유물로 꼽힌다.

이번 대형불화 정밀조사는 인문학적 조사, 디지털 정보구축 조사, 보존과학적 조사로 구성된다. 인문학적 조사는 해당 문화재의 크기와 특징 등 문헌 연구 자료를 수집·분석하여 정확한 현황을 파악하고, 디지털 정보구축 조사는 2D(2차원)ㆍ3D(3차원) 스캔을 통해 문화재의 관리 상태를 종합적으로 진단하며, 보존 과학적 조사는 재질과 안료분석, 손상조사, 비파괴 안전진단을 위해 적외선ㆍ현미경ㆍ열화상 카메라 등 첨단 장비를 활용해 과학적 모니터링을 실시한다.

이러한 조사 결과를 토대로 개별 성보에 대한 장기적인 보존관리 방안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종수 성보문화재연구원 연구실장은 “괘불은 전국에 흩어져 있는데다 거대한 크기로 인해 심층적인 조사에 어려움이 많았다. 그동안 현존하는 괘불 전체에 대한 종합적인 조사가 이뤄지지 못하고 중도에 마무리되기도 했다”며 “여러 불화 가운데 세계에서 유일한 한국 괘불의 면모를 총체적으로 조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사업은 지난해까지 시행된 사찰 벽화조사가 마무리됨에 따라 앞으로 10년에 걸쳐 진행될 계획이다. 첫해인 올해는 보물 제1350호 양산 통도사 석가여래괘불탱 등 경남ㆍ경북에 있는 중요 괘불탱 4점과 괘불탱 관련 유물 112건 336점을 조사대상으로 선정했다.

문화재청은 “대형불화 소장처의 보존환경 개선과 예방적 문화재 관리, 학술연구 자료의 기반 마련을 위해 조계종과 협력해 불교 문화유산의 보호와 가치 확산에 더욱 노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성보문화재연구원은 중요무형문화재 제118호 불화장이었던 석정스님의 발원으로 1996년 설립됐다. 20여년에 걸쳐 전국 사찰과 박물관에 소장된 4000여점의 불화를 조사해 <한국의 불화> 40권으로 집대성했다. 또 1996년부터 2007년까지 전국의 교구 본말사 성보 실태조사와 전통사찰 조사를 수행했으며, 2006년부터 2014년까지 문화재청 지원을 받아 전국 사찰의 벽화조사 사업을 실시했다.

[불교신문3083호/2015년2월18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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