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을 쇤지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보름이 다가온다. 정월대보름은 우리나라 대표적인 세시명절 중 하나이다. 농사의 시작일로 여겨 중요하게 여겨 다양한 민속들이 행해졌다.

조선 헌종 때 정학유가 지은 <농가월령가>에는 “보름날 약밥 제도 신라적 풍속이라. 묵은 산채 삶아 내니 육미(肉味)와 바꿀소냐. 귀밝히는 약술이며 부스럼 삭는 생밤이라. 먼저 불러 더위팔기 달맞이 횃불 켜기 흘러오는 풍속이요 아이들 놀이로다”라고 기록돼 있어 정원대보름 풍속을 엿볼 수 있다.

봉선사는 경내 12m 높이의 달집을 세워 사찰을 찾는 사람들의 원이 담긴 서원지를 단 뒤 정월대보름인 3월5일 문화공연 후 태울 계획이다.

정월대보름에 땅콩이나 호두 같은 부럼을 깨물어 무사태평을 기원하고 귀밝이술을 한 잔 마시는 것은 여전히 행해지고 있다. 약밥과 함께 겨우내 말려뒀던 나물을 무쳐먹는 집도 많은데 이렇게 먹어야 더위를 타지 않는다고 여겼다.

아이나 어른이나 할 것 없이 아는 사람을 불러 답하면 “내 더위 사라”며 더위를 파는 것이나 낮에 연을 날리는 아이들의 모습은 여러 사람의 기억 속에 남아 있다. 밤이면 달맞이를 가는 것 또한 여전하다.

옛날 도성의 사람들은 종각에서 종소리를 듣고 난 뒤 다리밟기를 하며 1년 내내 다리가 건강하길 기원했다고 하는데, 요즘도 지자체나 사찰에서는 다양한 행사를 통해 정월대보름 민속을 즐길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고 있다. 올해도 3월5일 정월대보름을 맞아 사찰과 지차제들은 달집태우기나 방생법회 등 다양한 행사를 진행한다.

제25교구본사 봉선사는 3월5일 오후6시부터 일주문 앞 주차장 특별행사무대에서 정월대보름 달집태우기를 진행한다. 이에 앞서 봉선사는 경내 12m 높이의 달집을 세워 사찰을 찾는 사람들의 원이 담긴 서원지를 단 뒤 행사 당일 주차장 무대로 옮겨 태울 계획이다.

약밥 나물 먹고 부럼 깨며

다리밟기 달맞이 풍속 여전

사찰 지자체서도 행사 다채

서원지 쓰고 달집과 태우며

방생법회로 생명존중 실천

9회째를 맞는 서울 화계사 달집태우기는 매년 1000여 명이 모여 지역 대표행사로 자리매김 하고 있다. 정월대보름 당일 오후6시부터 시작되는 행사는 문화공연과 함께 서원지가 달린 달집을 태우는 것으로 회향한다. 영덕 장육사는 정월대보름 당일 오후6시 대진해수욕장에서 신도들과 함께 달맞이 법회를 봉행한다.

템플스테이를 하며 달맞이를 하는 것도 좋다. 제19교구본사 화엄사는 3월5일부터 1박2일간 정월대보름맞이 템플스테이를 열고, 보름달을 보며 명상을 하는 시간을 갖는다.

정월대보름을 맞아 생명존중사상을 실천하며 방생법회를 하는 곳도 있다. 대구불교사원주지연합회는 3월5일 감포 나정리 해수욕장으로, 울산지역 사찰들은 경주 광성해수욕장에서 방생법회와 함께 달집태우기 행사를 진행한다.

산청불교사암연합회는 경호강변에서 군민을 위한 방생법회를 봉행한다. 또 목동 국제선센터는 3월6일 강화 보문사와 전등사를 참배하고 방생법회를 한다.

주민과 함께 전통놀이를 하며 정월대보름을 즐기는 사찰도 있다. 제10교구본사 은해사는 3월5일 낮12시부터 12회 윷놀이대회를 개최한다. 스님과 신도, 지역주민 등 30개 팀 120여 명이 출전해 겨루며 1등에게 소정의 상금이 지급되고, 행운권 추첨을 통해 상품도 나눠준다. 일산 정혜사는 3월1일 오후1시부터 신도들의 단합을 위한 정월대보름 윷놀이 대회를 개최한다.

지자체에서도 다양한 행사를 준비했다. 서울 종로구는 오는 28일 오후2시부터 모전교와 광통교 인근에서 ‘청계천 답교놀이’를 진행한다. 전통놀이인 다리밟기를 재현하는 것 외에도 ‘사랑의 다리밟기 미팅 프로젝트’와 윷놀이, 승경도 놀이, 칠교놀이, LED 쥐불놀이 등 다양한 체험행사를 개최한다.

서울 북촌한옥마을은 28일 오전10시 북촌문화센터에서 ‘복(福)으로 가득 찬 정월대보름맞이’ 행사를 연다. 연 만들기, 복조리 만들기 등 문화체험행사와 함께 지신밟기, 국악공연 등이 펼쳐진다.

인천시립박물관은 28일 오후1시부터 정월대보름맞이 민속행사 한마당을 벌인다. 양달력, 한지목걸이, 가족훈자만들기를 비롯해 비석치기나 투호놀이, 떡메치기 등 가족과 함께 즐길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마련돼 있다. 저녁에는 낮 동안 작성한 서원지를 달집과 함께 태우는 시간도 마련된다.

오산시는 28일 운암뜰에서 시민척사대회와 줄다리기, 연만들기, 봉산탈춤체험, 널뛰기, 제기차기, 지신밟기 등 다양한 체험행사를 연다. 또 양구군은 3월5일 ‘국토정중앙달맞이축제’를 열고 달집태우기와 쥐불놀이, 군장병화합 줄다리기, 줄넘기, 놋다리놀이, 대형윷놀이 경연을 벌인다.

경상북도관광공사는 3월5일 오후6시부터 경주 보문관광단지 일원에서 ‘정월대보름 달빛걷기’ 행사를 개최하며, 부산에선 백운포 달맞이 축제를, 대구에서는 금호강과 월광수변공원에서 달맞이 축제가 열린다.

[불교신문3084호/2015년2월28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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