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 위해 출가…불교 대중화 운동에 힘쓰고파”

2005년 카이스트에 입학해 2006년 출가, 2011년 학교로 다시 돌아와 공부에 전념해 올 2월 카이스트를 졸업한 석하스님. 사진제공=석하스님.
“행복 하고 싶었어요. 내가 왜 세상에 나왔는지 삶의 이유를 찾고 싶어 출가하게 됐어요.”

출가 수행자로 10년 만에 카이스트(KAIST)를 졸업한 스님이 있어 관심을 모으고 있다. 화제의 주인공은 기술경영학과 학사 학위를 받은 석하스님<사진>으로 지난 2005년 입학해 2015년 2월13일 학사모를 썼다. 스님은 지난 23일 통화에서 “공부가 너무 힘들어 중간에 포기하고 싶은 마음도 많았지만 이제는 후련하다”며 “부모님께 해드린 게 없어 죄송했는데 작은 선물이 된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고교시절 물리와 지구과학 과목을 좋아했다는 스님은 세계적 이론물리학자로 널리 알려진 고(故) 이휘소 박사와 같은 물리학자가 되는 것이 꿈이었다. 물리학을 재미있게 공부하다보니 물리경시대회에 출전해 좋은 성과를 냈다. 덕분에 카이스트 입학에도 성공했다.

그러나 입학하면서 마주한 현실은 기대했던 것과 달랐다. 스님은 “물리학에 대한 깊은 이해를 하고 싶었는데 학점을 따기 위해서는 시험에 대비한 공부를 해야만 했다”며 “시간이 갈수록 마치 학점을 위해 수업을 듣고 공부하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과학고 출신의 또래 친구들에 비해 혼자만 뒤처지는 것 같아 괴롭기도 했다. 그러던 중 선배로부터 불교명상을 한번 해보라는 권유를 받았다. 명상 공부를 하면 할수록, 행복을 위해서는 수행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 간절해졌다. 불교를 통해 삶의 동기를 찾고 싶었다. 부모님의 반대가 심했지만 학업을 잠시 중단했다. 그리고 2006년 2월 법상종으로 출가했다.

4년여 동안의 수행 이후 2011년 다시 학교로 돌아갔다. 그 사이 전자공학에서 기술경영학으로 전과했다. ‘스님인데 학위가 무슨 소용일까’ 하는 생각에 학교를 그만둘까 하는 생각도 잠시 했지만, 수행의 힘으로 학업에 전념했다. 불안한 마음을 가라앉히고 4년 동안 학과 공부에 집중해 무사히 학부 과정을 마쳤다.

스님에게 화두는 ‘소통’이다. 특히 불교 대중화 운동과 청소년 문제에 관심이 많다. 스님은 2008년 연을 맺은 외교부 산하의 비영리법인인 ‘에이트 참밍’에서 청소년 대상 교육과 상담, 명상지도 등을 담당하고 있다. 지난해부터는 서울시 교육청 산하 위탁형 대안학교인 ‘숲 속의 작은 학교’에 대한 운영도 돕고 있다. 교육과 행정 업무를 보며 고등학교 과정 학생들을 지도하고 있다.

SNS 활동도 열심이다. 스님은 페이스북에 ‘참선과 호흡’이라는 커뮤니티 운영을 통해 명상을 함께 공부하고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과 소통하고 있다. 페이지를 다녀가는 사람 숫자만 1300여명에 이른다. 스님은 “법륜스님이나 혜민스님 처럼 부처님의 사상을 녹인 대중적인 언어로 청소년들이 새로운 가치를 찾을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싶다”며 “일반에서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수행프로그램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올해 안으로 조계종으로 재출가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석하스님은 “좀 더 넓은 세계에서 배움을 확장하고 싶다”며 “동국대 불교학과로 진학하고 싶다”고 밝혔다.  

[불교신문3085호/2015년3월4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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