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명 이사들 임시의장 선출해 이사장 선임
총장 직무대행에 경영부총장, 개방이사추천위원 추천

학교법인 동국대학교 신임 이사장으로 일면스님이 선출됐다.

오늘(2월23일) 동국대 본관 로터스홀에서 열린 289회 이사회에서 성타, 일면, 삼보, 명신, 심경스님과 안채란, 이연택, 김선근 이사가 참석한 가운데 성타스님을 임시의장으로 이사장 선임의 건을 안건으로 상정하고 일면스님을 만장일치로 차기 이사장으로 호선했다.

일면스님은 이 자리에서 “갑작스럽게 선출돼 준비하지 못했지만 학교 교직원 이사 스님 뜻 받아서 열심히 하겠다”며 “종단과 많은 협조를 하고, 모든 분들 부처님 섬기듯이 열심히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오후3시에 개회한 이사회는 6시간가량 이어졌다. 회의는 시작 전부터 난항을 겪었다. 이사장 정련스님이 직권으로 법인 사무처장 종민스님의 해임한 것을 두고 절차에 어긋난다는 의견이 제기된 것. 법인 정관 시행세칙에 따르면 “사무처장 및 신규임용 사무직원은 이사회 결의를 거쳐 이사장이 임면한다”고 돼 있다.

그러나 이사장 정련스님은 “법인 사무처장을 직권으로 해임했다”며 “법인 총무부장이 오늘 회의를 대행할 것”이라고 발언했다. 이에 일부 의사는 반대의사를 피력했다.

삼보스님은 “이사 의견을 먼저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성타스님도 “합당한 이유도 밝히지 않은 채 해임하겠다고 하고 이사들에게 나중에 얘기해주겠다는 것은 맞지 않다”며 “절차 없이 해임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정련스님은 “오늘 이사회는 그대로 진행하지만 사무처장 해임은 철회하지 않겠다”고 뜻을 굽히지 않았다.

이어 12명 이사 전원이 참석한 가운데 개회된 회의에서는 제정스님과 최대식 감사의 ‘이사회 파행 및 유회에 관한 중간감사 결과보고’를 두고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제정스님은 감사보고에서 “총장 선출과 관련 개입하는 것은 사립학교법을 위반하는 것”이라고 보고 지난 2월11일 예정됐던 289회 이사회에 일부 이사가 불참한 것에 대해서는 “책임과 의무를 방기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또 최대식 감사는 “2015년 2월12일부터 17일까지 진행하고 2월22일 감사단 회의를 거쳐 보고서 작성한 것”이라며 “이사회 운영 관련 부정, 불비한 점 시정되지 않을 경우 추가감사 진행, 관할청인 교육부에 보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성타스님은 “(감사결과보고가) 한 쪽에 치우친 감이 없지 않다. 그래서 많은 이사들이 감사에 대해 불만을 갖고 있다. 저도 마찬가지다”라며 “보고서에서 그 결과를 관할청인 교육부에 보고하겠다는 게 협박공갈 아니고 뭔가. 감사의 정도를 지나서 대단히 치욕적”이라고 일갈했다.

교원징계의 건을 두고도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동국대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가 총장 후보자 논문표절과 관련해 학교 측에 중징계 요청을 한 것에 따른 것이다.

이에 대해 성타스님은 “총장 후보로 대두되니까 총장은 고사하고 징계하겠다는 것은 대단히 잘못된 감정이 실려 있다. 학교, 불교에도 도움이 안된다”며 “일단 총장 모시고, 심도 깊고 객관적인 분을 모시고 검증해야 한다. 총장 문제 오래 끌면 학교에 이롭지 않다. 징계문제는 부결하고 총장 선임 바로 하자”고 말했다.

삼보스님은 “학자에게 표절얘기 나오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지만 학교에 25년이나 있었는데 총장 후보가 되니까 이제 문제제기 해서 중징계 해야겠다고 하는 게 이상하다”는 의견을 표했다.

반면 영담스님은 “논문표절이 별개 아니라는 식으로 얘기하고 실망스럽다. 적어도 우리는 부끄러워할 줄 알아야 한다”며 “이 문제는 끝까지 다뤄야 한다. 학생들 학위를 줘야 하는데 논문표절을 했다는 것”을 묵과할 수 없다고 피력했다.

교원징계의 건에 대한 의견조율이 이뤄지지 않자 정련스님은 “총장선임의 건과 같은 건이기 때문에 같이 다뤄야 한다”며 교원징계의 건과 18대 총장 선임의 건을 다음 회의로 이월했다.

이와 함께 개방이사추천위원회 위원으로 삼보스님, 영담스님, 김재기 전 외환은행장을 추천했다. 교육부 요청에 따라 개방이사 수를 3명에서 4명으로 늘리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정관개정안도 논의 끝에 이월됐다.

개방이사가 1명 늘어남에 따라, 기존의 이사수를 유지한 채 총장을 당연직에서 제외시키자는 안과 이사 수를 1명 늘려 14명으로 하자는 안, 스님 이사수를 9명에서 8명으로 줄이자는 안 등 세 가지가 제안됐으나 의견차를 좁히지 못했다. 정련스님은 "조계종 종립학교관리위원회와 논의가 필요한 만큼 차후 회의에서 결정하자"고 말했다. 

현 총장 임기만료에 따른 후속조치 방안에 관한 사항에 대해서는 정관에 따라 2월28일 김희옥 총장 임기만료 후에는 경영부총장이 업무를 대행하는 것으로 결정했다.

이날 △교원인사에 관한 사항 △2014회계연도 각급기관 추가경정예산 승인에 관한 사항 △2015회계연도 예산 승인에 관한 사항 등을 처리한 이사장 정련스님은 12번째 안건으로 9명의 이사가 서명해서 올린 이사장 해임의 건에 대해서는 상정을 거부했다.

정련스님은 3월11일 임기만료를 앞둔 상황에서 이사장 해임안건 상정에 동의할 수 없다며 안건을 상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사장 해임의 건에 대해 제안 설명을 한 일면스님은 “지난 2014년 12월16일 287회 이사회에서 5시간 회의에서도 총장 선임을 하지 않고 이사장 스님이 일방적으로 폐회한 것”과 함께 “총장 선임의 건을 첫 안건으로 이사회를 열자고 약속해놓고 회의를 안하고 연락도 하지 않은 점”과 “이사장 임기만료 2개월 전에 이사장 선출을 하지 않은 등 소임을 다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정련스님은 "총장은 문제가 있어 4~5시간 논의를 해도 뽑지 못한 것"이라며 “일방적으로 안 뽑은 게 아니다”고 답하며 갑작스레 폐회를 선언하고 서둘러 회의장을 나섰다. 

일면스님은 “이미 13개 안건이 공지돼 알고 회의에 왔는데 12, 13번 안건을 처리하지 않고 갔다”며 “이사장 정련스님의 임기가 며칠 남지 않았지만 계속 이렇게 속아왔다. 더 기다릴 수 없다. 임시의장을 뽑아서라도 회의를 하자”고 말했다.

명신스님도 “이사를 무시하는, 모독당한 것 같다”며 불쾌감을 피력했다. 이에 영담스님은 “안건을 상정하지 않았고 소집권자가 폐회를 선언했다”며 더 이상의 회의진행이 어렵다는 의사를 전했다.

그러나 김선근 이사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오늘 반드시 처리해야 한다”며 임시의장을 선임해 이사장을 선임할 것을 주장했다. 영담스님과 김희옥 총장, 미산스님 등이 차례로 회의장을 떠난 가운데 남은 이사들을 중심으로 회의를 이어가자는데 의견이 모아졌다.

이사장 스님으로 인한 이사회 파행을 주장한 이사들은 성타스님을 임시의장을 선출하고 289회 이사회를 속개했다. 일면스님, 삼보스님, 명신스님, 심경스님, 안채란, 이연택, 김선근 이사가 함께 한 가운데 이사장 선임의 건을 안건으로 채택하고 차기 이사장에 일면스님을 호선하고 폐회했다.

그러나 신임 이사장을 선출한 회의가 이사장 정련스님의 급작스런 폐회 선언 이후 8명의 이사가 중심이 돼 속개된 것이라 절차상의 문제가 제기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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