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 마인드원심리상담센터 대표 정암스님

“상담은 우울증 환자가 받아야 하는 치료가 아닙니다. 꿈꾸고 있는 자, 환상을 가진 현대인들에게 본질을 볼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바로 상담입니다.”

부천서 ‘일심(一心)’을 뜻하는 ‘마인드원’이라는 이름의 불교심리상담센터를 열어 연수입 최대 5억여원을 올리면서 상담계의 ‘대부’로 알려진 정암스님이 정의내린 상담이다. 지난 5일 만난 정암스님은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다. 하루에 10시간 이상 내담자와 상담에 매달리다보면 잠을 거르는 경우가 잦다.

정암스님의 상담기법은 <금강경>과 <반야심경>에 기초한다. 몽환에 사로잡혀 현실을 못견뎌하는 이들의 마음자세를 바꿔준다.

정암스님은 MBC ‘新 가족기획’에 출연, 위기가정 문제를 진단한 심리상담사로 더욱 유명해졌다.

스님이 운영하는 마인드원심리상담센터에는 다양한 계층과 연령의 사람들이 노크한다. 인터넷 정보로 스스로 정신질환자라 규정짓고 찾아오는 젊은 여성도 있고, 귀신을 봤다고 약에 의존하다 더욱 증상이 악화된 전역군인도 있다.

명문대 나와 대기업 간부로 퇴직해서 뒤늦게 공황장애에 시달리다 스님을 찾아온 중년신사도 있고, 환자를 치료하는 의사가 우울증을 견디다 못해 어렵사리 상담센터에 노크한 사례도 있다. 특히 마음에 병이 깊어 삶의 방향을 잃어버린 젊은이들이 적지 않다.

이같은 증상에 관해 정암스님은 ‘분노의 시대’, ‘리더들이 책임지지 않는 시대’에 원인이 있다고 방점을 찍었다. 스님은 “위기의 시대가 오히려 불교가 포교하기에 가장 적합한 시대일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우리 불교는 과거를 답습하거나 어려운 이야기만 하고 있다”며 “스님과 재가불자들이 깨달음의 세계만을 추구할 뿐, 그 마음과정을 간과하고 있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젊은층이 갖고 있는 마음병의 원인에 대한 스님의 관점도 주목할만하다. “집집마다 외아들 외동딸이 많고, 이들은 사회화 과정 대부분을 학교에서 보낸다. 진화심리학적으로 봤을 때 자기 집단에서 버림받았다고 느끼면 죽음으로 간다. 학교 외에도 가족과 동네집단에서 사회화가 이뤄졌던 과거와는 다르다. 부모로부터 받는 사랑 역시 대다수 물질적인 지원일 뿐이다.”

정암스님이 정리한 상담프로그램은 상당하다. 이 가운데 ‘이근원통’과 ‘육근원통’ 등은 내담자가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으면서, 그 이야기를 자기 스스로 듣고 보고 맛보는 방식이다. 이근원통의 경우엔 처음 말문을 열었을 때 10% 정도 자신의 말을 들었던 내담자가 시간이 흐를수록 마음의 귀가 열면서 70~80%까지 들려 자기 실수를 스스로 인정하면서 자연치유된다.

벽돌을 빗대면서 ‘앉아서 선(禪)을 닦는다고 부처가 되는가’ 라는 물음을 갖고 ‘행동하라’는 요체의 집단상담프로그램을 실시하고 ‘병속의 새’라는 화두로 마음을 열어가는 상담과정도 스님이 개발한 기법이다. 최근엔 자화상 그리기 통한 심리치료기법을 모아 책으로 엮고 있다.

조만간 정암스님의 불교상담기법을 추린 단행본도 발간될 예정이다. 더 나아가 산중에 수행과 상담을 겸할 수 있는 수행전문공간도 만들어 운영할 계획이다.

인천서 태어난 정암스님은 특전사를 나와 불교세가 취약한 인천에서 어렵사리 인권ㆍ문화포교를 해왔다. 동국대 대학원에서 선심리상담을 전공했고 인도 전역의 명상센터를 순례하기도 했다.

스님은 “나의 괴로움, 나의 문제로 출가했지만 그 과정이 끝나니까 남을 도울 힘이 생겼고, 그런 과정이 힘들어도 깨어나는 과정이라 더욱 즐겁고 행복하다”며 “상담이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과정과 문제를 반추해주는 과정이나 다름없다”고 했다.

마인드원심리상담센터에서 정암스님과 상담으로 치유된 이들 중 6명은 현재 서울불교대학원대학교에서 상담학 석박사 과정을 밟고 있으며, 마인드원 차원에서 양성하는 심리상담사 코스에 있는 젊은인력도 10여명에 달한다.

교회와 천주교가 상담계를 주름잡고 있는 현실을 개탄하면서 스님은 “부처님법으로 부처님이 제시한 길을 쉼없이 상담으로 알리겠다”며 오늘도 내담자를 만나고 후학양성에 매진하고 있다.

[불교신문3082호/2015년2월14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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