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집광

가끔 TV에서 놀라운 사람들의 모습을 소개하는 프로그램에서 집안 가득 버리지 않은 물건들이 쌓여 있는 방송되는 일이 있다. 이처럼 물건을 버리지 못하고 점점 많은 짐 속에서 살게 되는 사람들이 주변에 있다.

이런 증상을 수집, 저장(hoarding)이라고 부르는데 최근 개편된 국제적인 정신과 진단체계인 DSM-5에서 수집광(hoarding disorder)이 독립된 질환으로 수록되었다.

다음과 같은 증상이 있을 때 수집광 진단을 내릴 수 있다. 다른 사람이 보기에는 하잘 것 없는 물건들을 버리는 것을 지속적으로 대단히 어려워하고, 어떤 물건을 버릴 것인지 결정하지 못한다. 이렇게 모아둔 물건들이 정리되지 못하고 산더미를 이루어 생활공간을 침해하고 이로 인하여 집안에서 일상적인 생활이 방해받게 된다.

즉, 물건의 실제적인 효용성이 있건 없건 버리지 못하고, 모아 두고, 산더미를 만들어 놓는 특징이 중심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를 정리할 필요를 크게 느끼지 못하고, 정리를 하려고 해도 몇 시간 동안 아무것도 버리지 못하고 우왕좌왕한다.

일상생활에 방해될 정도로

물건 모으지만 정리도 못해

버리면 편해지는 것 알아야

이런 경우 스스로 물건을 버리지 못하는 이유로 ‘낭비를 막기 위하여’ 또는 ‘모아둔 물건이 언젠가 유용하게 쓰일지 몰라서’라고 대답하곤 한다. 물건들이 모아져 있는 상태 자체가 마음에 들어서 모은다는 대답도 있다.

그러나 공통적인 점은 어떠한 동기로 물건을 모으건 간에 이 물건들은 올바로 정리되거나 보관되지 못한다는 점이다. 이점이 바로 수집가(collector)들과의 차이점이다. 수집가들이 모으는 물품은 취향에 따라 사소한 것들이기도 하여 남들은 그 가치를 모를 때도 있지만, 이러한 물품들이 소중하게 보관되고 정리되기 때문에 질환이라 할 수 없다.

수집광 증세 자체에 대해서 스스로 치료를 요청하는 경우는 굉장히 드물다. 모아두는 물건들이 언젠가 도움이 될 것이라 여기는 인지적 오류 때문이다. 그래서 수집광 환자의 치료에는 이러한 인지적 오류를 스스로 깨닫고, 행동을 변화시키는 인지행동치료가 필요하다.

치료 초반에는 물건을 모으지 않아도, 모아둔 물건을 버리더라도 걱정하는 큰 손해는 발생하지 않는다는 것을 스스로 깨닫는 과정으로 시작된다. 실생활에서 물건을 정리하는 것을 함께 연습하는 과정도 효과적인데, 여기에는 물건의 중요성에 따라 분류하여 불필요한 물건을 버리는 방법을 배우는 과정도 포함된다.

수집광까지는 아니지만 우리 주변에는 버려도 되는, 아니 어쩌면 버려야 하는, 물건들이 많이 있는지도 모르겠다. 물건 뿐 아니라 마음속의 생각들도 버릴 수 없는 경우 문제가 되기도 하겠다.

혹시 누군가 버리는 것을 심하게 못 한다면 모아두지 않아도, 버려도 아무 문제가 없고 오히려 더 편해질 수 있다는 것을 배워가는 것부터 시작하는 것이 좋겠다. 물론 스스로 해결할 수 없는 심한 경우 전문의를 찾아서 상담하는 것부터 시작해 보자.

[불교신문3082호/2015년2월14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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