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인 대중공사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 명우스님

21세기 조계종 결집대회

종단 재도약 위한 디딤돌 ‌

어느 등산가가 산(山)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봄에 가니, 그 산이 너무 좋더라. 그래서 봄의 산으로는 최고의 산이라고 생각했다. 얼마 있다가 여름에 다시 그 산을 갔더니, 푸른 녹음이 우거진 모습이 너무 좋아서 여름 산으로는 최고의 산이라고 생각했다. 다시 가을에 그 산을 갔더니, 가을 산으로는 최고라고 생각되었다. 또 두어달 후, 겨울에 그 산을 갔더니 겨울 산으로는 최고이더라.”

‘어느 계절일지라도 그 나름대로 최고의 산이더라’는 등산객의 말에 공감이 간다. 금강산이 4계절 변화에 따라 풍광이 달라지기 때문에 계절별로 명칭이 다른 것이 바로 이런 이유이다. 그런데 나는 특히 겨울 산이 좋다. 나뭇잎이 떨어지고 암석만이 앙상한 뼈처럼 드러나 금강산을 겨울에는 개골산(皆骨山)이라고 부른다. 있는 그대로를 드러내놓은 인간의 진실함과 신뢰감 같은 이미지여서 겨울산이 좋은 이유다.

올해 들어 처음으로 개최된 ‘종단 혁신과 백년대계를 위한 사부대중 100인 대중공사’에 다녀오면서 조계종 승가의 소탈함과 진솔함, 꾸미지 않는 자연스러움이 겨울산의 모습과 오버랩됐다. 100인 대중공사는 조계종단 이래 사부대중이 함께 토론하는 장인데, 신분의 벽을 허물고 진실함으로 서로가 소통코자 했던 진정성이 드러나 매우 인상 깊었다.

예전에는 종단 소임자들이 안건을 정해놓고, 일방적으로 종도들을 이끌어 갔는데, 이번 대중공사의 경우는 사부대중이 머리를 맞대고 함께 나아간다는 점이눈길을 끈다. 특히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스님을 비롯한 종단을 이끌고 있는 교역직 스님들 대다수가 토론에 직접 참석해서 재가자들과 눈높이를 맞추며 열띤 토론에 임하는 모습은 종단의 미래와 한국불교의 앞날에 청신호를 알리는 계기가 됐다.

내가 출가한지 50여 년인데, 대중공사라고 하면 승려들만으로 이루어진 대중공사였다. 청규 또한 승려들만의 청규로만 인식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번 대중공사는 재가자들을 포함한 (조계종 발전)청규가 제정되는 것이요, 종단 발전을 위한 장이라는 점에 감회가 남다를 수밖에 없다.

승려로서 종단에 몸담은 이래, 나의 발언을 드러내는 것보다 침묵하는 것이 미덕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런 대중공사장에서 침묵이 아닌 할 말을 하고, 의견 제시를 하며, 서로가 문제를 공유해 소통할 수 있는 장이 열렸다는 점에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종단 발전을 위한 100년 대계 대중공사라고 하지만, 1월28일 처음 대중공사를 하였으니, ‘시작이 반’이라고 벌써 50년 발전을 앞당겼다고 생각한다. 시작을 계기로 비구 비구니 재가자 신분을 떠나 서로 소통하며, 여기서 나온 의제를 실천으로 옮길 것이라고 의심치 않는다. 대중공사의 시도는 조계종의 발전과 도약을 위한 디딤돌이 될 것이다. 이런 ‘종단혁신과 백년대계를 위한 사부대중 공사’가 꾸준히 잘 이어져 용두사미가 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랄 뿐이다.

이번 대중공사에 다녀와서 두 가지 안건을 내놓는다. 첫째는 종단차원의 사부대중 공사가 진행되는 동안, 승려이든 재가자이든 과오가 있었다면 참회하고 고쳐야 할 점은 바로 세우려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본다. 부처님께서도 안거가 끝나는 전날 밤 대중들이 모여 자자(自恣)를 하는데, 이런 말씀을 하셨다.

“비구들이여, 혹시 이번 안거동안, 내가 비난받을 행동을 했거나 혹 미심쩍은 일이 있었다면 내게 지적해 달라. 지적해주면 이 자리에서 참회하고, 대중이 따르는 의식을 지킬 것이다.” 부처님도 그러했거늘 하물며 우리 제자들도 당연히 그러했으면 한다. 상처를 감추고 덮어버리는 것보다는 드러내 치료해주어야 새살이 돋아나듯 참회할 것은 참회하고, 어떤 점이 종단쇄신에 관건이 될 것인지를 궁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둘째는 승려와 재가자, 비구와 비구니라는 신분을 내려놓고 의견을 공유하며, 서로를 존중해 화합하는 장이 되기를 발원한다. 이번 사부대중공사는 21세기 조계종 결집대회요, 종단쇄신을 위한 수행 결사이며, 현대판 포살·자자로 불교사에 큰 획을 그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자리를 마련하고, 종단쇄신을 위해 각고의 노력을 기울이는 총무원장 스님을 비롯한 종단 집행부 스님들께 감사드린다.

[불교신문3082호/2015년2월14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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