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틸리케 처럼 감동을 주자”

 

‘조계종 체질’ 변화시키고

지혜 모으는 기회 삼아야 ‌

 

2015년 호주 아시안컵대회에 대중들은 흥분했다. 2014년 브라질 월드컵 16강 탈락에 실망했던 국가대표팀이 1년만에 아시안컵 결승전에 오른 결과 외에 다른 차이는 무엇인가. 축구단은 감독과 코치, 공격진, 수비진으로 구성된다. 감독과 코치가 선수들을 지도하지만, 축구장 안에서 선수들이 패스할 때마다 감독과 코치의 눈치를 살핀다면 대중들의 외면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2002년 월드컵 히딩크 감독과 2015년 아시안컵 슈틸리케 감독은 축구장 안에서 뛰는 선수들의 플레이를 감독의 손가락 안에 묶어두지 않고, 현장상황에 맞도록 자율에 맡겼다는 점에서 다르다. 그 결과 플레이는 다이내믹하고, 대중은 숨을 쉴 수 없을 정도로 아슬아슬한 동력에 매료되어 박수를 보낸 것이 아니겠는가.

2015년 1월28일 마곡사 한국문화연수원에서 조계종 대중공사가 시작되었다. 종단 설립 55년만에 조계종이 뿌리박은 토양은 타종교의 홍수에 씻겨나가고, 나무 위로 물이 올라가는 관마저 메마르니 잎과 꽃이 시들고 열매도 썩어가는 종단의 현실을 타개하려는 위기의식이 사부대중을 불러 모은 것이다. 기왕에 멍석이 깔아졌으니, 판을 키우고 매듭을 지어 종단혁신의 열매를 맺어야 한다. 일부에서 ‘정치적인 쇼’라고 폄하하더라도, 참가 대중들만 진정성을 가진다면 주최자의 의도가 무엇이든 역사를 바꿀 수 있다. 이번 대중공사에 대한 의구심이나 비관적인 태도를 과감하게 던져 버리고, 다 함께 대중공사라는 용광로에 뛰어들어 각자의 생각들을 모아서 녹이면 역사는 자정능력에 의하여 진화할 것이다. 말로는 종단의 변혁이 절실하다고 외치면서 이번 대중공사에 ‘정치적’이라는 색깔을 덧씌워 외면하는 것은 종단의 변혁을 구하는 자신의 주장과 대명제를 거스른다는 비판을 벗을 수 없을 것이다.

종단의 문제점은 이미 오래 전부터 수시로 도처에서 노정되었다. 종단에 종사하거나 관심을 가진 불자라면 귀가 따갑도록 들어오지 않았는가. 정답은 이미 나와 있다고 본다. 감독, 코치, 공격진, 수비진 등 사부대중이 서로 지시하거나 복종하거나 눈치보거나 쭈뼛거리지 않고 각자에게 주어진 역할을 서로 인정하고 각자가 그 역할에 충실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불자들에게 감동을 주는 것. 그 이상 무엇이 필요한가? 그런 분위기만 조성되어도 신도들이 긍정적인 에너지와 불교에 대한 자긍심을 가질 것이고, 등록신도수가 확장되는 것은 자연스럽게 수반될 것이다. 창의적인 신도들이 늘어나면 신도가 조직화되고 두터워지면서 불교의 사회적 영향력이나 사회적 위상은 높아질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고령화 사회에서 조기 퇴직한 장년층이 불교 안에서 아이들을 돌보고 청년들에게 생활의 지혜를 알려주는 프로그램을 개발한다면 누구든지 불교를 통하여 삶의 가치를 얻을 수 있게 될 것이다.

이번 대중공사는 2002년 월드컵과 2015년 아시안컵에서 보았던 아름다운 축구와 같이 ‘어떻게 하면 대중을 감동시킬 수 있고, 조계종단의 체질을 변화시킬 것인가’에 대한 대중적 지혜를 모으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대중의 지혜를 모으기 위하여 이번 대중공사에 보완할 점을 몇 가지 정리해 본다. 우선 해제 후 선방 수좌 스님들의 참여가 필요하고, 특히 ‘종단 신뢰구축’이나 ‘승가공동체 회복’이라는 주제에 관하여는 반드시 필요하다. 또 비구니 스님들과 재가불자들의 참여가 확대되었으면 좋겠다. 더욱이 젊은 스님들이 참여한다면 미래 불교환경에 관한 논의가 심도있게 이루어져 창의적인 대중공사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진정으로 종단혁신에 대한 의견과 열정을 가지고 현장에서 열띤 토의에 참가할 의지를 가지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그렇다고는 참가 자체를 명예로 생각해서 형식적으로 명단에 이름만 보태는 참가는 오히려 짐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자제해야 할 것이다. ‘모둠별 토의’를 종합하여 전체가 참석한 자리에서 발표하는 진행방식을 피할 수는 없지만, 주어진 의제에 관하여 특별한 관심이나 의견을 가진 참가자에게는 종합발표 이후에 별도로 발표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한다면 보다 생동감 있는 대중공사가 될 것이다. 어쨌든, 이번 대중공사는 종단 역사상 가장 신선한 기회인 만큼, 불자들의 지혜가 모여 한국불교의 환경과 사회적 역할을 근본적으로 변혁시킬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불교신문3081호/2015년2월11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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