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대 산학협력단 8일 국립문화재연구소에 연구용역보고서 제출

불교신문 자료사진.

남권희 교수 “세계 인쇄의 시원 재정리하는 계기 될 것”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금속활자 인쇄본인 ‘직지심체요절’. 그러나 ‘직지’에 썼던 해당 금속활자는 전해지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경북대 산학협력단(연구책임자 남권희)은 지난 8일 증도가(남명천화상송증도가 南明泉和尙頌證道歌, 보물 758호)자(字)가 직지심체요절보다 138년 이상 앞선 현존하는 세계 최고 금속활자라는 결론을 도출한 연구용역보고서를 국립문화재연구소에 제출했다. 이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금속활자본인 직지심체요절이 제작된 1377년이나 구텐베르크의 금속활자(1455년) 보다 훨씬 앞서는 것이다.

산학협력단은 증도가자에 묻은 먹에 대한 탄소연대 측정치와 활자 서체 분석, 금속성분 분석 등을 토대로 이같은 결론을 내렸다.

남권희 교수는 “6개월여 동안 109개 활자를 대상으로 검증한 결과 63점은 ‘증도가자’이고 나머지 46자도 직지 보다 앞선 고려시대 활자라는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경북대 산학협력단이 국립문화재연구소에 제출한 연구용역보고서에 따르면 활자에 묻은 먹 성분을 검출해 방사성 탄소연대를 분석한 결과, 이들 활자가 12세기 말에서 13세기 초 (1033년에서 1155년) 사이에 만들어진 것으로 확인됐다. 또 금속활자로 찍어낸 책을 목판본으로 발간한 서책인 보물 758호 ‘증도가’와 서체를 비교한 결과 거의 동일한 것으로 조사됐다. 산학협력단 연구팀에는 남권희 경북대 교수 뿐 아니라 인천대, 청주대, 부산대, 대전대, 대구가톨릭대, 한국학중앙연구원 등 서지학계와 미술사, 보존과학계 등 관련 연구자 30여명이 참여했다.

남권희 교수는 이번 연구용역보고서가 향후 고려시대 활자연구를 심화시키는데 일조할 것이라고 밝혔다. 남 교수에 따르면 ‘증도가’는 고려 수도인 개성 중앙정부에서 찍었던 활자라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고 밝혔다.

남 교수는 “직지는 청주 흥덕사라는 절에서 금속활자로 찍어낸 책인데, 지방의 작은 절에서 금속활자본을 찍어낼 만큼 고려시대는 인쇄기술이 발달해 있었다”며 “이번 증도가자의 발견으로 중앙 정부에 더 우수한 기술이 있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직지는 금속활자로 찍어낸 현존하는 책 가운데 가장 오래된 것이고, 증도가자는 현존하는 세계최고의 금속활자가 실물로 밝혀졌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사실 국내학계에서는 우리나라에서 금속활자가 사용된 시기가 ‘직지’ 보다 앞선 시기로 보는 견해가 많았다. 이에 대한 근거가 바로 1239년에 인쇄된 <남명천화상송증도가>라는 책이다. 남권희 교수는 금속활자본 증도가자를 한 개인 소장가로부터 확인하고, 2010년 9월 서울 다보성고미술관에서 열린 ‘돌아온 문화 특별전’에서 처음 공개했다. 당시 남 교수는 증도가자를 분석한 결과 고려 고종 26년(1239) 목판본으로 인쇄된 남명천화상송증도가의 글자체와 완전히 일치한다고 밝혔다. 이후 남 교수는 증도가자에 묻은 먹물의 탄소연대 측정 결과를 근거로 12세기 후반에서 13세기 초반 만들어졌으며, 이규보의 <동국이상국집>도 증도가자로 인쇄됐다는 주장을 이어갔다.  

남 교수는 “증도가자의 실존 여부를 밝히는 것이 관건이었는데, 이번 연구 결과를 통해 입증됐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알려진 한국의 실물 금속활자는 조선 전기의 을해자(乙亥字) 한글 활자 수 십 점, 조선 후기 무신자(戊申字) 한글 활자를 비롯해 운각인서체자(芸閣印書體字), 임진자(壬辰字), 한구자(韓構字), 등을 포함한 십 만자가 넘는 수량이 국립중앙박물관에 소장돼 있다.

그러나 금속활자의 시원이 될 수 있는 고려시대 금속활자의 실물은 대단히 희소하다. 국립중앙박물관에 소장된 ‘복’자와 개성역사박물관에 소장돼 있는 ‘전’자 2자 2점이 전부다. 따라서 이번 연구결과가 향후 세계 금속활자와 관련된 역사를 바꾸는데 역할을 할 것으로 보여 귀추가 주목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보고서를 낸 경북대 산학협력단 책임자인 남 교수가 2010년 증도가자를 처음 공개한 주인공이어서 논란이 있다. 이와 관련해 남 교수는 “증도가자를 처음 알렸지만 이번 연구에는 공신력있는 기관과 전문가들이 참여해 객관적으로 입증한 것이다. 3월 말 쯤 연구자들과 함께 공식 학술세미나를 갖고 연구 결과를 모두 공개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문화재청은 12일 문화재위원회에서 국립문화재연구소 연구용역보고서 결과를 보고한다. 이 자리에서 증도가자의 국가지정문화재 검토 여부는 결정되지 않으며, 위원회 회의 결과에 따라 문화재 지정 필요성이 제기될 경우 동산문화재분과위원회를 소집할 예정이다.

<증도가>는 당나라 영가의 현각선사(643~713)가 보리달마 이후 중국 선종 제6조 혜능스님(638~713)을 만나 하룻밤 사이에 크게 깨달은 느낌을 249구의 고시체(古詩體)로 읊은 것이다. 이 <증도가>의 주석소로는 송(宋)대 이후 여러 종류가 유통됐지만, 이 가운데 법천스님의 주석서가 중요한 저술로 평가받고 있다. <남명천화상송증도가>가 바로 그것이다. 주요 내용은 부처님의 영원불변한 진리를 깨닫고 체득할 수 있는 정수를 노래로 읊고 있으며, 모든 사람은 태어날 때부터 불성을 갖고 있으므로 누구나 참선수행을 하면 부처님의 가르침을 깨달을 수 있다는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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