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

우리는 재미있는 일에 웃을 수 있고, 슬픈 일에 눈물 흘릴 수 있다. 이것이 바로 ‘기분’이다. 내가 겪고 있는 상황에 따라 기분은 움직인다.

힘을 내기 위해 즐거운 생각을 하며 기분을 좋게 하려고 노력하기도 하고, 너무 들뜬 감정을 안정시키기 위해서 노력하기도 한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 보면, 이미 결정되어 주어진 기분 상태를 돌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이처럼 기분은 우리 안에 어디선가 조절이 되고 있다.

진료실에서 환자를 만나 기분 상태에 대해서 질문을 하면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난감해 하는 분들을 자주 볼 수 있다.

필자 역시 기분 상태에 대한 질문을 받고는 내가 지금 기쁘다고 해야 하나, 아니면 슬픈 상태인가, 어떤 기분 상태라고 이야기해야 적절한 것인가, 머릿속으로 그 답을 찾는 스스로를 발견할 때가 있다. 또 진료실에서 ‘우울증’이라는 단어를 사용할 때 환자들이 자주 대답하는 말이 ‘나는 슬프지 않다’는 것이다.

마음 어둡고 만사가 귀찮으면

전문의와 본인상태 의논해보길

치료가 삶을 돌아보는 계기돼

지속되는 기분 상태를 반영하는 여러 가지 모습들이 있다. 기분이 좋을 때 무언가 하고자 하는 의욕이 강해진다. 반대로 기분이 좋지 않을 때 평소 하던 일들이 힘들고 즐겁게 느꼈던 일 조차 하고 싶지 않다. 맛있는 음식이 당기기도 하지만, 즐기던 음식이 앞에 있어도 먹고 싶지 않을 때도 있다. 가볍고 즐거운 마음 상태에서 주변이 행복하게 보이고 앞으로의 시간들도 더 밝게 보인다.

기분이 안 좋을 때는 과거, 현재, 미래가 어둡게 보이고 짜증스럽게 느껴져 후회, 자책, 책망의 생각들이 가득해 진다. 마음이 편치 않을 때 고민이 가득 차서 잠을 쉽게 이루지 못하는 경험을 하는 경우도 있다. 이렇게 우리의 기분은 의욕, 식욕, 마음의 여유, 미래에 대한 시선, 수면 등과 함께 움직인다.

우리 몸에는 다양한 조절체계가 존재한다. 대표적인 예로 혈압을 들 수 있다. 운동을 할 때 혈액 순환을 빠르게 하기 위해 심장 부하가 늘고 혈압이 상승한다. 편안하게 쉬고 있는 동안 심장 부하는 적어지고 혈압은 낮아진다.

고혈압은 기저치 혈압이 높아져서 낮아져야 하는 상황에서도 지속적으로 높은 심장 부하를 지니고 있는 상태이다. 우울증은 기분 조절 체계에 문제가 생겨서 기저치가 낮아지고 높아져야 하는 상황에서 기분의 수준이 높아질 수 없는 질환인 것이다.

만사가 귀찮아지고, 주변의 사람과 벌어지는 일들이 버겁고 짜증스럽게 느껴지고, 불안한 마음이 쉽게 들고, 식욕이 줄거나 또는 늘기도 하고, 잠을 못 자거나 계속 누워 잠만 자는 상황이 지속되는 경우가 있다. 이것이 바로 우울증이다.

마음이 어둠으로 가득 차 있고 만사가 귀찮고 식사를 잘 못 하고 있다면 불안과 걱정 속에서만 있지 말고 전문의를 찾아 본인의 상태에 대해서 의논해 보는 것이 좋을 것이다. 이런 상태를 소위 의지와 성격의 문제로 돌릴 수만은 없다.

우울증은 없으면 좋은 아픈 마음의 병이지만 치료 과정 속에서 자신의 주변을 돌아보고 삶의 의미와 가치를 다시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로 삼아볼 수도 있을 것이다.

[불교신문3080호/2015년2월7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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