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탈입적한 송찬우 교수님 마지막 법문

1월27일, 동현 송찬우 교수님 영전에 삼배를 올리니 사진 속의 얼굴은 반겨주시는 듯 생전의 소탈하고 밝은 모습 그대로였습니다. 지난 2011년, 동현학림에서 직접 촬영한 사진이 영정사진이 될 줄은 몰랐지만, 지금 생각하니 그때 그것을 예감했다는 느낌도 들었습니다.

유족에게 마지막 모습을 여쭈니, 교수님은 말기암 투병 중 입적하기 직전, 몸을 일으켜 달라고 두 손으로 손짓을 하시어 일으켜드리자 평소처럼 가부좌를 하시고 “저를 위하여(아미타부처님께서 오셨군요)… 아미타불… 저를 위하여… 아미타불”이란 말씀을 반복하셨다고 합니다. 그리고 한동안 좌선한 상태에서 나지막하게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을 염하시면서 편안하게 입적하셨다고 합니다.

이는 임종 직전에 깨달음의 세계인 정토(淨土)를 감득(感得)하고 아미타불과 여러 성중의 인도를 눈앞에서 마주한 광경(阿彌陀佛 與諸聖衆 現在其前)이라 할 수 있습니다.

<불설아미타경>에 “한결같은 마음으로 아미타불의 명호를 외우되 조금도 마음이 흐트러지지 않으면 그 사람이 임종할 때 아미타불이 여러 거룩한 분들과 함께 그 사람 앞에 나타날 것이다. 그러면 그가 임종할 때에 마음이 휘둘리지 아니하여 곧바로 아미타불의 극락세계에 왕생하게 되느니라”고 증명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교수님께서는 투병 중임에도 지난해까지 세친보살의 <왕생정토론>을 생의 마지막으로 강의하며 왕생을 결정하신 것으로 보입니다.

일찍이 출가해서 탄허 큰스님으로부터 교(敎)를 배우고, 성수 큰스님으로 부터 선(禪)을 공부한 바 있는 교수님은 입전수수(入廛垂手)한 이후 중앙승가대 교수를 역임하기까지 선림고경총서 23권을 포함한 40여 경전을 번역하시고, 선(禪)과 유식(唯識)을 비롯한 가장 난해한 경전과 어록들을 강의하며 명성을 떨쳤습니다.

평생 청빈과 탈속의 무애행을 보이면서 오로지 불법의 대의를 선양하기 위해 온몸을 불사르시고, 말년에 투병의 와중에도 염불수행에 매진하신 교수님은 오탁악세에 보기 드물게 아미타부처님의 접인(接引)을 받는 뜻깊은 회향을 보이시니, 후학에게 큰 감명과 함께 재발심의 기회를 주셨습니다.

날로 수행풍토가 해이해져 이른바 ‘한국불교의 위기’로까지 일컬어지는 오늘의 현실에서 교수님이 보여준 생사자재(生死自在)의 걸출한 수행력은 사부대중에게 신선한 충격과 자극을 주고 있습니다.

특히, 염불수행의 성취는 많은 염불행자들에게 자신감과 신심을 고취해 신라시대처럼 통일한국의 밑거름이 되는 불교중흥의 원동력이 될 것이란 기대감마저 갖게 합니다. 앞으로 우리 후학들은 교수님의 유지를 받들어 수행 가풍을 진작하고 불법을 선양하는데 더욱 신명을 다해야 할 것입니다.

나무아미타불

[불교신문3080호/2015년2월7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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