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 노동위, 세월호 인양과 실종자 수습 위한 도보행진 동참

“도보행진을 시작한 지 이제 막 6일 짼데 발바닥이 걷기 불편할 정도로 아프네요. 그래도 어제는 재마스님에게 응원의 선물로 염주도 받았어요. 행진을 하며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스님이 우리 아버지를 아시더라구요. 반갑기도 하고 고맙기도 했습니다.”

‘온전한 세월호 인양과 실종자 수습 및 진실규명 촉구’를 위한 세월호 가족 도보 행진 6일째인 오늘(1월31일), 서대전사거리를 지나던 중 안산 단원고 고(故) 김웅기 학생의 형이 발바닥 통증을 호소하며 이같이 말했다.

세월호 가족 도보 행진단은 지난 26일부터 안산합동분향소에서 출발해 오는 2월14일까지 19박20일간 하루 평균 25km를 걸어 진도 팽목항까지 총 530km 구간을 이동하는 도보 순례를 하고 있다. 세월호 참사 300여일이 지났지만 아직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고 있지 못한 9명의 실종자 수색과 온전한 세월호 인양 및 진상규명을 촉구하기 위해서다.

지난 29일 조계종 노동위원회 노동위원 재마스님이 도보행진에 동참한데 이어 오늘은 도철스님과 조계종 노동위원회 위원들이 행진단에 합류했다. 새벽 찬 기운이 채 가시지 않은 오전8시, 대전역 앞에 삼삼오오 모인 사람들은 세월호 참사 대전대책회의 위원의 지휘로 2열종대로 줄을 맞춰 ‘잊지 않겠습니다’ ‘진실을 인양하라’ ‘책임자 처벌, 철저한 진상규명’ 등이 쓰여진 노란 몸자보를 두르고 행진을 시작했다.

특히 이날은 행진 시작 이후 첫 주말을 맞아 세월호 가족들에게 힘을 보태기 위해 뜻을 모은 사람들이 대거 동참했다. 전 일정을 걷는 세월호 희생자 및 실종자 가족 50여명과 교대로 참가하고 있는 단원고 2학년 6반과 7반 희생자 가족들을 따라 장애인, 시민, 인권 등 여러 단체 회원들도 행보를 같이 했다. 세월호 참사로 조카를 잃은 수녀가 속한 예수수도회 20여명도 눈에 띄었다. 이날 행진단은 대전역에서 출발해 서대전사거리를 지나 대전시청, 정부청사, 충남대, 월드컵경기장, 노은역까지 이동해 대전 시민들과 함께 촛불문화제를 가졌다.

행진단은 대전 시내를 이동하며 "세월호 가족 순례단입니다. 온전한 세월호 인양과 되돌아오지 못한 실종자 수습 그리고 진실을 촉구하기 위해 도보행진해왔습니다. 제2의 참사를 막을 수 있도록 함께해주십시오"를 연신 외쳤다. 짐을 넣은 가방은 시간이 갈수록 어깨를 짓눌렀다. 1월의 겨울 바람을 맨얼굴 그대로 맞은 탓에 피부는 트고 거칠어졌다. 자동차들은 행렬 바로 옆을 스치며 행진단을 위협했고, 맵고 싸한 매연 탓에 대화도 쉽지 않았다.

주말 대전 시내 도로 한 곳을 부단히 걸어가는 노란 물결을 본 시민들의 반응은 가지 각색이었다. 행진단으로 인해 잠시 정체된 교통상황에 불만을 품고 자동차 경적을 울리는 시민이 있는가하면 행진단의 모습을 보고 수군거리는 사람들도 다수였다. 지나가는 행인 누군가는 행진단에게 소리를 지르며 외마디 욕설을 던지기도 했다.

그러나 행진단에 힘을 실어주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2시간여의 행진 후 15분 정도의 휴식을 취하고 있던 행진단에게 박수를 보내는 이도 있었고 지나가던 차량 창문 밖으로 손을 흔들며 ‘힘내라’ 응원하는 시민들도 있었다.

대전에서 논술학원을 운영하는 김봉석(42) 씨는 주말 약속도 마다하고 2시간이라도 행진에 참가하기 위해 일부러 행진단을 찾았다. 김 씨는 “자식을 잃은 부모들이 거리에 나와 힘들게 행진을 하고 있는 것을 보면 아이를 둔 아버지로서 미안한 마음이 크다”면서 “세월호 문제는 정치가 아닌 생명의 문제로 바라봐야 하며 하루라도 빨리 진실규명과 인양이 이뤄져야만 한다”고 말했다.

단원고 고(故) 김도연 학생의 어머니는 “운동장에서 뛰어놀아야 할 250명의 아이들을 떠올리면서도 진실 규명을 위해 단 한 번도 목 놓아 울어 보지 못했다”면서 “지성이면 감천이라고, 정부와 국민에게 우리 마음이 통할 것이라고 믿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딸이 108배를 참 잘했다. 절에도 자주갔는데...”라면서 “두 번 다시 이런 참사가 발생하지 않도록 스님들도 함께 기도해달라”고 호소했다.

양한웅 노동위 집행위원장은 “세월호 희생자를 위로하는 49재나 천도재를 지내는 종교적 의식도 필요하지만 세월호 진상 규명과 인양을 바라는 가족들의 바람을 위해 불교가 행동으로 함께 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행진에 앞서 조계종 노동위원회 위원이자 최종길 민주노총 수석부위원장은 대표로 나서 행진단을 독려하기도 했다. “노동문제가 비단 노동자들의 문제만은 아닌 것처럼 이 땅의 인권과 생명의 이슈 앞에 누구도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면서 “정부가 나서지 않을수록 강력히 대응하겠다”고 당부했다.

한편 도철스님과 노동위는 오는 2월3일까지 5일간 도보행진에 동참하며 마지막 날인 2월14일에는 진도 팽목항을 방문해 세월호 가족에게 힘을 보탤 계획이다. 세월호 가족 도보행진단은 오는 2월14일까지 대전, 논산, 익산, 전주, 정읍, 광주, 나주, 무안, 목포, 해남을 거쳐 진도까지 약 100만보의 걸음으로 이동한다.

세월호 대책위는 “멈춰버린 시간 속에 누구보다 힘겨운 발걸음을 내딛고 있는 세월호 유가족들의 발걸음에 함께 동행해주십시오”라며 “진실규명과 책임자 처벌 없이 대한민국의 참사는 끝나지 않습니다”라고 호소했다. 이어 “추운 한파에 우리들의 발걸음이 더디긴 하지만 세월호 진실규명을 위한 발걸음은 멈추지 않을 것 입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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