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보다 당신이 먼저입니다> (주경스님 / 마음의 숲)

‘마음을 어떻게 쓸까’에 대한
명쾌한 해답을 엮은 에세이

잠시 걸음을 멈춰라
그리고 이유도 없이 바빠진
마음을 잠시 돌아보라.
그런 다음,
다시 한발한발
조심스럽게 내 딛어라

인생의 목적은 행복에 있다. 행복하기 위해 결혼을 하고, 자식을 낳으며, 사회에서 사람들과 어울려 산다. 하지만 좀체 행복이란 것에 다가서기 힘들다. 행복해질 방법은 무엇일까. 마음을 어떻게 써야 할까. 불교신문 주간으로 활동하고 있는 서산 부석사 주지 주경스님의 답은 명쾌하다. “법당에 와서 설법을 들어라. 설법을 듣지 않는 한 그런 마음 씀을 가르쳐주는 곳은 없다”는 호통이다. 이어 말한다. “당신이 행복해야 내가 행복해 진다. 나보다 당신이 먼저다.” 주경스님이 펴낸 에세이집 <나보다 당신이 먼저입니다>는 글로 엮은 법문집이다.

불교신문 주간 주경스님이 마음을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 에세이 법문집을 펴냈다. 김형주 기자

“우보만리라는 말이 있다. 소의 걸음으로 만리 먼 길을 간다는 뜻이다. 짧은 거리를 갈 때는 빨리 뛰어도 상관없다. 하지만 먼 거리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백 미터를 내달린 사람은 주저앉아 가쁜 숨을 몰아쉬어야 하지만, 십리 길을 천천히 걸은 사람은 숨이 차 헐떡거리지도 지치지도 않는다. 영국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현대인의 걸음속도가 10년 전에 비해 10% 빨라졌다. 스트레스와 업무 중압감이 커지고 마음이 바빠졌기 때문이란다…시간이 등 뒤에서 소리치며 쫒아오는 것도 아니고, 빨리 걷는다고 해서 특별한 이익이 생기는 것도 아니다. 잠시 걸음을 멈춘다. 그리고 이유도 없이 바빠진 마음을 잠시 돌아본다. 그런 다음 다시 한발 한발 조심스럽게 내 딛는다.”

주경스님은 책의 첫 머리를 마음을 비우는 습관에서 열었다. 마음을 비우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아무리 좋은 말을 들어도 잠시 뿐. 이내 마음은 고무줄처럼 원래자리로 돌아가려고 한다. 그래서 스님은 천천히 걷는 법을 훈련하라고 지적한다. 목적지를 향해 뛰다시피 걷지 말고, 소처럼 뚜벅뚜벅 걸으면서 마음을 가끔 쳐다보는 연습을 하라고 말한다.

천천히 가는 연습을 시작하면 이제 길을 찾는 방법을 알아야 한다. “자동차 길 안내가 아무리 좋다해도 운전자가 마음대로 가 버리면 목적지에 도착할 수 없다. 부처님과 스님들은 좋은 의사와도 같아서 삶을 치료하고 인생의 병을 고치는 법문을 제시해 준다. 하지만 이를 듣고 행하지 않은다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 알려주어도 가지 않는다면 그 길을 어찌 길이라고 할 수 있겠는가. 닫힌 길을 열수 있는 사람은 자신뿐이다. 온전히 본인의 몫인 것이다.”

맞는 말이면서, 또한 마음의 한편을 찌릿하게 찔러대는 말이다. 우리는 제대로 길을 가고 있는 것인가, 내 마음대로 운전대를 잡고 있지는 않은가를 한번 돌아보게 한다. 그러면 어떤 것이 바른 길일까. 스님의 법문은 이어진다.

“네 탓을 내 탓으로 하라. 모든 것의 중심은 나다. 요즘 세상에 흉흉한 일들이 많다. 그래서 일까. 여기저기 말들이 많다. 정부 탓이다, 지도자 탓이다, 손을 놓고 가만히 있는 사람들 탓이다, 탓! 탓! 탓! 하느라 바쁘다. 하지만 모두가 네 탓이라 말하는 세상에서는 어떤 답도 찾을 수 없다. 답답한 마음에 남의 탓을 하고는 있지만, 나를 둘러싼 세상을 통째로 바꿀 수 있는 방법은 존재하지 않는다. 세상 모두를 바꾸는 것보다, 나 하나가 바뀌는 편이 훨씬 수월하다.”

스님은 손바닥이 마주쳐야 소리가 나듯, 내가 먼저 따뜻한 말을 건네면 상대방이 화답하는 원리를 지적한다. 단, 따뜻한 상대의 응대가 즉각 오는 것이 아니다. 조금 시간이 걸린다. 화가 날 때도 마찬가지다. 즉각 반응하지 말고 상대가 화를 누그러뜨리고 생각할 수 있도록 조금 기다려야 한다는 것이다. 공덕을 베풀고 때론 서운함이 들기도 한다. 좀체 공덕의 반응이 오지 않기 때문이다. “감자는 3월에 심어 6월에 캐고, 벼는 5월에 심어 10월에 베다. 인삼은 6년을 기다려야 하는 지혜가 필요하다”는 것이 스님이 전하는 지혜로운 마음이다.

“종일 신호위반 한 번도 안하고, 과속 안하고, 법대로 안전운전을 하는 택시기사가 있다. 그런데 손님이 한명도 없다면 어떻겠는가. 그냥 빈손인 것이다. 중요한 것은 승객이다. 승객을 안전하고 빠르게 목적지에 모셔다 드리고 돈도 벌어야 보람을 느낄 수 있다. 이런 하소연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나는 정말 인생을 착하게 살았다. 그런데 인생에 소득이 하나도 없다’고. 그렇다면 한번 돌아봐야 한다. 과연 무엇을 내 인생의 승객으로 삼아야 할 것인가. 하루의 목표를 세우고, 한 달의 목표와 일년의 목표가 있어야 한다. 목표가 없으면 달성될 것도 없다. 승객없는 빈 택시와 같다. 원력을 세워라.”

책 곳곳에 마음에 새겨둘 법문이 많다. “원망을 원망으로 해결하려 하지 말자. 용서하고 잊어줌으로써 지워지는 것도 있기 때문이다. 내가 이해하고 용서하면 그것으로 소멸된다.” “어떤 상황에 휩쓸려 분노와 탐욕이 일어나면 그 순간 눈과 귀가 멀어버려서 제대로 보지도 듣지도 못하는 바보가 되어 버린다. 그럴 때 그 상황에서 한걸음 물러나라. 답이 온다.”

나만 먼저 달려가야 하는 이 세상에서 어떻게 마음을 내며 행복으로 다가설 수 있을까. 답은 법당에도 있고, 책에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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