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과 조울증

얼마 전 인기리에 종영한 ‘꽃보다 누나’에서 소탈한 모습으로 대중들에게 어필한 배우 김희애는 최근 ‘힐링캠프’에 출연하여 20대 때 조울증을 앓았었다는 고백을 했다. 당시에는 자신이 어떤 상태인지 모르고 연기에 몰두하며 힘들게 그 시간을 견뎠었지만 뒤늦게 정신과 의사와의 대화 중에 자신의 병명을 알게 되었다는 것이다.

우울증에 대해서는 이미 대중적으로 많이 알려져 있고 각박한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들 중에 우울증으로 치료받고 있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그러나 우울증과는 달리 조울증에 대해서는 제대로 이해하고 있지 못한 경우가 많다. 평소감정기복이 심한사람이나 이랬다저랬다 하는 사람을 보고 조울증이 아닌가 하지만, 단순히 감정기복이 심한 것만 가지고서는 조울증이라고 진단하지 않는다.

우울증은 말 그대로 우울한 기분이 지속되고, 여기에 수반되어 의욕저하, 식욕감퇴 혹은 폭식 등 식욕변화, 과수면 혹은 불면 등 수면변화, 집중력 감소, 자신감 저하, 자살사고 등의 증상을 보일 때 진단할 수 있다.

단순히 감정기복 심한 것 아닌

안 자고 안 먹어도 기운 넘쳐

상태 1주일 이상 지속되면 치료

조울증은 우울증과는 반대로 고양된 기분, 지나친 자신감, 말과 생각이 많아지고 잠을 자지 않고 먹지 않아도 기운이 넘치는 등의 증상을 보이는 ‘조증’상태가 나타나는 경우에 진단한다. 최소한 1주일 이상 지속되면서 이로 인해 가족관계, 사회생활, 학업 혹은 직장생활에 지장을 줄 정도로 문제를 일으키는 경우 반드시 치료를 해야 한다.

조증환자는 기분이 지나치게 좋아지고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지면서 과대한 계획을 세우고 몰두하는 경우가 많으며, 매우 예민해져 사소한 자극에도 화를 내고 공격적으로 변할 수도 있다. 평소보다 말이 많고 빠르며 머릿속에 생각이 끊임없이 떠올라 횡설수설하는 듯 보이기도 한다.

조울증환자는 반복적인 우울증의 기간을 겪을 수 있다. 이처럼 두 개 방향의 극으로 변화가 가능하여 공식적으로는 ‘양극성 장애 (bipolar disorder)’라고 한다.

조울증을 겪는 환자들에서는 우울증의 모습도 단극성 우울증과는 다소 다르다. 조울증에서 나타나는 우울증은 이십대에 발병하는 등 발병연령이 이른 편이고, 보다 만성의 경과를 가지며 치료가 더 어려운 경향이 있다.

또한 우울증과 조울증의 가족력이 더 많고, 항우울제에 대한 치료반응이 떨어지며 치료과정 중에 조증으로 전환되기도 한다. 폭식을 하거나 잠을 많이 자는 경우가 많고, 우울감이 지속되는 중에도 기쁜 일이 생기면 반짝 기분이 좋아지는 등 기분의 반응성은 유지되곤 한다. 우울증 환자에게서 이런 특징들이 관찰될 때 정신과 의사는 조울증의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진료를 하게 된다.

조울증은 단순한 우울증에 비해 만성적인 경과를 밟는 경우가 많고 재발을 반복할수록 다음 재발까지의 기간이 짧아져 생활전반에 지대한 영향을 끼칠 수 있다. 또한 우울증과 같은 기분장애의 범주에 있지만 약물이나 전반적인 치료방법에서 차이를 보이는 만큼, 가족 혹은 자기 자신이 조울증이 의심되는 증상을 나타낸다면 지체 없이 전문가와 상의하는 것이 바람직하겠다.

[불교신문3078호/2015년1월31일자] 

저작권자 © 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