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에는 다양한 종류가 있어서 편의상 조각·건축·회화·공예로 그룹을 짓는다. 불교공예의 범주로는 사리장엄을 비롯해서 범종, 향로, 금고(金鼓), 촉대(燭臺) 등이 있는데 대개 그 자체가 신앙의 대상이기보다는 장엄과 장식 또는 의식용인 게 특징이다. 얼마 전 부여 무량사 전패(殿牌) 3점이 보물로 지정되었는데, 그동안 목공예는 금속공예에 비해 상대적으로 연구가 소홀했고 지정문화재도 적었다는 점에서 반가운 소식이다.

사실 불교목공예 분야는 이동성이 높고 목재라는 특성상 보존성이 취약하여 문화재 보존과 안전의 측면에서 큰 관심을 보였어야 했다. 불교목공예로는 전패 외에도 불탁(佛卓)이나 불연(佛輦), 경장(經藏) 등이 있다. 목공예의 예술성은 조형성에만 그치지 않는다.

목재 겉면은 장식과 방충 등을 위해 채색되기 마련이라 회화성도 높다. 그야말로 종합공예로서의 위상을 갖추고 있는 셈이다. 목공예 연구가 활발하지 못했던 이유로 연대 추정이 어렵다는 평가가 있어왔지만, 울진 불영사 불패처럼 뒷면에 묵서로 조성연대와 배경이 적혀 있는 작품도 제법 많다. 기록문화재로서의 가치도 높다는 얘기다. 앞으로 목공예의 아름다움이 좀 더 다채롭게 대중에 선뵐 것으로 기대된다.

한편으론 이 분야의 전통 제작기법의 보존과 전수가 심각한 지경인 것도 알 필요가 있다. 중국 및 동남아시아에서 들여온 불상 불화 등 제품이 법당 안팎을 차지하기 시작한 지 오래되었는데, 목공예 분야도 마찬가지다.

불탁이나 경장은 물론이고 목어(木魚) 같이 비교적 큰 것도 점점 해외에서 건너온 제품에 자리를 내주고 있다. 전통미술 종사자들은 우리 불교문화의 정수를 이어온다는 자부심으로 일하지만, 제작비가 훨씬 낮은 외제의 범람으로 존립기반은 해가 갈수록 무너져간다. 이는 자칫 전통기법의 단절까지 이어질 수도 있다. 보물지정이라는 반가운 소식 이면에는 이렇듯 어둔 면도 있음을 알았으면 좋겠다.

[불교신문3077호/2015년1월28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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