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단 현실과 미래를 놓고 열리는 100인 대중공사는 한국 불교사에 최초의 일이며 종교계 전체로 확장해도 전례를 찾아보기 힘든 파격적인 자리다. 종단 집행부, 본사 주지, 중앙종회의원 등 종단을 대표하는 중진 스님들 외에 각 지역에서 활동하는 스님들과 선원 율원 강원 등 부문별 대표자, 재가자들까지 총망라하는 이 모임이 정례화 된다면 종단 내 각종 갈등을 대화로 해결하는 좋은 선례를 남기게 될 것이다.

우선 종단 집행부가 먼저 나서 대화의 자리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가장 큰 의미를 갖는다. 의견이 다양한 스님들이 모여서 각자 의견을 내놓다 보면 쓴 소리도 나올 수 있다. 그래서 한 조직을 대표하는 지도자는 비판이 싫어서 공개모임이나 토론을 기피한다. 이는 종교지도자도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런데 종단 집행부가 먼저 대중들의 의견을 듣겠다고 나섰다. 우리 종단사는 물론 다른 종교역사에도 일찍이 없는 초유의 일이다. 그래서 대중공사 소식을 들은 다른 종교 성직자들은 조계종의 열린 모습을 부러워한다는 전언이다. 재가자들까지 종단의 현실과 미래를 논하는 자리에 불렀으니 종교 단체에서 이런 파격이 없다.

대중공사는 부처님 재세 시부터 내려오는 고유의 승가 의사결정 방식을 오늘에 되살린 온고지신(溫故知新)의 좋은 사례다. 교주이신 석가모니 부처님께서는 승단 구성원 모두에게 동일한 권한을 보장하는 갈마(羯磨)를 시행했다. 만장일치제의 이 전통은 오늘날 한국불교에 대중공사라는 이름으로 전해져온다. 대중공사가 입법화된 것이 종단의 중앙종회와 산중총회이다. 승가 고유의 의사결정 전통이 ‘100인 대중공사’로 수렴된 것이다.

초법적이며 폭력을 수반하던 승려대회가 갖고 있던 대중의견 수렴이 평화적이며 긍정적 성격의 대중공사로 대체될 수 있다는 점도 획기적이다. 우리 종단사에서 승려대회는 중요한 순간마다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낸 대표적인 대중공사이지만 폭력적이며 초법적인 성격으로 인해 부정적 이미지가 강하게 남아있다. 집행부가 소통하지 않아서 생긴 문제점이다. 1년간 거의 전 대중이 한번은 참여할 것으로 기대되는 100인 대중공사는 참여자 규모면에서는 과거 승려대회를 능가한다.

이처럼 이번 대중공사는 종단 역사와 사회적으로 아주 중요한 의미를 띠고 있다. 중요한 의미에도 불구하고 참여숫자, 집행부 주도 성격으로 인해 비판적 의견도 적지 않다고 한다. 틀리지 않은 지적이지만 자리가 펼쳐졌으니 그 다음은 참여대중들의 몫이다. 쓴 소리, 귀담아 들어야할 이야기들을 많이 쏟아내 말 그대로 시끌벅적한 대중공사 자리로 만들면 된다.

이번 대중공사의 중요성과 파격성이 실감나지 않는 사람은 이런 상상을 하면 된다. ‘박근혜 대통령이 장관 도지사 여당 의원은 물론 야당, 시민단체, 일반 시민 등 1만 명을 불러 공개 토론하고 제기된 의견을 정책으로 반영하는 자리를 만들었다.’

[불교신문3077호/2015년1월28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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