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가자 수행열풍 어떻게 볼 것인가’ 불교학연구회 워크숍 현장

재가자 수행열풍의 원인은 무엇일까. 명상의 상품화 현상은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세상사에 대한 관심이 수행에 방해가 될까. 템플스테이 프로그램을 수행이라 할 수 있을까. 부처님 당시 재가불자들은 어떤 형태로 수행을 했을까.

하나같이 선뜻 답하기 쉽지 않은 질문들이다. 지난 25일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열린 불교학연구회(회장 조은수) 겨울워크숍에서는 이같은 주제를 놓고 출가수행자와 불교학자, 재가수행자 등이 한 자리에 모여 열띤 토론을 펼쳤다. 약 두 시간의 종합토론이 진행되는 동안 70여명의 참가자 가운데 단 한 사람도 자리를 뜨지 않는 등 큰 관심을 모았다.

명상의 상품화 현상, 옳으냐 그르냐

“현재 삼성그룹에서 신입사원을 대상으로 간화선을 바탕으로 한 인성교육을 하고 있다. 간화선을 기업의 인성교육에 접목해 가르치고 있는데 이를 단순히 선이 세속화된 사례로 여겨야 할까. 간화선을 통해 직원들이 마음을 잘 다스려 지혜를 계발해 보다 나은 상품을 만들고 인간관계를 회복하게 된다면 세속화된 선이 사회에 기여한 셈이 된다.”

박희승 한국문화연수원 교수는 불교학연구회(회장 조은수)가 지난 25일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연 겨울워크숍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재가자 수행열풍 어떻게 볼 것인가’를 주제로 열린 이날 워크숍에서 토론자로 나선 박 교수는 현재 전 세계적으로 일고 있는 명상 열풍의 원인과 전망, 한국 수행풍토의 문제점 등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개진했다.

수행 열풍이 사회 전반으로 퍼지고 있다. 산사는 주말이나 휴가철이면 사람들로 붐비고 바쁜 도심에도 명상센터는 하루가 다르게 늘고 있다. 불교 뿐 아니라 이웃종교에서 명상을 수련 또는 심성훈련으로 채택하고 있으며, 명상관련 수업에 스님과 신부, 목사 등이 함께 앉아 수업을 받는 모습도 흔한 일이 됐다. 반면 명상을 지나치게 상품화 하는데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이와 관련해 이날 박 교수는 “20시간 가르쳐서 받는 돈이 이전 직장의 한 달 치 월급과 맞먹는다. 선을 갖고 세속적인 삶을 살아간다고 할 수 있다”면서 “사회 공동체와 조직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에 세속화냐 아니냐로 구분하긴 쉽지 않다”고 말했다.

검증 안 된 수행단체…대안 필요

그러면서도 검증되지 않은 지도자나 단체가 늘어나는 현상에 대해서는 우려했다. 박 교수는 “모 단체에서 1주일 지도자 과정을 이수하는데 1500만원을 요구한다고 들었다. 입문 과정도 여러 단계로 나눠 운영하고 있다”며 “명상이 일종의 상품으로 등장한 대표적 사례인데 이는 반드시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선이나 명상을 통해 단순 이익이나 개인적 욕심 혹은 집단의 이익만 추구한다면 이는 명백하게 세속화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날 박 교수는 사회 일반에서 수행 열풍이 불게 된 대는 불교내적인 동기가 크게 작용했음을 강조했다. 박 교수에 따르면 광복 이후 정화운동의 주역으로 앞장섰던 선승들이 일차적으로 간화선 선풍 확산에 일조했으며, 이후 1980년대부터 90년대까지 불교대학을 중심으로 교학위주의 공부를 해오던 불자들이 교학만으로 한계가 있다는 것을 인식하게 되면서 실천 수행에 눈을 뜨게 됐다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이를 교학에 대한 충분한 공부를 마치고 선(禪)수행에 들어간다는 사교입선에 비유했다.

이어 불교외적인 요인으로 명상이 의학적으로도 치유효과가 있다는 학계 이론이 뒷받침 되면서 수행에 대한 관심이 더욱 높아지게 됐다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또 미국의 유명한 CEO 등 세계 비즈니스 리더들도 명상과 수행의 효능을 확산시키고 있다고 분석했다. 애플의 창업자 스티브 잡스의 획기적인 창의력이 참선 수행에서 비롯됐다는 건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자기가 하는 수행만 옳다?”

박 교수는 이날 “자기가 하는 수행은 옳고 남이 하는 수행은 틀렸다고 지적하는 일부 수행자나 단체가 있는데 한국불교는 이런 문제를 하루 빨리 정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가령 부처님 당시에는 화두라는 것이 없었으므로 화두 수행을 외도라고 비난하는 등 자기가 하는 수행만을 최상으로 여기는 수행풍토에 대해 강하게 비판했다.

박 교수는 “수행의 흐름을 통해 변화하는 과정에서 서로를 존중하고 인정하는 것이 부처님 가르침”이라며 “그래야 한국불교가 비약적으로 발전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이어 “재가자들이 수행을 하는데 있어 반드시 선지식에 의지해야 한다”며 “그 선지식이 꼭 출가 수행자는 아니어도 바른 견해(정견)을 갖춘 선지식에 의지해 공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불법승 삼보에 대한 현대적 해석 필요”

이날 토론자로 나선 해남 미황사 주지 금강스님은 “깨침 보다는 사람들의 삶이 더 중요하다”며 “귀중한 삶을 지혜롭고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도와주기 위해 수행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스님은 “지금이야말로 수행이 가장 필요한 시기다. 이 시대 유마거사를 어떻게 만들어 낼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며 “특정한 한 도인을 만들어 내는게 중요한 게 아니라, 재가자 수행 프로그램을 어떻게 다변화 할 것인지가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 불법승 삼보에 대한 현대적 해석의 필요성을 불교학계에 주문했다.

“부산의 수행문화, 전국으로 확산되길”

앞서 이날 워크숍에서는 윤종갑 부산대 교수가 ‘재가자 수행현황 부산지역 수행현황을 중심으로’, 중앙승가대 박사 재마스님이 ‘템플스테이와 재가수행’, 장재진 동명대 교수가 ‘한국불교에서 재가수행의 역사개관’에 대해 각각 발표했다.

윤 교수는 조계종부산연합회를 중심으로 한 부산 재가자 수행의 현황을 소개했다. 조계종부산연합회는 지난해 12월6일부터 오는 3월5일까지 90일 동안 부산지역 조계종 사찰 20여개 도량에서 2000여명이 참여한 가운데 안거수행을 진행하고 있다. 이 수행 프로그램의 가장 큰 특징은 개인적으로 점검하는 수행 시스템 외에 각 사찰 주지스님으로부터 점검을 받으며 함께 자자포살법회를 진행한다는 점이다.

윤 교수는 “조계종부산연합회에서 실시하는 이번 수행프로그램의 가장 큰 성과는 자신에게 맞는 맞춤식 수행프로그램에 따라 도반과 함께 수행함으로써 수행에 대한 의지와 중요성을 다질 수 있게 됐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즉 깨달음 자체를 목적으로 하기보다 일상의 생활 속에서 불자의 삶을 지켜나가는 원력과 수행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윤 교수는 “재가안거가 부산지역 불자들만의 안거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전국으로 확산돼 새로운 수행문화로 자리 잡기를 기대 한다”며 “한국불교가 더욱 발전하고 중흥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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