② 창원 우곡사 우담스님

고된 행자수업 평생 밑거름

전단향 가득 감로수 ‘유명’

정법 포교의 숨은 도량

“불자라면 모두가 수행을 처음 시작할 때의 그 마음가짐을 잃지 않고 평생 지녀간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초발심시변정각(初發心時便正覺)이라. ‘초발심 때가 바로 정각의 시간’이라 하지 않습니까? 제 스스로를 돌아보아도 어렸을 때 절에 와서 살았던 그때의 모습대로만 살아왔다면 아마 지금의 제 모습은 많이 달랐으리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절집에 와서 법랍만 오래되었지 후학에게 해 줄 말이 뭐 있겠습니까?” 조용히 말씀하시는 우담스님
<사진>의 이 한마디가 필자의 가슴에 깊은 울림을 갖게 했다. 그렇다. 어른 스님들의 말씀은 언제나 그러했다. “그저 절에 처음 왔을 때 그 마음으로만 살아라. 그게 중노릇 잘하는 거야.” 어른 스님의 그 말씀이 어디 출가수행자의 ‘중노릇’에만 해당되는 말인가, 불자라면 누구나 지녀야 할 말씀이 아니던가. 우곡사(牛谷寺) 우담(優曇)스님의 말씀도 여러 어른 스님의 말씀과 다르지 않았다.

우곡사는 경남 창원시 의창구 동읍 단계리 7에 자리잡고 있다. 절에 가려면 승용차를 타고가면 몰라도 대중교통을 이용하려면 물어물어 가야 한다. 절이 앉은 자리가 마을버스가 다니는 길에서도 산길로 5㎞를 가야하는 곳이다. 창원 버스터미널에서 자여(自汝)마을을 물어서 그곳에서도 또 산길로 가야 절에 이른다. 산속으로 난 찻길을 따라 올라갈수록 짙은 숲의 향기가 상쾌한 기분을 갖게 했다.

절을 품은 산 이름이 전단산이란다. 그러고 보니 절 주변 숲이 마치 전단향을 내뿜는 것 같았다. 우곡(牛谷)이란 말은 절을 품안에 안고 있는 산을 멀리서 보면 그 형태가 소가 누워있는 듯 해서 붙여진 이름이란다.

절 마당에는 맑은 물이 흘러나오는 수곽이 있다. 칠성각과 큰 법당 사이의 큰바위 청석(靑石) 가운데 구멍이 뚫려 물이 솟아난다. 국내에서 손꼽히는 명수(名水)로 소문이 나서 많은 사람들이 물 뜨러 온다고 한다.

우곡사 전경.

우담스님은 1968년 절에 왔다. 출가인연도 예사롭지 않았다. 형님이 운영하던 가게에 자주 들르던 스님이 몇 번이고 형님에게 “자네 동생 저놈 빨리 중 만들어. 그러지 않으면 10살을 채 넘기자마자 죽어.”

행자시절을 참으로 힘들게 보냈단다. 절에 가자마자 부엌 설거지에서 새벽 도량석에다 잔일 궂은 일을 가리지 않고 했단다. 천수경·반야심경 한 자 한 구절을 붓으로 쓰고 열심히 외웠단다. “한 자라도 틀리면 회초리 맞는 건 예사고 밥도 굶었어요.”

그런 시절을 보내고 수계했다. 능가스님(현 범어사 내원암 주석)의 상좌가 되었다. 강원에 가서 공부를 시작하니 행자시절의 수업이 큰 도움이 되었다. 웬만한 한자(漢字)는 이미 알고 있었으니까. 1977년 강원 졸업 후 동국대 선학과(84학번)를 졸업하고 대학원에서는 사회복지학을 전공했다. 1994년 범어사 내원암 원주 소임을 맡은 후 이 절을 맡게 됐다.

“자네는 이름이 우담이야. 우담바라 꽃은 3000년에 한번 핀다고 했지. 자네도 그 꽃을 한번 크고 화려하게 피워봐.”

스승의 가르침대로 우담스님은 그 꽃을 깊은 산중에서 활짝 피우고 있다.

[불교신문3075호/2015년1월21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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