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나눔실천, 올해도 ‘명예의전당’ 주력

지난해 5월 생명나눔실천본부(이사장 일면스님) 사무실에 두 스님이 나란히 걸어들어왔다. 라디오와 TV를 통해 일반에 잘 알려진 행불선원장 월호스님은 불교의 생명나눔운동에 조금이나마 힘을 보태기 위해 홍보대사를 결심하고 이 날 위촉장을 수여받기 위해 바쁜 와중에 사무실을 찾아왔다.

때마침 동국대 정각원장 법타스님도 한자리에서 만났다. 법타스님은 장기기증희망등록자 100명의 서약을 받고서 생명나눔이 실시하는 ‘장기기증 명예의전당’에 헌액됐다.

종립대학 정각원장을 지내면서 살필 일이 많았을텐데, 법타스님은 주변의 교직원과 학생들, 석림회 후배들까지 추천해서 이날 12번째로 명예의전당 훈장을 받게 됐다.

“금생에 여러 상을 받아봤지만 오늘 받은 이 훈장이야말로 가장 명예로운 영광입니다. 앞으로도 더 많은 동국대 가족들이 부처님의 자비를 실천할 수 있도록 장기기증 희망등록을 알리는 일에 앞장서겠습니다.”

이 자리에서 법타스님의 소감을 직접 들은 월호스님은 옆에 있는 직원들에게 한마디 했다고 한다. “명예의전당 훈장, 저거 참 탐나는데요. 도전해볼까? 하하하.”

◇ 부처님 상단에 올린 서약서

월호스님은 그 날 이후로 행불선원 법당게시판에 장기기증희망등록 안내문을 내걸고 신청서까지 올려놓았다. 안내문 옆에는 스님이 직접 자필사인한 장기기증 서약서도 함께 붙였다. 젊은 엘리트 불자들이 특히나 많이 있는 행불선원에 선원장 월호스님을 중심으로 ‘장기기증 바람’이 불었고, 얼마 지나지 않아 100명이 채워졌다.

생명나눔실천본부 직원이 소식을 듣고 달려갔더니 켜켜이 모아진 장기기증서약서 뭉치가 다름아닌 불단에 올려져 있었다.

신숙향 장기기증사업팀장은 “부처님 상단에 정성을 담아 쌓여있는 장기기증서약서를 받으면서 가슴이 울컥하고 코끝이 찡했다”며 “이토록 감동적인 사례는 처음이었다”고 했다. 행불선원장 월호스님은 열여덟번째로 명예의전당에 올랐다.

스스로 장기기증을 서약하기도 쉽지 않은 판국에 내가 아닌 남에게 생명나눔을 이야기하고 장기기증을 결심하게끔 마음을 움직이기란 결코 녹록치 않은 법. 2015년 1월20일 현재 명예의전당에 오른 20명의 스님과 불자들은 100명 이상에게 자비실천의 전법을 행한 주인공들이다.

포천 기갑호국사 주지 지일스님(명예의전당 제16호)은 군법당에 찾아오는 몇안되는 군장병들을 대상으로 생명나눔 설법을 해오면서 매번 네다섯명씩 서약서를 받아왔다. 불안한 정서로 전역날만을 기다리는 군장병들에게 안심법문을 설하면서 생명나눔의 자비실천을 독려하기란 어려웠을 터. 하지만 100명의 불자 군장병은 기꺼이 동참했다.

남양주 불암사에서 기도 스님 소임을 맡고 있는 묘봉스님도 5년간 차곡차곡 쌓아두었던 신도들의 장기기증희망등록서 100장을 통해 열아홉번째 명예의전당에 헌액됐다.

◇ 5년간 차곡차곡 쌓아둔 등록서

동화사 포교국장 소임을 맡았을 때 명예의전당 제9호로 헌액된 미수스님은 통도사와 해인사 운문사 등의 승가대학과 연계해서 장기기증캠페인을 열 수 있도록 다리가 돼주기도 했다. 이제 막 불가에 들어온 학인 스님들이지만 매번 100%에 육박하는 기록을 낼 정도로 장기기증 서약에 대한 참여율은 상당했다.

조계종 외 이웃종단의 참여도 열정적이다. 충주에 거점을 두고 있는 대한불교삼론종은 한국불교종단협의회에 소속된 종단이긴 하지만 일반에 잘 알려져 있지 않았다.

삼론종이 ‘생명나눔’을 화두로 삼고서 총무원장 지민스님이 명예의전당 제1호로 등록되자 이후 삼론종 종회의장, 총무부장, 종회의원, 사정원장 등 6명의 스님들이 명예의전당에 잇따라 헌액됐다. 총 700명의 삼론종 스님과 불자들이 장기기증희망등록에 동참한 셈이다.

한국불교태고종 종회의장 혜공스님도 2014년 1월 시무식날 그 자리에서 100명의 서약을 받아내고 명예의전당에 올랐다. 재가불자들도 명예의전당에서 예외일 수 없다. 최상균 광동고 교장은 교직원과 학생들을 대상으로 100명의 서약을 받아냈고 동국대 참사람봉사단 부단장을 맡고 있는 손재현 동국대 교수는 봉사단 차원에서 명예의전당을 헌액받은 뒤를 이어 본인이 단독으로 명예의전당에 오르기도 했다.

권용훈 생명나눔실천본부 기획실장은 “명예의전당에 헌액된 한 분 한 분의 사연들을 들어보면 다른 누구보다 스님들이 자비실천의 깃발을 꽂았을 때 그 뒤를 따라오는 불자들의 모습이 얼마나 아름답고 숭고한지 모른다”고 말했다.

권 실장은 “생명나눔을 실천하는 인연이라면 무엇을 못 나누겠는가, 인연이 참으로 지중하다”며 “승가대학에서 장기기증 캠페인을 하고 돌아와서, 어려운 살림을 살고 있는 승가대학의 경우 소정의 후원금을 보내기도 했다”고 전했다.

◇ “금생에 가장 명예로운 훈장”

생명나눔실천본부에서 지난 2013년 1월부터 명예의전당을 시작한 것은, 불자들에겐 스님들만큼 좋은 홍보대사는 없다는 판단에서다. 평생 불자들에게 법보시를 설하는 스님들이 생명나눔이야말로 가장 값진 보시행임을 설법한다면, 이를 역행할 이는 없다. 특히 장기기증을 서약한 스님의 뒤를 따라 기증등록을 한다면 누구나 덜 외롭게 죽음을 맞이하는 느낌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님들이 유독 장기기증 희망등록에 소극적이라는 선입견은 여전하다. 생명나눔실천본부가 2014년부터 ‘스님 1000분 모시기’를 타이틀로 건 이유다. 이에 한해평균 100여명 수준이었던 스님들의 장기기증 희망등록 현황이 무려 4배수에 달하는 421명이라는 쾌거를 거뒀다.

스님들의 동참율이 높아진 만큼 불교계 장기기증희망등록자는 2014년 현재 6500명에 달했다. 생명나눔실천본부는 지난 13일 생명나눔실천본부 이사장 일면스님의 명의로 400여명의 스님들에게 일일이 감사의 편지를 우편으로 발송하기도 했다.

권용훈 기획실장은 “장기기증희망등록이 활성화되고 있긴 하지만, 나라 전체 통계로 보면 5000만 인구 중 장기기증희망등록자는 2.6%에 해당하는 120만명에 불과하다”며 “또한 400여 국내 생명나눔 관련 단체 가운데 70%는 교회와 성당에서 운영하고 있는 실정이다. 전도활동을 목적으로 하는 개신교는 종단 차원에서 장기기증사업을 펼치고 있는 만큼 순수한 생명나눔과 자비실천 운동을 하는 우리 불교계가 보다 적극적으로 동참하고 관심을 가져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생명나눔실천본부는 올해부터 ‘108 희망운동’이라는 주제로 장기기증희망등록 활성화를 도모할 계획이다. 전국의 각 사찰별로 매월 9명의 신도를 추천해서 연말에는 108명이 희망등록에 서명해서 부처님의 자비사상을 실천하자는 계획이다. 매월 추천되는 신도들을 위해 해당사찰 대웅전에 ‘희망의등불’을 밝혀주는 등 다양한 ‘혜택’도 준비하고 있다.

■ 명예의전당이란?

생명나눔실천본부가 지난 2013년 1월부터 신설한 ‘장기기증 명예의전당 제도’는 장기기증 희망등록을 적극 홍보하고 희망등록자 추천 100명 이상을 달성한 회원을 격려하고 포상하기 위해 마련됐다. 명예의전당 이후 장기기증 희망등록 동참자들은 꾸준히 증가했다. 명예의전당에 헌액된 스님이나 불자는 생명나눔실천본부 차원에서 명예의 훈장을 수여한다.

[불교신문3076호/2015년1월24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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