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계절과 기분의 변화

추운 겨울을 보내면서 우리는 움츠러들기도 하고 움직이기 싫다는 생각이 잘 들기도 한다. 봄이 되면 겨울잠을 자는 동물들은 깨어나고, 나무도 새싹을 틔운다.

생물체가 계절의 변화를 느끼는 가장 큰 요인은 기온의 변화 보다는 ‘낮 길이의 변화’이다. 낮의 길이라는 것은 햇빛이 비치는 동안의 시간이다. 햇빛은 눈을 통해 뇌로 들어와 시상하부에 있는 생체시계에 들어온다. 생체시계는 외부에서 들어오는 빛의 양에 따라 멜라토닌이 생성되는 양을 조절하거나 호르몬 분비를 조절하여 생체를 계절에 맞게 적응할 수 있게 해준다.

많은 동물들은 이러한 계절적 변화에 맞추어 스스로 생리적 변화를 조절해 적응하면서 생존하고 있다. 겨울에 체온조절이 어려운 동물들의 경우에는 겨울잠을 자기도 한다. 사람의 경우에는 동물에서 보이는 계절적 변화가 거의 사라지고 관찰되지 않는다.

그러나 사람에서도 계절에 따른 변화를 보이는 경향이 일부 남아있다는 증거가 있다. 나라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자살률은 여름에 가장 높은 계절적 양상을 보인다. 출산율의 경우에도 대개의 나라에서 봄과 여름에 출산율이 올라가는 계절적 변화 양상이 관찰된다.

계절성 기분장애 예방

햇빛과 운동으로 가능

사람에서 보이는 계절에 따른 생리적 변화의 주요 현상 중의 하나가 기분과 식사, 수면 등의 영양 기능이다. 늦가을과 초겨울이 되면 일조시간이 줄어들면서 기분이 우울해지고 식사량과 수면양이 많아지는 경향을 보이는 경우가 있다.

사람들이 보통 ‘가을을 탄다’라고 하는 것은 이렇게 가을에 일조시간이 줄어들면서 생기는 기분 변화를 일컫는 경우가 많다. 남자들이 가을을 타는 경우가 많아 ‘가을 남자’라고도 하는데, 성 호르몬의 차이 때문에 남자들이 가을에 더 기분변화를 겪게 된다는 주장도 있지만 아직 근거가 부족하다.

‘봄을 타는’ 사람도 있다. 봄이 오면서 일조시간이 길어지기 때문에 가라앉은 기분이 호전되는데 이러한 기분변화를 ‘봄을 탄다’고 일컫는다. 어떤 사람들의 경우에는 봄에 오히려 기분이 가라앉는 사람들도 있다.

계절에 따른 기분의 변화나 식사, 수면 양상의 변화가 지속적인 경우에는 ‘계절성 기분장애’일 수 있다. 계절성 기분장애의 가장 흔한 형태는 늦은 가을부터 초겨울 사이에 기분이 가라앉고 늦은 봄부터 초여름 사이에 좋아지는 것이다. 이러한 타입은 보통 ‘겨울 우울증’으로 불린다.

체중의 유의한 증가, 식욕 증가, 수면 과다, 대인관계에서 예민함 증가, 팔다리가 납과 같이 무거운 느낌 등 비전형적인 우울증상이 ‘겨울 우울증’ 증상에 포함된다. 아침에 일어나기 힘들고, 에너지가 고갈된 느낌, 집중력 감소 등의 증상도 있을 수 있으며, 탄수화물이나 단 음식에 대한 식탐이 뚜렷해지기도 한다.

식욕과 체중의 증가 등의 증상으로 인하여 겨울 우울증이 비만, 당뇨 등의 대사증후군과 관련성이 높다는 연구 결과들도 있다. 계절성 기분장애에서 두 번째로 흔한 형태는 늦은 봄부터 초여름 사이에 발생하는 ‘여름 우울증’이다.

일반적으로 여름 우울증을 겪는 사람들은 불면, 불안, 짜증, 식욕감소 등 전형적인 우울증의 증상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계절성 기분장애는 남자보다는 여자에서 더 흔하게 관찰된다.

이 글을 읽고 ‘혹시 나도 계절성 기분장애가 아닐까’ 하는 걱정스러운 마음이 드는 사람들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다. 햇빛과 운동이 계절성 기분장애를 예방할 수 있는 요인이라는 연구 결과들이 있다. 춥다고 안에만 있을 것이 아니라 가벼운 운동을 해보는 것은 어떨까.

[불교신문3076호/2015년1월24일자] 

저작권자 © 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