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비 실천한 의정부 화재 '의인' 이승선 씨
“불교에서도 베풀며 살라고 하지 않느냐. 제 이름처럼 선(善)하게 살기 위해 노력할 뿐이다.”
지난 10일 130여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의정부 화재 현장에서 주민 10명을 구한 뒤 한 독지가로부터 3000만원을 주겠다는 제안을 거절한 이승선(51세)씨가 지난 16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이같이 밝혔다.
이승선 씨는 지난 10일 의정부 화재 현장을 지나던 중 불길에 사로잡힌 대봉그린아파트에 올라가 10명의 주민들을 구했다. 특히 지난 15일 이같은 선행에 감동받은 익명의 한 독지가가 이 씨에게 3000만원의 성금을 전달하려 했으나 이를 한사코 거절한 것이 알려지면서 이 씨는 대중으로부터 의인(義人)이라는 별명을 얻게 됐다.
이 씨는 “돈을 바라고 한 일도 아니고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이라며 “금액이 얼마인지도 몰랐을 뿐더러 ‘0’이 몇 개가 붙었어도 받지 않았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이 씨는 사고 다음날 놀란 마음을 다잡기 위해 천보산에 올라 마음의 안정을 되찾았다고 밝혔다. 이 씨는 “화재가 난 다음날 산에 올랐다가 은은한 풍경소리에 이끌려 절 안으로 들어갔더니 마당 한 가운데 앉아있는 부처님이 보이더라”면서 “비록 종교는 갖고 있지 않지만 물 한 컵 얻어먹고 한 숨 쉬고 왔더니 이런저런 상황에 차분하게 대처할 수 있도록 마음이 안정됐다”고 말했다.
아울러 “불교에서도 베풀며 살라하지 않느냐. 자비를 실천하는 훌륭한 사람들은 나 말고도 많다”면서 “내 이름에 ‘선’자가 들어가 ‘악’하지는 못하고 그저 착하게 살기 위해 노력할 뿐”이라고 전했다.
이 씨는 또한 “간판을 다는 직업을 가진 제가 그 자리에 있었던 것도, 그 상황에서 사람들이 저를 잘 따라준 것도, 모두 인연이 잘 돼서 그런 것”이라며 “살아가면서 한번씩 힘든 상황을 다 겪게 된다. 이왕 함께 사는 세상, 서로 어울리고 도와주고 살면 좋지 않겠냐”고 전했다.
이 씨는 “의인은 나 같은 사람이 아니라 그분(독지가)같은 분에게 쓰여야 하는 말”이라며 “그분은 한국에서 말만하면 다 아는 높은 분이라 하늘만 바라보고 사는 분인 줄 알았는데 암암리에 선행을 베풀고 있다는 것을 알고 오히려 내가 더 큰 감동을 받았다”고 전했다.
이 씨는 마지막으로 “이번 화재로 피해를 입은 주민들을 생각하면 가슴이 아프다”면서 “화재로 인해 다치고 집을 잃은 사람들을 생각하면 성금을 받는 것은 더더욱 원치 않는다”고 전했다.
난간에 매달려 간판을 달고 수선하는 일을 해 온 이 씨는 지난 10일 오전 출근을 하다 화재현장에서 주민 10명을 땅 밑으로 대피시켰다. 건물 간의 좁은 간격으로 인해 인명구조가 어려운 상황에서도 의정부 소방서와 협력해 건물 외벽을 타고 로프를 다루는 20여년간의 경험을 살려 신속하게 사람들을 구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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