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150여 ‘불교 복지관’
다양한 유형 자원봉사 ‘환영’

휴대전화 매장에서 일하는 K(28)씨가 올해 계획한 실천덕목 중 하나는 봉사다. 휴대전화를 둘러싼 갖가지 ‘민원’들로 하루에도 수십명의 손님을 상대해야 하는 K씨는 직장스트레스가 적지 않다. 봉사한다는 마음으로 임하지만 그렇게 마음먹기가 쉽지 않다. 고민 끝에 그가 선택한 방편은 ‘봉사’다.

일부러 집에서 다소 먼 경기도의 한 노인복지시설을 선택했다. 오가는 시간동안 마음가짐을 바로하기 위해서다. 남들 다 쉬는 주말에 돈벌이를 하거나 뭔가 나에게 돌아올 이득을 챙기는 것도 아닌데 시간을 내는 것이 어디 쉬운 일인가.

여주노인복지관의 연탄나눔 행사. 불교신문자료사진

K씨가 복지관에서 하는 일은 여러가지다. 외롭고 적적한 노인들의 말동무를 해주고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의 산책을 돕고 머리를 감겨서 말려드리고 어깨를 주물러 준다. 자식들에게 문자메시지를 대신 보내기도 하고, 손자들의 사진을 함께 봐주는 일도 한다.

어렵고 힘든 일은 아니지만 어르신들의 일상에서 K씨가 차지하는 비중은 상당하다. K씨 역시 어쩌다 일이 생겨 가지 못하는 날에는 마음이 쓰여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 주말 봉사활동 이후 K씨의 직장스트레스는 눈에 띄게 줄었다. 매장을 방문하는 손님들에게 좀더 친숙하게 다가가고 친절을 베풀게 됐다.

K씨는 “자원봉사를 시작하면서 하루하루가 달라졌다”며 “신기하게도 마음의 여유가 생겼고 자긍심도 높아져서 삶의 질이 한층 개선된 듯한 기분”이라고 했다.

초등학생 때 부모를 잃은 직장인 A(33)씨는 최근 ‘새 부모’가 생겼다. 자기만 남겨두고 너무 일찍 세상을 떠난 부모를 원망하면서 어렵게 살아온 그녀는 서른이 넘으면서 마음이 달라졌다. “저를 남겨두고 떠날 때 부모님은 얼마나 가슴이 아팠을까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이 시린다”는 A씨는 고심 끝에 직장에서 가까운 한 노인요양원을 찾아갔다.

날마다 퇴근 후 요양원으로 출근하면서 자원봉사를 시작했다. 노인들의 식사활동을 돕고 설거지를 하고 반찬도 직접 만든다. 회사일로 지친 심신도 요양원에 가면 신바람이 난다는 그녀는 “요양원에 계신 분들이 저를 딸처럼 아껴주고 사랑해준다”며 행복해했다.

조계종자원봉사단 활동도 ‘YES’

“봉사는 나도 남도 좋은 자리이타”

회사에 장기휴가를 내고 한달간 지방의 한 장애인복지시설에서 거주하면서 자원봉사를 한 Y(35)씨도 “한달 후 회사에 복귀했을 때 일상의 행복과 소중함을 만끽했다”고 했다.

“몸이 불편한 장애우들과 함께 생활하면서 그들의 손이 되고 발이 되어주면서 10여년의 직장생활을 되돌아보고 앞으로의 삶의 방향을 짚어봤다”는 그는 “한달간의 체험은 내 인생에서 가장 위대한 여행이나 다름없었다”고 말했다.

자원봉사는 해본 사람만이 그 맛을 안다. ‘돈 되는 일도 아닌데 없는 시간 쪼개서 뭣하러 봉사를 하나’라고 생각하면 착각이다. 불교에서 말하는 ‘하심(下心)’을 실천하고 겸손의 미덕을 갖추는데 봉사만한 것이 없다. 나의 손길이 필요한 이들에게 힘이 돼줄 때 나에게는 더 큰 힘이 쌓이고, 내 시간을 타인에게 내줄 때 더욱 여유로워지는 법.

불자라면 특히 나와 남이 둘이 아님을 봉사활동을 통해 체득할 수 있다. 전국적으로 분포되어 있는 불교계 복지시설이 여러가지 유형의 자원봉사 프로그램을 갖고 불자들을 기다리고 있다. 특히 장애인과 노인계층을 타깃으로 한 불교 복지관(<표>참조)은 더욱 자원봉사자를 필요로 한다.

불자들이 실천할 수 있는 자원봉사는 조계종사회복지재단 부설 조계종자원봉사단을 통해서도 선택할 수 있다. 조계종자원봉사단은 지금도 재단 산하 복지시설과 병원, 공공기관에서 자비나눔을 실천하고 있다.

전국적으로 2만여명이 넘는 이들 봉사단 가운데 직할봉사단은 사회복지재단에서 직접 교육하고 양성한 ‘전문 봉사단’이다. 자원봉사자의 역할과 자세는 물론 염불자원봉사 호스피스자원봉사 등과 같은 전문분야별 교육이 시행된다. 직할봉사단은 매월 복지재단 산하 복지시설과 병원 등에서 교육지원, 간병, 목욕, 배식, 이미용 봉사, 염불봉사, 김장, 연탄배달 등의 활동을 펼친다.

해외구호활동에 관심이 있다면 관련 단체에 문의해서 자원봉사를 할 수 있다. 불교계가 운영하는 국제구호단체는 지구촌공생회, 로터스월드, 더프라미스, 월드머시코리아, 하얀코끼리, 위드아시아 등 다채롭다. 세상은 넓고 봉사할 곳은 무궁무진하다. 올해는 나도 한번 ‘봉사’라는 걸 해보면 어떨까.

[불교신문3074호/2015년1월17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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