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수록 심각한 사회문제 대안은 ‘불교상담’이다

할아버지뻘 노인을 빤히 쳐다보면서 담배를 피워대는 여중생, 짜증나서 엄마를 죽인 아들, 돈 몇푼 때문에 키워준 할머니를 살해한 손자…. 이게 다 예절과 윤리를 모르고 막자란 요즘 애들의 문제라고들 한다. 그런데 애들 뿐인가.

손주뻘 어린이를 성추행하는 변태 할아버지도 있고, 얼마 전엔 생계문제로 아내와 두 딸을 살해한 40대 가장도 나왔다. 사회 구석구석 집안 곳곳이 갈등과 마찰로 곪아터지면서 인간관계가 처참하게 붕괴되고 있다. 매일 아침 조간신문 사회면을 펴보기가 겁난다. 이제 왕따 당한 초등생이나 성적에 비관한 고등학생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뉴스 정도는 충격도 아닌 지경이 돼버렸다.

일반 상담학 기저에는

서구식 심리학 기반돼

불완전한 인간상 전제

불교상담선 인간관 달라

보편적 본래면목 ‘불성’

상담ㆍ수행으로 경지 닿아

오죽 절박했으면 사람이 사람을 죽였을까 싶지만, 되짚어보면 이들의 아픔과 현실은 일반 사람들의 삶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극악무도한 범죄를 저지른 인면수심(人面獸心)의 인간들도 처음엔 일반인과 다르지 않았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돈을 벌고 가족을 부양하고 자식을 키우면서 평범한 일상을 살아간다.

문제는 그 속에서 빚어지는 온갖 유형의 문제들을 어떻게 잘 풀면서 살아가는가에 있다. 마음속에 쟁여두고 묵히고 삭히면서 처음엔 별것아니었던 상처를 키우는 사람도 있고, 자신에게 벌어지는 나쁜 문제들의 원인을 죄다 다른 사람에게 전이하는 습관을 가진 이들도 많다. 이런 부류의 사람들에게, 상담은 명약이다.

◇불교상담, 불교심리학에 기반

상담의 효용성을 예를 들어 설명한다면? 한 남성이 길을 가는 여성의 어깨를 갑자기 힘껏 밀어쳤다고 치자. 여성은 미친 남자인가 싶어 깜짝 놀랄 것이고, 불쾌함과 통증을 동시에 느끼면서 고통을 호소할지 모른다. 하지만 몇초 후. 인도까지 진입해서 그 여성을 덮칠뻔했던 오토바이를 목격한 남성이 여성을 구하기 위해 했던 행위라면?

이 사실을 인지한 여성에게 불쾌함과 통증은 처음처럼 여전할까. 상담은 이같은 과정을 거친다. 알고보면 별것 아니라는 것을, 인지하고 나면 원인은 전혀 다른 곳에 있었음을 깨우쳐준다.

상담은 심리학에 기반한다. 인간문제는 인간심리에서 비롯됐기 때문이다. 일반 심리학은 알려진대로 프로이드나 융이 연구한 서구식 학문체계를 받아들여 정립됐다.

불교상담학 체계가 정립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사진은 불교상담개발원이 지난 12월 진행한 불교상담사이버대학 면접상담실습과 공개사례발표 모습.

서구심리학은 인간심리의 무의식에 무게중심을 두는 ‘심층심리학’과 인지와 행동 중심의 ‘표층심리학’, 욕망과 영성 등 고차원적인 정신세계에 주안점을 두는 ‘인간중심심리학’으로 나뉜다. 불교상담은 이같은 서구심리학에 불교심리학을 적절히 융합하는 형식을 취한다.

불교심리학의 골자는 불교적 인간관에 있다. 프로이드와 융이 내세운 심리학 저변에는 정신세계가 불완전한 정신질환자를 타깃으로 한 반면, 불교심리학은 인간의 보편적인 본래면목을 전제로 했기 때문이다. 서구심리학과 불교심리학은 인간을 바라보는 출발점부터 다른 셈이다.

불교에서 인간을 바라보는 방편 중 오온과 불성을 전제로 했을 때, 오온에서 불성으로 가는 과정에 촉매제로서 불교상담의 역할이 절실하다. 불교상담은 누구나 붓다가 될 가능성이 있으니 그것을 발현하도록 도와주는 행위다. 불교상담을 통해 생로병사로 생긴 숱한 번뇌와 싸우면서 이를 극복하고 마침내 해탈의 경지까지 이를 수 있을지 모른다.

◇佛性 발현 ‘촉매제’…불교상담

불교상담은 여타상담에 비해 치유기간이 비교적 짧다. 할리우드 명감독 우디앨런의 경우 8년여간 정신상담을 해온 것으로 알려질 정도다. 불교상담이 단기에 치유가 가능한 것은 인간 본래면목이나 불성, 실존과 같은 기본적인 ‘바닥’을 한번 보여주는 효과다. 여기에 비춰서 집착을 여의고 마음이 흘러가는 것을 알아차린다면, 상담효과는 엄청나다.

◇분노 분리하고 원인 파악하기

불교상담의 첫 번째 치유과정은 ‘분리’에 있다. 마음현상이 ‘나’가 아님을 깨우치고 분리만 시키면 객관화시킬 수 있는 능력이 생기고 문제의 그것을 그저 바라볼 수 있다. 보통 번뇌는 ‘분노=나’라는 생각에서 출발한다. 하지만 분노를 나와 분리한다면 상황은 달라진다.

아프리카 아이들이 몇분에 한명씩 죽어가는 아픈 현실보다, 당장 내일 내가 치과에 가서 스캘링하는 것을 더 중시하는 상황과 같다. 썩은 치아를 치료하기 위해 의사가 드릴로 이빨을 뚫으면 소름끼치는 통증을 수반해도 분노가 생기진 않는다.

즉 이 분노가 내 분노가 아님을 알게 되면 고통은 눈녹듯 사라지는 법. 불교상담의 두 번째 치유과정은 ‘원인 알기’다. 연기(緣起)적 사유방식이다. 불교상담에서 연기란 ‘원인과 결과에 대한 앎’이다. 분노를 분리시킨 뒤 원인을 제대로 파악하는 방식의 상담으로 치유효과는 탁월하다.

불교상담학은 아직 체계가 잡혀있지 않다. 서울불교대학원대학교와 동방대학원대학교와, 동국대 등에서 불교상담을 전공한 이들이 몇몇 있지만 불교상담학의 학문적 연구와 체계는 미미한 실정이다.

불교상담학회와 불교상담개발원 등에서 불교상담 자격을 부여하고 불교상담사를 양성하고 교육시키고 있지만 불교상담이 명확하게 자리매김하고 있지 않아 ‘명상상담’ 등 불교상담 유사영역들이 똬리를 틀고 있다. 지난해 불교상담대학원설립추진위가 발족한 것도 불교상담 전문인력 양성을 위한 움직임이다. 향후에는 불교상담교육관을 개설하고 사찰마다 전문상담실을 설치하는 방안도 모색하고 있다.

불교상담학적으로 진단하고 불교상담적인 절차를 거쳐 치유되는 과정까지의 매커니즘이 부재한 현실에서 불교상담학자들의 역할은 사뭇 절실하다. 시중에 나온 불교상담 관련 서적은 대부분 불교교리와 부처님 전생설화를 상담케이스에 끼어맞춘 것이다. 부처님의 가르침과 불교적 수행을 접목시켜 불교상담의 체계와 매커니즘을 명명백백 밝혀주고 있는 책은 전무하다.

불자 상담사가 상담하면 불교상담이고, 스님이 상담하면 불교상담인가. 부처님 가르침을 상담에 어떻게 융합시켜서 마음수행을 하고 번뇌를 씻어내는가에 집중하는 것이 불교상담이다. 불교상담은 요컨대 ‘친절한 불교학’이나 다름없다.

도움말: 윤희조 서울불교대학원대학교 불교상담학 교수

[불교신문3074호/2015년1월17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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