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눈에 보는 ‘SNS 스님들’ 을미년 새해덕담

해가 바뀌거나 명절때만 되면 스마트폰으로 숱한 ‘인삿말’이 불청객처럼 날아온다. 하다못해 대리운전 회사에서도 ‘고객관리’ 차원에서 다양한 형식의 홍보문구를 발송한다.

관리와 홍보를 위해 불특정 다수에게 마구잡이식으로 상업적 문자를 남발하는 요즘, 글자 하나 신중을 기해 정법을 전하려는 스님들의 SNS 을미년 새해덕담은 받는 이들의 마음을 지펴준다.

도정스님이 올린 ‘고무신’.

경주 중흥사 불이선원장 월암스님이 전하는 ‘송구영신’은 스님 자신의 성찰로 시작된다. “속절없이 흘러가버린 한해라는 세월의 매듭속에 은혜를 사랑으로 갚지 못하는 가슴 저미는 사문이 있다.” 월암스님은 “본래의 면목을 깨우쳐 참나로 오롯이 살고자 마음자리 갈고닦은 흉내로 치달아온 사십년”이라고 돌아보면서 “이제 명경(明鏡) 하나 간직하여 회향의 햇무리를 곱게 보듬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스님은 “부디 인연있는 모든 이가 참나로 주인공이 되어 행복하기를, 해탈하기를 천 손 천 눈을 빌어 기도한다”면서 ‘내일이면 찬란하게 다시 떠오를 일광보살을 향해’라고 발원했다. 월암스님은 이어서 장문의 글을 통해 참나에 이르는 방법을 친절하게 설명하기도 했다.

요지는 “대상을 알아차리는 그 마음만 바라보고 알아차리면 된다”는 것. “일념이 만년이 되게 하라. 화두일념이 현전하면 육근 문턱에 자금색 둥근 해가 붉게 떠오를 것이라는 말로 마무리했다.

조계종 원로의원 원경스님의 1월1일 SNS 새해덕담도 눈길을 끈다. “닭이 울었다고 새벽이 온 것이 아니듯 1월1일이 되었기에 새해가 된 것은 아니다.”

원경스님은 “새해는 지난해를 옛 것으로 규정하는 자에게만 새해가 되는 것”이라며 “옛 것으로 규정한다는 것은 더 이상 옛 시간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원경스님의 새해덕담 마지막 구절 역시 큰 울림을 주기에 충분하다. “이제 더 이상 과거가 나를 지배하지 않도록 거기에 집착하지 말고 역사가 보여준 아름다운 선(禪)의 구상을 새로 주어지는 을미년 새해 화판에 그려야 하겠습니다.”

카카오톡 카카오스토리와 밴드 등을 통해 재가불자들에게 날마다 요긴한 생활법문을 배달하는 부산 혜원정사 주지 원허스님의 신년덕담 역시 불자들의 마음에 등불을 밝혀준다. 원허스님은 ‘우생마사(牛生馬死)’라는 사자성어를 들어 삶의 나침반을 제시했다.

원래 말이 소보다 수영을 훨씬 빨리 잘하지만, 홍수가 나면 말은 물살을 거슬러 빨리 빠져나오려고 발버둥 치다가 지쳐서 죽는 반면, 소는 물살을 따라 헤엄치면서 조금씩 육지 쪽으로 다가가 살게 된다는 이야기다.

원허스님은 또 티베트 린포체들의 법담을 인용해서 덕담을 대신했다. “자기 자신을 주시하라. 자기 마음이 감각에서 나오는 것에 삼키우지 않도록 하라. 무언가를 냄새 맡고 만질 때마다 마음을 잃지 않도록 하라. 현재의 자각을 유지하고 근원적인 본연의 마음에 집중한 채 쉬면서 모든 것을 동일하게 여겨라.”

도일스님이 올린 ‘지족상락’.

양주 오봉사 석굴암 주지 도일스님도 SNS포교에 활발한 스님이다. 스님은 직접 촬영한 사진과 글씨를 함께 올려서 불교와 스님에 더욱 친근함을 느끼게 해준다. 신년을 맞아 도일스님이 전한 ‘지족상락(知足常樂)’은 ‘만족할 줄 알면 항상 즐겁다’는 뜻의 덕담이다.

특히 스님은 불자로서 경계해야 할 모습을 직접 언급하면서 참불자의 길을 제시하기도 했다.

스님은 “절에 와서 100일이고 1000일이고 간절하게 부처님께 무릎이 닳도록 절을 하고 자녀들 대학입시 합격을 하게 해달라며 기도를 하지만, 발원대로 소원이 이뤄지고 나면 불심이 사그라지는 불자들을 자주 본다”라고 하면서 “참불자로서 한점 부끄러움 없는 을미년이 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페이스북에서 단연 스타로 자리를 굳히고 있는 하동 쌍계사 국사암의 도정스님은 흙묻은 고무신 사진을 올리면서 의미심장한 시를 게재했다. “부처님 뵈러 들어갈제 댓돌위에 고무신. 내 마음 속 단속하는 일인 줄 알았건만. 오늘에 다시 안 것은 뒤따르는 이의 고운 마음 흩트리지 않는 배려였다네.”

백제불교회관의 장곡스님도 페이스북에서 “도를 닦는 사람은 마른풀을 가진 것과 같아서 불이 오면 마땅히 피해야 한다”며 탐욕을 경계하는 덕담을 실었다.

해남 미황사 주지 금강스님은 세월호 참사를 독화살에 비유하면서 지혜로움이 실종되고 욕망과 거짓이 통하는 사회를 걱정했고, 불교상담개발원장 도현스님도 “새해에는 복을 많이 받기보다 억울한 사람 안타까운 죽음이 없길 바란다”며 “모두가 인간답게 사는 삶을 발원한다”는 말로 새해덕담을 대신했다.

 

[불교신문3073호/2015년1월14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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