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세시풍속

오인스님 지음 / 운주사

우리 세시풍속의 유래와 내용을 기록한 <동국세시기>에 따르면 단옷날 직지사에서는 씨름대회가 열렸다. “충청도 금산지방 풍속에 단옷날이 되면 소년 무리들이 직지사로 모여 씨름대회를 갖는다. 이때 사람들이 모두 모여 누가 이기는지 내기를 건다. 소문을 듣고 구경나온 사람이 수천 수백을 헤아리며 해마다 이렇게 한다.”

지금 이 풍습은 기록에서만 확인할 수 있다. 이같은 풍습을 사찰 경내에서 행했다는 사실조차 제대로 알지 못한다.

1월1일부터 12월31일까지 일 년 동안 수행자들은 어떻게 생활하고 사찰에서는 어떤 일들이 일어나고 있을까. 저자 오인스님은 불교세시를 월별, 일별로 정리해 보면 불교 내 상당수 세시풍속들이 존재했음을 알 수 있다고 강조한다.

이런 세시풍속 가운데 현재까지 유지돼 실행되는 것이 있는가하면, 안타깝게도 완전히 사라져 버린 것들도 많다.

한국과 중국 문헌들 속에서

세시풍속 관련 내용 집대성

월 일 별로 새롭게 편집 해

유래와 변천사 한눈에 제공

현재 실행되는 것도 있지만

자취 찾기 힘든 사례도 많아

새해 첫날 행하던 한국불교 고유의 풍속인 법고(法鼓)와 재미(齋米, 제사에 공양할 쌀)도 지금은 모습을 감춘 여러 풍습 가운데 하나이다. 이는 스님들이 1월1일 북을 치며 거리를 다니거나 각 가정을 방문해 권선을 한 것이다.

정조 때 북학자 유득공이 쓴 세시풍속지 <경도잡지>에는 “1월1일 스님들이 북을 지고 거리로 나와 치고 다니는 것을 법고라 한다. 모연문을 펼쳐 놓고 방울을 두드리며 염불하는 자도 있고, 쌀자루를 메고 대문 근처에서 재를 올리라고 소리치기도 한다”고 기록돼 있다.

<열양세시기>에도 “1월1일 스님들은 섣달그믐 자시가 지나면 문밖을 돌며 큰 소리로 재미를 청한다. 이 소리를 듣고 서로 돌아보며 ‘벌써 새해가 되었네’하며 새해인사를 나눴다”고 전하고 있다. 그러나 정조 때 스님들의 도성출입이 금지되면서 이 풍속도 사라지고 만다.

1월1일 스님들이 절에서 만든 떡을 갖고 내려와서 민가의 떡과 바꾸던 풍습도 있다. ‘승병’이라고 한다. <경도잡지>와 <동국세시기>에는 “속세의 떡 2개를 절의 떡 1개와 바꾸는데 이는 어린아이들이 마마(천연두)를 잘 넘길 수 있기 때문이다”고 전한다.

24절기 중 낮이 가장 짧고 밤이 긴 동짓날, 사찰에서는 아침예불 때 각 단에 팥죽을 올린다. 오늘날에는 전국 사찰과 불교단체에서 소외된 이웃과 함께하며 나눔을 실천하고 있다. 불교신문 자료사진

승병을 먹은 아이들은 그 해에 천연두에 걸리지 않는다고 믿었다고 한다. 의학이 발달하지 않았던 시절, 전염병을 피하고자 하는 서민들의 염원이 담겨 있었던 풍속이다. 그러나 지금은 스님도 신도도 승병의 유래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한다.

4월 초파일 불법과 좋은 인연을 맺으라는 의미에서 콩을 나눠주는 ‘결연두(結緣豆)’라는 풍습도 있었다. 큰 그릇에 일정 분량의 콩을 준비해 콩 한 알에 부처님 명호를 한 번 부르면서 다른 그릇으로 옮겼다는 점이 이색적이다. 이렇게 각자가 염불한 콩을 절에 가져와서 나눠줬다고 한다.

결연두를 먹는 사람도 한 번 염불하고 콩을 한 알 먹었다. 결연두의 조리법 또한 다양했다. <경도잡지>와 <동국세시기>에서는 콩을 볶아 소금을 살짝 뿌린다, <제경세시기승>에서는 ‘절인 콩을 나눠주는데 차와 함께 낸다’고 적혀 있다.

안타깝게도 지금은 전승되고 있지 않은 풍속이다. 스님은 “지금도 신도들에게 쌀을 가지고 염불해 그 쌀을 공양미로 올리도록 하는 것은 이러한 풍습의 흔적임을 알 수 있다”고 밝혔다.

저자는 한국과 중국의 세시풍속 관련 문헌은 물론이고 <대반열반경>과 <백장청규> 등 불교경전 및 선문헌, <대당서역기>, <삼국유사>와 <조선왕조실록> 등 방대한 문헌을 조사했다.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불교풍속 관련 기록을 모아 세시풍속들이 발생한 유래와 의미를 체계적으로 밝히고 있다.

오인스님은 “청규 및 수행생활에 관해서는 논문이나 단행본으로 결과물이 있지만 불교세시풍속 관련 연구는 대부분 불교 4대 명절이나 연등회 등에 집중돼 있다”며 “불교세시에 대한 관심은 물론이고 그 현황이나 규모에 대한 인식 또한 낮은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문헌을 중심으로 불교세시기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유래와 변화를 고찰하고, 향후 현장조사를 통해 후대 기록으로 남기는데 목적이 있다”며 “연구 성과들을 토대로 소멸된 불교세시풍속을 재탄생시키고, 다시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인스님은 1981년 수덕사 견성암으로 출가했다. 1997년 중앙승가대 불교학과를 졸업하고 2000년 일본 불교대학 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2005년 동대학에서 <동아시아에 있어서 오대산 문수신앙>으로 문학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중앙승가대 승가학연구원 전임연구원 및 강사, 동국대 강사 및 겸임교수 등을 역임했으며, 현재 조계종 교수아사리 소임을 맡고 있다. 주요논문으로 <불교문화 삼원론>, <한국 비구니선원 수행과 생활문화>, <불교문화와 수행>등이 있다. 

[불교신문3068호/2014년12월20일자] 

저작권자 © 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