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무각사, 신도들 십시일반 무연고 영가 49재 봉행

불자들이 십시일반 뜻을 모아 무연고 영가의 극락왕생을 발원하는 49재를 올리고 있어 훈훈한 감동을 주고 있다.

지난 17일, 광주 무각사 대웅전 영가단에 제물이 올려졌다.

연고가 없는 독거노인의 마지막 가는 길에 부처님 말씀을 들려주기 위해서였다. 
초재가 열린 이날 영가의 주인은 며칠 전 간암으로 세상을 하직한 최오남(75)씨.
최씨는 노인연금 20만원과 생계급여 28만원으로 근근이 살아가던 무연고 독거노인이었다.
부모에게 버림받고 평생 홀로 살아온 최씨는 세상을 떠나면서 자신보다 더 불우한 이웃을 위해 보시행을 했다. 

"제가 죽은 뒤 아파트 보증금과 통장에 남은 돈이 있다면 모두 어려운 이웃을 위해 드리고 싶습니다." 불우이웃에게 써달라고 장수노트(임종기록부)에 유언을 남긴 것이다. 최씨의 전재산은 현금 40만 원, 아파트보증금 139만 원, 통장 잔액 9만8000원이 전부였다.  

이 소식을 들은 무각사 주지 청학스님은 이달 관음재일 법회에서 최씨의 극락왕생을 발원하는 49재를 제안했고, 신도들이 뜻을 모아 천도재를 준비키로 했다.
법회를 마치고 모인 성금은 총 60여만원. 신도들은 초재와 막재 제물을 준비키로 하고 청학스님이 부처님 말씀을 들려주는 법주가 되었다.

청학스님은 초재에 앞서 “마지막 떠나는 순간까지 나눔을 펼친 최씨 어르신의 보시행은 매우 값진 것이다”며 “자신보다 이웃을 더 생각하며 살아온 어르신의 마지막 가는길이 외롭지 않도록 함께하자”고 말했다.

이날 천도재에는 최씨의 마지막을 지킨 방문요양사 이순자씨가 함께 했다. 이씨는 매일 최씨의 집을 방문해 음식을 해주며 도움을 주었다. 
최씨를 간병하던 이순자씨는 “최씨 어르신은 영구임대아파트에서 20여년 기거했지만 알고지내는 이웃하나 없을 만큼 외롭게 사셨던 분이다”며 “무각사 신도들이 어르신의 마지막 길을 배웅해 주어 좋은 곳으로 잘 가실 것이다”고 울먹였다.

한편 고 최오남 영가의 49재는 신년 1월 28일 무각사 대웅전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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