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화가 이수예 제6회 개인전

올 한해 불모(佛母) 가운데 가장 ‘핫’한 인물을 꼽으라면 바로 이수예 불화가라고 말할 수 있다. 그는 보물 1342호 미황사 괘불을 모사한 작품을 전시하면서 크게 각광 받았다.

불교계뿐 아니라 일반사회도 적극 호응하면서 전시회 기간을 일주일 더 연장하는 이례적인 현상도 발생했다. 대형 행사를 치르고 잠시 숨고를 사이도 없이 그는 또 다른 대작불사를 내놓았다. 이번에는 부산 범어사 대웅전에 초점을 맞췄다.

올해 가장 주목받은 불화가인 이수예 작가가 범어사 대웅전 단청을 주제로 전시회를 연다. 대웅전 천장의 문양들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작품은 ‘현대불화’를 창조하고 싶은 작가의 원력을 담고 있다.

이수예 불화가는 범어사 대웅전 단청을 소재로 ‘아름다운 빛깔 단청’을 제목으로 하는 전시회를 마련했다. 미황사 괘불처럼 범어사 대웅전도 ‘보물’(국가지정문화재 보물 제434호)이다. 그렇다면 미황사 괘불과 작품의 궤를 같이 하고 있지 않을까.

미황사 괘불의 그것처럼 하나하나 똑같이 재현해낸 모사도를 기대하고 있던 생각은 도록을 보는 순간 날아갔다. 아기자기하고 예쁜 문양이 가득한 작품집은 대웅전이라고 할 때 떠오르는 옛 것이라는 관념을 무색케 했다. 오히려 이것이 과연 대웅전 혹은 불교가 가진 문양일까 할 정도로 현대적이고 세련된 모습이 눈길을 끌었다.

300년 전 조성된 대웅전

천장의 단청 문양임에도

현대적 세련된 모습 ‘감탄’

“시대성과 현재성이 반영된

현대불화 창조에 최선 다할터”

이수예 불화가가 이번 전시회를 통해 보여주고 싶었던 것도 여기에 있다. 불자라면 누구나 사찰에 가고 법당에 들어가 부처님 전에 참배를 한다. 하지만 부처님에게 절하는 것에만 집중할 뿐 법당을 꾸미고 있는 장엄된 예술작품에는 관심이 없다.

‘범어사 대웅전 단청’도 마찬가지다. 범어사 대웅전에 간 사람은 많지만 이수예 작가가 선보인 아름다운 문양이 이곳에 원래 있었다는 것을 인식한 불자는 얼마나 있을까.

이 작가의 작품은 모두 대웅전 천장에 있는 문양과 도상이다. 하늘에 있는 문양을 땅으로 내린 것이 이 작가가 한 일이다. 300여 년 전 이미 조성된 단청문양은 지금도 통할 정도로 훌륭한 예술작품이 될 수 있음을 그는 말하고 싶었다.

이수예 불화가의 작품 중 ‘연화장세계 9’.

이수예 작가는 “불화라고 하면 종교예술로 국한시키거나 어렵다거나 잘 모르겠다는 반응이 많다”며 “이같은 고정관념을 바꾸기 위한 일환으로 1년간 준비한 기획 전시로, 불교미술도 예쁘고 좋고 감동적이라는 인식을 심어 대중과 좀 더 가깝게 다가가고 싶다는 바람을 담았다”고 설명했다.

이 작가의 원력은 예서 멈추지 않는다. 한 발짝 더 내딛었다. 불교미술의 대중화와 현대화가 그것이다. 덧붙이면 시대에 맞는 불교미술의 창조 곧, ‘현대불화’다. 불교미술이라고 하면 옛 것이라는 인식이 지배적이다. 불교미술은 예술과 전승의 양 바퀴로 구성된다. 하지만 지금까지는 전승에 신경써왔던 것이 사실이다.

고려불화나 조선불화의 맥과 전통을 이어가는데 매진해왔다. 이 불화가의 고민은 미래로 향해 있다. 당장 100년 후, 후손들이 2000년대의 불교미술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 고려나 조선시대의 불화가 당시 시대상황과 예술사조를 반영했듯이 지금 그리는 불화도 현대성이 녹아있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1년간 작품활동을 매진한 이수예 작가 모습.

이번 전시회는 ‘현대불화’를 만들어내기 위해 거쳐 가는 하나의 징검다리와 같다.

“아직 갈 길이 멉니다. 현대불화는 제 화두와 같습니다. 정진하고 또 정진해 타파해야할 화두입니다. 이번 전시가 불화의 대중화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됐다는 말만으로도 기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전시회를 보신 분들이 범어사 대웅전에서 확인한다고 하면 성공이라고 여겨집니다. 종교예술은 감동입니다. 앞으로도 감동이 있는 작품, 시대에 맞는 불화 그리기에 전력을 다하겠습니다.”

금정총림 범어사 주지 수불스님은 “불교미술의 독창성과 사찰단청의 아름다움을 알리기 위한 이번 전시가 범어사 대웅전의 내부단청을 주제로 기획됐다는 점을 매우 뜻 깊다”며 “범어사의 예술적 가치와 아름다움이 서울시민과 불자들에게 널리 알려지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했다.

이수예 작가의 여섯 번째 개인전 ‘범어사 대웅전 단청’은 대웅전 내부를 장엄했던 연꽃, 국화, 당초 등 각종 문양과 상징, 불화 등을 31개 주제로 분류해 재해석한 작품 500여 점을 전시한다.

범어사가 후원하는 이번 전시는 오는 24일부터 30일까지 서울 인사동 가나인사아트센터에서 감상할 수 있으며, 개막일인 24일에는 25현 가야금 병창과 피아노 바이올린 2중주 등 축하공연도 함께 열릴 예정이다.

[불교신문3068호/2014년12월20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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