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녕사, 주민위한 사찰음식 체험행사 개최

고추장을 담그기전 먼저 항아리 소독하는 모습.
12월은 고추장을 담그기 좋은 시기다. 겨우내 고추장을 발효시킨 뒤 봄 햇빛을 쬐이면 곰팡이가 생기지 않고 맛도 뛰어나기 때문이다. 그러나 요즘엔 옛날 어머니들처럼 집에서 직접 고추장을 담그는 가정이 많지 않다. 잊혀져가는 고추장 담그는 전통을 사찰에서 체험할 수 있는 기회가 마련돼 눈길을 끈다.

주지 자연스님의 인사말.
사찰음식 특화사찰인 수원 봉녕사(주지 자연스님)는 오늘(1211) 지역주민을 초청해 전통적인 산사의 고추장 담그는 체험을 함께 했다. 사찰음식교육관 금바라에서 진행된 고추장 만들기 체험행사에는 봉녕사 자원봉사자들과 인근 광교 상현지구 주민 100여 명으로 북적였다. 모두 여성으로, 초보 주부부터 경력 30년 이상의 주부들까지 다양했다. 오자마자 고추장을 담아갈 항아리를 뜨거운 물에 소독하는 것으로 준비를 끝낸 참가자들은 봉녕사 사찰음식교육관 부원장 동원스님의 설명을 듣고 본격적인 고추장 담그기에 도전했다.

엿기름과 조청을 푼 뒤 고추가루를 넣으면 비로소 고추장의 비쥬얼을 갖춘다.
봉녕사 고추장의 비법은 스님들의 정성이다. 이날을 위해 스님들은 3일전부터 재료를 준비했다. 엿기름이나 조청은 스님들이 울력으로 만들었다. 겉보리를 띄워서 만든 엿기름가루를 물에 풀어 체에 걸러내고 가라앉힌 웃물만 따라내 찹쌀가루를 푼 뒤 가마솥에서 4시간 이상 푹 고았다. 이렇게 엿기름을 다려줘야 고추장에 골마지(곰팡이 같은 흰 물질)가 생기지 않는다. 스님들은 또 300리터 분량의 엿기름과 조청 외에도 청양고추를 빻아 만든 고춧가루와 메주가루, 5년간 간수를 뺀 소금을 공수해와 참가자 수대로 나눠놓았다.

팔이 아플만큼 저을때쯤 고추장이 서서히 완성된다.
덕분에 참가자들의 고추장 담그기는 수월해졌다. 찹쌀가루와 조청이 든 엿기름에 메주가루를 넣었다. 보통 가정에서는 엿기름이 미지근할 때 장을 담그기 때문에 효소 역할을 하는 메주가루를 먼저 푼다. 메주가루를 푸는 건 시간과 정성이다. 천천히 주걱을 저어 덩어리를 풀어내면 고춧가루를 넣고 골고루 섞는다. 고춧가루가 들어가면 고추장 색이 서서히 드러난다. 이때부터는 힘이 중요하다. 메주가루와 고춧가루를 잘 섞어야 고운 고추장이 나오기 때문이다. 뻑뻑한 탓에 젓기 힘들지만, 맛있는 고추장을 만들겠다는 생각에 참가자들의 손은 좀처럼 멈추지 않았다. 붉은 빛이 도는 고추장을 완성한 뒤에는 뿌듯함을 감추지 못했다.

맛있는 고추장을 만들었다는 뿌듯함에 절로 웃음꽃이 핀다.
고추장을 처음 만들어봤다는 주부 5년차 김지연(40)씨는 사먹는 고추장은 단맛이 강하고 인공적인 느낌이 있는데 절에서 만든 고추장은 넘어가는 칼칼하고 식감이 좋다스님들 덕분에 좋은 체험도 하고 맛있는 고추장도 가져갈 수 있어 좋다며 즐거워했다.

굵은 소금을 위에 뿌리는 것을 잊으면 안된다.
봉녕사 신도인 남편의 신청으로 참가하게 됐다는 최선희(52)씨는 사찰에서 좋은 재료로 고추장을 만들어서 정말 좋았다스님들도 친절하고 사찰 풍광도 좋아 앞으로 남편과 함께 신행활동을 해야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평소 사찰음식에 관심이 많았다는 조계연(54)씨는 이번 체험을 계기로 봉녕사에서 사찰음식 교육을 받고 싶다고 희망했다.

한지로 덮고 정성스럽게 끈으로 묶으면 고추장 담그기 끝.
사찰음식 특화사찰로 다문화가정이나 가족을 초청해 사찰음식체험행사를 개최해 온 봉녕사 주지 자연스님은 “봉녕사 스님들의 따뜻한 마음이 담긴 고추장을 지역민들에게 선물해서 기쁘다”며 “사찰음식을 가족들과 함께 먹으면 가족건강도 좋아진다. 오늘 체험을 계기로 사찰음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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