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룡 수협 외국인력지원단장

꼬여만 가던 회사업무

108배 올리고부터

실타래처럼 술술 풀려

 

그 108배 기적 맛보고

전국 108사찰 찾아 108배

 

역사와 설화 전각 문화재

산세 등 사찰 찾을 때마다 해 둔

간단한 메모와 사진 엮어

책도 내고 블로그도 운영

 

“108배 이어간 인연으로

그 무엇도 부럽지 않을 만큼

‘마음의 부자’ 됐으니

‘인생의 전환점’ 아닌가

 

행복한 사람이 되고 싶으면

108배 도전해 보세요”

지난 11월25일 수협중앙회 본사에서 만난 이승룡 외국인력지원단장이 연근해 출어선과 국내 거주 외국인 선원 현황 등에 대해 설명했다.

이승룡 수협중앙회 외국인력지원단장은 주말이면 운동 삼아 등산을 한다. 직장 내 산악모임은 물론 친구, 가족들과 함께, 때로는 혼자서라도 산을 찾았다. 독실한 불자인 부모님의 영향으로 어릴 적부터 불교에 친숙했던 이 단장은 등산할 때마다 등산로에 자리 잡은 사찰을 찾아 부처님께 3배를 올렸다.

이 단장이 독실한 불자의 길을 걷게 된 것은 실타래처럼 꼬여버린 직장 내 업무 때문이다. 지난 2012년 ‘수협 가락공판장장’ 소임을 맡고 있던 이 단장은 공판장경매제 대신 도매인제를 도입하려는 농안법 시행령 개정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문제를 풀기 위해 관계부처를 찾아가 설명하는 등 백방으로 뛰어다녔다.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가끔 들리던 서울 일원동 불국사를 찾아 생애 처음으로 108배를 올렸다. 얼마 후 다시 108배를 올린 뒤부터 신기하게도 풀리지 않을 것 같이 꼬여있던 실타래가 술술 풀리듯 문제가 풀려나갔다. 결국 유보결정이 남으로써 문제는 해소됐다. 그 일 이후, 중요한 일을 앞두거나 복잡한 고민이 생길 때마다 이 단장은 법당을 찾아 108배를 올렸다.

이 단장은 외국인력지원단장으로 소임을 옮긴 뒤 또 다시 위기에 봉착했다. 인사담당업무를 맡아보지 못했던 이 단장이 연근해 어선에서 일할 외국인 선원의 인원과 임금 쿼터를 해상노조와 협상해야 했기 때문이다. “인사업무를 담당해보지 못했던 저로서는 당시 호랑이처럼 느껴졌던 해상노조와 협상하는 게 엄청나게 부담스러운 일이었지요. 국내에서 일할 외국인 선원의 인원과 임금을 정하기 위해 보통 10차례, 심지어 20차례 이상 길게 이어졌던 협상이 역대 최단기인 3차례만으로 종료됐지요. 그때 108배의 기적을 맛본 뒤 108사찰을 찾아 108배를 올려보자고 서원했답니다.”

불교에 대해서는 제대로 알지 못했던 이 단장은 2012년 10월 몇 차례 산행 경험이 있던 남양주 운길산 수종사를 시작으로 주말이면 무작정 사찰을 찾아 나섰다. 초반기에는 친구나 불자인 동료들과 함께 다녔지만 108배에 대한 집중도를 높이고 복잡한 머릿속을 정리하기 위해 차츰 혼자 나서는 일이 많아졌다. 토요일과 일요일 이틀 동안 순례에 나서는 경우에는 2~3곳의 사찰을 찾아 108배를 각각 올렸다.

“외국인력지원단장 소임을 맡다보니 외국, 특히 동남아를 갈 일이 몇 차례 있어요. 그 해외출장 시 잠시 관광할 일이 생기면 동료들에게는 미안하지만 사찰을 자연스레 찾았지요. 108배 수행문화가 없는 해외사찰에서는 108배 대신 3배만 한 뒤 귀국 후 인근 사찰을 찾아 현지서 못했던 108배를 뒤늦게나마 꼭 올렸지요. 이처럼 혹시 그 사찰에서 108배를 못 올릴 경우에는 다른 사찰에서라도 꼭 108배를 올렸어요.”

이 단장은 여느 사람처럼 사찰을 찾을 때마다 기념사진을 찍었다. 사찰 역사와 설화, 전각, 문화재, 산세 등 사찰을 찾을 때마다 간단한 메모도 해 내갔다. 베테랑 불자에게는 너무나도 자연스럽고 당연했던 부분도 초보 불자인 이 단장의 눈에는 모든 게 새로웠던 만큼 메모의 분량도 점점 늘어났다. 또한 경내를 둘러보는 이 단장 일행을 불러 손수 커피를 내려주면서 “살아가면서 가끔 사랑하는 사람과 가족에게도 미안하다고, 감사하다고, 사랑한다며 3배를 올려보세요”라며 가르침을 준 해조스님(제주 구암굴사 주지) 등 많은 스님들과의 인연도 점점 쌓아갔다.

특히 지난 5월 평창 상원사를 탐방하다가 자신과 비슷한 서원을 세우고 순례중인 ‘선묵 혜자스님과 마음으로 찾아가는 108산사순례기도회’를 만나 함께 108배를 올린 게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회고했다. 또한 이 단장은 ‘108 산사 찾아 108배 이어가기’를 통해 사춘기인 초등학교 6학년 아들과 관계가 돈독해졌다고 밝혔다. 징검다리 연휴를 활용해 5일 동안 쌍계사와 화엄사, 송광사, 백양사 등 경남과 전남지역 10곳의 사찰을 순례할 때 아들을 데려갔다. 사춘기에 접어들자 목욕탕에도 함께 가지 않던 아들과 다시 가까워지기 위해 여행을 함께 가자고 제안했지만 아들은 도살장 끌려가듯 싫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이번 여행이 블로그와 책으로도 나올 테니 함께 가자”고 독려하자 아들은 곧바로 입장을 선회한 뒤 5일 동안 아버지와 함께 산사를 찾았다. 그 순례를 통해 5일 동안 24시간 붙어 다니던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는 어느덧 가까워졌다.

주말마다 전국 명산대찰을 찾다보니 가볼만한 사찰을 추천해달라는 요청이 들어올 때마다 이 단장은 5대 적멸보궁과 4대 해수관음성지를 주로 추천한다고 털어놨다. “전국을 다니다보니 우리나라의 사찰 대다수가 경관이 빼어난 곳에 위치해 있어 정말 아름답고 고즈넉하더군요. 굳이 추천을 해달라고 한다면 진신사리를 모신 봉정암 등 5대 적멸보궁과 낙산사 등 4대 해수관음성지를 추천하고 있긴 하지만 모든 절이 다 좋은 것 같아요.”

이 단장은 순례를 다녀온 뒤 많은 이들과 경험을 나누기 위해 블로그 ‘108산사에서 108배 이어가기(blog.daum.net/dragon713)’를 개설했다. 매일 20, 30명씩 꾸준히 찾는 블로그를 운영하던 이 단장은 순례가 중반기를 넘어서면서 ‘책으로 내보면 어떨까’라는 생각에 출간을 서원했지만 간단한 일이 아니었다. 책 출간을 하기 위해 사진과 메모를 정리하다보니 108사찰을 찾아 108배를 올리는 게 더 쉬운 일이었음을 깨달았다. 하지만 살아가면서 책을 출간한다는 것도 의미가 있는데다가 전법도량인 서울 불광사를 다니다보니 전법에도 미약하나마 도움이 되겠다는 생각에 자신을 더욱 담금질하며 지난 10월17일 <108산사 찾아 108배 이어가기-인생의 전환점에 서다>를 출간했다.

108사찰 순례를 회향할 때쯤인 지난 6월에는 불광사 불교대학 기본교육과정을 졸업하며 혜연(惠蓮)이라는 법명도 받았다. 마지막 회향은 지난 6월 영축총림 통도사를 찾아 친구들과 함께 금강계단을 바라보며 108배를 올리는 것으로 2년간의 대장정을 마무리지었다.

“산이 좋아 산행을 즐기고 거기에다 산사를 찾아 108배를 이어간 인연으로, 이제는 그 무엇도 부럽지 않을 만큼 마음속의 부자가 됐습니다. 내 마음을 힐링하고, 진정 행복한 삶의 의미를 조금이나마 깨닫게 해준 인생의 전환점이 아닌가 싶습니다.”

이 단장은 108산사 찾아 108배 이어가기 회향 후에도 주말이면 사찰을 찾아 108배를 올리며 제2차 순례기도에 동참했다. 특히 적멸보궁을 찾아 108배를 올릴 때마다 엄중함과 가피력이 남다르다고 강조했다. “땀을 많이 흘리는 체질이다 보니 30배만 넘어서도 땀으로 흠뻑 젖어요. 적멸보궁의 엄중함까지 더해지다 보면 눈물, 콧물까지 더해지고 50배가 넘어설 때면 완전히 몰입할 수 있게 돼요. 특히 예불시간 때 108참회를 함께 올리면 몰입도가 증폭돼 큰 힐링을 얻을 수 있게 되지요.”

이 단장은 내년 3월 개강하는 2년 과정의 불광사 불교대학을 통해 부처님의 가르침을 보다 체계적으로 배워나가겠다고 서원했다. 또한 ‘보현행원으로 보리 이루리’라는 광덕스님의 가르침을 잇고 있는 불광사 신도인 만큼 불광사 대원3구법등 소속으로서 목욕봉사에도 적극 동참하며 보현행을 펼쳐나가겠다고 발원했다. 법보시용으로 지인들과 나눠 보기 위해 출간했던 <인생의 전환점에 서다> 개정판 발간도 추진 중이다. 이 단장은 사찰을 찾아 법당에서 108배를 올려볼 것을 당부하며 인터뷰를 마무리 지었다. “도심 속에서 바쁘게 살아가면서도 가끔 자신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는 방법 중 하나가 바로 산행과 함께 아름다운 사찰을 찾아보는 것입니다. 게다가 108배로 마음의 힐링까지 할 수 있다면 당신이 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 될 것입니다. 한번 도전해보시기 바랍니다.”

 

•이승룡 단장은 …

 

1966년 7월 제주에서 태어난 이승룡(법명 혜연) 수협중앙회 외국인력지원단장은 오현고와 제주대 행정학과를 졸업했다. 1992년 1월 수협중앙회에 입사한 뒤 23년째 근무 중인 이 단장은 수매팀장과 가락공판장장 등을 거쳐 현재 외국인력지원단장 소임을 맡고 있다. 특히 2012년 10월 ‘108개 사찰을 찾아 108배를 올리겠다’고 서원한 뒤 2년 동안 주말마다 사찰을 찾아 108배를 올렸다. 이를 통한 사찰 순례기를 대중들에게 전하기 위해 ‘108산사에서 108배 이어가기’ 블로그를 운영할 뿐만 아니라 법보시용 저서 <108산사 찾아 108배 이어가기-인생의 전환점에 서다>도 발간했다.

[불교신문3065호/2014년12월10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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