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아

장건조 지음 / 무량수

홍익대 미술교육과를 졸업하고 88올림픽 때 식전행사 미술담당을 했던 장건조 화백이 군대에 간 아들에게 보낸 그림편지를 묶어 책으로 냈다. 아들은 경기도 파주 1사단 공병대대 지뢰탐지병으로 최전방에서 군복무를 했다.

아버지는 아들의 힘든 군대생활에 용기를 북돋아 주고자 편지 속에 색연필로 삽화를 그려넣어 제대할 때까지 매주 한 두통의 그림편지를 보냈다. 그렇게 모아진 편지가 무려 100여통에 달한다. 군부대에선 이슈가 됐고 국방일보에도 보도됐다.

장 화백은 “이 책이 군대에 사랑하는 자식을 보내고 그리워하는 부모님들의 마음을 대변하는 책이 되길 바라며 추운 날 임무수행에 여념이 없는 장병들의 소중한 위문편지의 책이 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아버지는 또 “그동안 가정을 떠나 ‘참나’를 찾고자 참선공부만 한다고 애비노릇 제대로 하지 못한 못난 아비로써 ‘참회의 마음’으로 아들의 힘든 군대생활에 용기를 불어넣어 주고자 했다”고 했다.

저자에 따르면 아들이 군에 입대할 무렵 부산 해운정사에서 진제 종정예하의 지도아래 참선공부를 하고 있었다. 당시 이등병 아들에게 종정예하께서 태극기가 인쇄된 A4용지에 ‘처처작주(處處作主)’, 가는 곳마다 주인이 되라는 격려의 법어를 손수 내려주셨다며 감사의 마음도 잊지 않았다. 편지글에는 ‘일체유심조’, ‘일심정념’, ‘줄탁동시’ 등의 제목을 단 불교적 가르침이 곳곳에 녹아있다.

군복무 제대를 한달여 앞두고 보낸 ‘줄탁동시’라는 제목의 그림편지에는 어미닭과 병아리의 그림이 그려져 있고 다음과 같은 편지가 쓰여져 있다.

“장진혁 병장, 이렇게 글을 보내는 아버지의 마음을 어미닭의 행위와 같은 탁(啄)이라고 한다면 아버지의 글을 보고 행하는 너의 마음자세가 곧 줄(啐)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무엇이 되었든 너의 마음과 나의 마음이 딱 맞아떨어진 자리에 어떠한 성취가 이루어지리라 본다.”

[불교신문3066호/2014년12월13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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