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불복장 및 점안의식보존회 첫 학술대회
“예술성 갖춘 한국문화로 가치 매우 높아”

불상에 생명을 불어넣는 불복장(佛腹藏) 의식. 우리가 불복장 의식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리나라 불복장 의식이 중국으로부터 직간접적 영향을 받은 것은 사실이지만 고려시대와 조선, 근현대에 이르기까지 단절 없이 이어오며 독창성을 갖춰나갔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불상 내부에 봉안하는 복장유물이 중국이나 일본과 달리 우리나라만큼 수백 점에 달하는 사례가 거의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정은우 동아대 교수는 대한불교 전통불복장 및 점안의식보존회와 불교문화재연구소가 지난 11월27일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연 ‘전통 불복장의식 및 점안의식’ 세미나에서 이같이 밝혔다.

정 교수는 고려시대 전통을 이어받은 조선시대에는 의례의식이 일반화돼 보편화된 형식에 따라 복장물을 납입했다고 밝혔다. 최근 불교문화재연구소가 조사를 마친 동화사 목조삼불여래좌상에서는 조성발원문, 개금중수발원문, 개금불사원문을 비롯해 후령통과 사경, 각종 경전류와 갓 끈, 거울 등 78건 136점의 유물이 나왔다.

이 가운데 경전류는 모두 93권 55책으로 고려 말부터 조선전기에 간행된 불서들로 귀중한 자료로 꼽힌다. 이처럼 수 백 여점에 달하는 물목은 한국불교 사상과 당시 신앙과 시대적 성격을 이해하는데 중요한 자료를 제공한다고 정 교수는 설명했다.

이어 고려시대와 조선시대 복장물을 토대로 한국의 복장물목 특징을 체계적으로 정리했다. 먼저 일정한 순서에 따라 복장물을 차례로 납입했다. 불상 심장부에는 후령통(오곡, 오향, 오약, 오보리수엽 등 복장을 넣는 통)에 오보병을 넣어 안치했다.

복장물에 발원문이 포함돼 있어 다양한 정보도 제공하고 있다. 특히 고려시대에는 복장과 관련된 내용보다는 시주자 이름을 쓰는 행위가 우선됐지만, 조선시대에는 시주질, 화원질 등이 정례화 돼 불상 조성과 관련된 인물과 시주자, 시주품목 등을 정확하게 표기했다.

모든 복장물에 거의 예외 없이 수 십 장에서 수 백 장의 다라니를 넣은 것도 다른 나라에서는 볼 수 없는 특이점으로 꼽았다. 자주 발견되는 다라니는 대수구다라니, 보협인다라니경, 범자군다라상 등이며 그 종류도 다양하다.

정 교수는 “고려시대 성행했던 모든 의식에는 진언이 염송됐다”며 “이에 따른 많은 다라니가 사용됐을 것이므로 복장물에 납입된 것은 당연하다”고 밝혔다. 정 교수는 이날 “한국 불복장의 시원이 통일신라시대부터 이어진 탑 사리장엄구에서 발전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피력했다.

탑에 들어가는 사리장엄구는 탑에서 불상으로 그 성격이 변화되고 사리장엄구 형식은 복장물로 합쳐지면서 복장물목이 형성됐다는 것이다. 이런 전통 위에 복장물은 고려시대 성행했던 각종 도량의식 등과 결합하면서 독창적인 복장의식으로 형성된 것이라고 역설했다.

정 교수는 “후령통을 비롯해 오약과 오향, 발원문 및 각종 경전, 다라니, 직물 등 수백 점에 해당하는 물목들은 한국 불교사상을 이해하는데 유용한 자료를 제공하기 때문에 불복장은 한국불교미술의 보고”라며 “불복장 의식은 경전을 정확하게 해석하고 이해한 바탕 위에서 이뤄졌음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발표자로 나선 이승혜 삼성미술관 리움 선임연구원은 불상 안에 사리나 혹은 다른 성물(聖物)을 봉안하는 아이디어가 간다라에서 기원했다는 사실을 밝히며, 후대에 이르러 성물을 봉안하는 위치와 물목이 변해가는 과정을 짚었다.

3~4세기경 중국와 중앙아시아에서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불상의 경우 정계에 사리를 봉안했다면, 후대 중국불상에는 밑바닥이나 등에 낸 구멍으로 물목을 넣었다.

이 연구원은 “동일한 의례행위가 중국에서는 장장(裝藏), 한국에서는 복장(腹藏), 일본에서는 납입(納入)이라 지칭되는 것은 각국 신앙대중의 다양한 생각을 알려주는 증거”라며 “단선론적인 문화전파론에서 벗어나 커다란 관점에서 불복장에 대한 접근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불교신문3064호/2014년12월6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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