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골 봉안함, 잘 따져서 골라야 한다

삼중밀봉 불교함은 90~100만원으로 책정되어 있지만, 직접 업체에 찾아가 구입한다면 이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으로 살 수 있다.

1990대 후반부터 화장 열풍

1998년 SK 최종현 회장 유지

사회 기득권층 화장문화 선도

봉분형 가족납골시설 ‘유행’

전국 30여 봉안함 시장 형성

 

유족 눈속임하는 봉안함 시장

이중ㆍ삼중밀봉함, 진공함…

유골보존 과학적 인증 거친

봉안함 제작업체 있는가하면

성능 속인 ‘가짜 봉안함’ 성행

 

가격기준 모호 업체따라 천차만별

가장 저렴한 단함 40~50만원부터

과학기술접목 고급문양 가미해서

최대 250만원까지 다채로운 가격

업자들 열악한 환경도 폭리 원인

 

유골 봉안함, 미리 마련하는 문화

독거노인이나 시한부 선고 받고

직접 찾아와 봉안함 마련하기도

젊은층도 인터넷 통해 저렴하고

성능좋은 봉안함 구입하기도 해

벽제화장터로 잘 알려진 경기도 고양시의 ‘서울시립승화원 추모의집’ 인근에는 화장한 고인의 유골을 봉안하는 봉안함 판매업체가 밀집돼 있다. 이들은 대부분 도매업체로 대량의 봉안함을 제작해서 납골당이나 장례식장 등 소매업체에 공급하고 있다. 이 중 한 업체에 따르면 최근 들어 자신의 봉안함을 생전에 미리 사두겠다고 찾아오는 개인손님들이 늘어나는 추세다. 자식들의 부양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독거노인이나, 큰병을 선고받고 죽음을 준비하는 차원에서 봉안함을 마련해두는 이들이다. 70대 한 할아버지도 최근 고향친구집을 방문했다가 안방 문갑 위에 나란히 세워둔 납골 봉안함을 보고 깜짝 놀랐다. 처음엔 장식용 도자기인줄 알았다가 자식들에게 폐를 끼치지 않고 죽음을 하나씩 준비하고 있다는 친구 부부의 말을 듣고서야 유골함임을 알게 됐다.

인터넷을 통해 ‘내 유골함은 내가 사겠다’는 젊은층도 생겼다. 30대 후반의 한 미혼여성은 “깨끗하고 성능(?)이 좋은 봉안함을 구입해서 가까이에 두고 보면 살아있는 동안 알차게 후회없이 살아야지 하는 마음가짐을 갖게 된다”고도 했다.

누구나 한번은 꼭 맞이하는 죽음. 언제가 될지도 모르고 누가 내 마지막 길을 챙겨줄지도 정확하게 알 수 없다. 게다가 부모나 형제, 가까운 이들의 죽음 또한 지켜봐야 하고, 때로는 그들의 죽음을 둘러싼 여러 가지 정리형식을 직접 도맡아야 할 때도 있다. 이런 때 사전지식이 없어 우왕좌왕하면서 상조회사와 장례업자들의 입김에 휘둘리지 않고 똑똑하고 야무지게 진행하려면, 당장은 필요없다 해도 조목조목 알아야 할 것들이 있다. 납골당에 안치하는 봉안함도 그 중 하나다.

우리 사회에 화장문화가 주류를 이루기 시작한 것은 지난 1998년 8월 폐암으로 타계한 고(故) 최종현 전 SK 회장의 유언이 계기가 됐다. 평소 무덤으로 인한 좁은 국토의 효율성을 걱정하며 그 대안으로 화장을 통한 장례문화 개선을 주장했던 최 전 회장은 “내가 죽으면 화장하고, 훌륭한 화장시설을 지어 사회에 기부하라. SK가 장례문화 개선에 앞장서달라”는 유지를 남겼고, 실제 장례도 화장으로 지냈다. SK그룹은 이후 12년만인 지난 2010년 총 500억원을 들여 충남 연기군 세종시 은하수공원에 화장시설을 조성해 기부하기도 했다. 최 전 회장의 유지가 사회로 확산되면서 ‘아무리 그래도 우리만은 화장이 아닌 매장을 하겠다’고 고집하는 계층들이 급속도로 줄어들었고 화장문화는 이후 80% 육박하기에 이르렀다. 2000년 들어 장례문화는 ‘가족묘’라는 납골시설로 이어졌다. 봉분형태지만 돌로 만들어 그 안에 10여명의 가족들의 유골 봉안함을 안치하는 유형이다. 이같은 일련의 과정 속에서 ‘봉안함 시장’은 급격하게 성장했고 다양한 봉안함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봉안함은 말그대도 잘 봉안되어야 제격이다. 항온항습시설이 전혀 갖춰져 있지 않은 납골당이나 가족묘에 성능이 뒤떨어진 봉안함에 유골을 안치한다면 이후 유골상태는 불보듯 뻔하다. 밀가루 반죽처럼 뭉치는가하면 부패하면서 색이 까맣게 변색되고 엄청난 악취와 벌레까지 생기기 십상이다. 이는 돌로 조성한 일반적인 가족묘 환경에서도 유발된다. 가족묘 안팎의 온도차로 인해 유발되는 결로현상이 원인이다. 일반적인 예로 장롱에 습기가 없는 것 같지만, 습기를 먹는 제품을 넣어두면 어느새 물이 차는 원리와 같다.

봉안함 제작에 과학적인 기술개발이 투입되기 시작한 이유다. 봉안함의 구조부터 달라졌다. 기존 도자기처럼 한겹으로 만들어진 단함에서 이중ㆍ삼중구조로 진화됐다. 이중함의 경우 안에 황토용기가 별도의 함으로 끼워져 있는 형태다. 삼중함 역시 황토함과 중간함까지 합쳐 총 삼중구조로 되어 있는데다 패킹이 달린 뚜껑이 안쪽을 덮고 있어서 물에 넣어도 물이 새어들어가지 않을 정도로 견고하다. 습기와 외부온도로부터 차단되어 있다는 증거다.

이같은 성능을 갖춘 봉안함들이 쏟아져 나오자, 한쪽에선 가짜 봉안함을 만들어 고가에 판매하는 업자들도 적지 않다. 봉안함을 속지 않고 고르는 방법을 경기도 고양에서 3년째 봉안함 생산업체를 운영하는 (주)태림원 이태인 대표를 통해 들어봤다. 이 대표에 따르면 이중함 삼중함은 육안으로 봤을 때 봉안함 몸체가 이중 삼중으로 되어 있는 것을 확인해야 한다. 내벽에 황토를 발라놓고는 황토용기를 별도로 넣었다고 이중함이라고 속여 판매하는 업체가 있다.

또 한겹짜리 단함을 쓰면서 뚜껑만 세가지로 만들어놓고 삼종함이라고 눈속임하는 경우도 많다. ‘진공함’이라는 말에 솔깃해하는 유족들도 적지 않다. 뚜껑에 진공장치를 흉내내놓고 가격대를 높여 진공함이라고 속여 판매하는 사례다. 이 대표는 “봉안함을 ‘진공함’이라고 하는 것은 전부 다 사기나 마찬가지”라며 “유골함이 진공상태로 유지되어 오래 지속되면 좋겠지만 진공효과는 오래가지 못한다. 지구상에 100% 진공은 없다”라고 말했다. 진공을 걸면 한순간 진공상태가 될지 몰라도 불과 몇시간이 지나면 진공효과는 풀린다는 설명이다. 이런 이유로 진공함 판매업자들은 뚜껑에 강력 테이프장치를 해서 함 내부가 진공상태를 유지하는지 여부를 아예 확인할 수 없도록 만들기도 한다는 설명이다. 이 대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족들의 심리를 이용하고 소비자를 현혹시키려는 일부 업자들은 마진이 많이 남는 진공함 봉안함 제작을 계속 의뢰하는 실정”이라며 “소비자들이 정보를 미리 알고 잘 따져보면서 봉안함을 골라야 한다”고 당부했다.

현재 제대로 제작된 ‘삼중 봉안함’은 중간함이 ABS재질이며 뚜껑을 돌려 잠그는 구조로 유분의 부패를 막아주는 기능이 실험을 통해 입증된 특허품으로 시중에 유통되고 있다. ‘실O봉안함’ ‘황O봉안함’ ‘십장O봉안함’ 등의 이름으로 뚜껑과 겉만 그럴듯하게 만들어서 봉안함을 값비싸게 팔고 있는 업체들도 수두룩하다.

봉안함의 가격대도 거품이 심각하다. 가장 저렴한 봉안함은 40~50만원대. 기능성이 전혀 없는 단함이다. 단함도 문양과 디자인에 따라 100만원대가 보통이다. 삼중봉안함은 최고 250만원까지 올라간다. 100만원 안팎의 삼중밀봉함도 없진 않다. 부처님의 형상이나 연꽃, 반야심경 등이 새겨진 봉안함도 100만원 정도로 책정돼 있다. 봉안함의 가격대는 천차만별일 뿐 아니라 가격기준도 모호하다. 업체에 따라 최대 100만원 이상의 차이도 발생한다. 이같은 현상은 왜 일어나는 것일까. 봉안함이 정가의 가격으로 공정하게 거래되고 있지 않다는 반증이다. 현재 봉안함은 납골당 안치비용에 흡수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납골당 안치비용이 500만원이라면 업자들은 유족들에게 100만원짜리 봉안함을 공짜로 준다는 방식으로 영업을 한다. 끼워팔기 형식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봉안함 가격책정에 정확한 규정이 없고 영업자 입장에선 무조건 가격이 높게 책정되어 있는 것이 유족들을 현혹시키기 좋은 조건이 되는 것이다.

진공효과가 없는데 진공함이라 홍보하고 삼중뚜껑만 끼워놓고 단함을 삼중함이라고 속여서 봉안함을 높은 가격대로 책정하는 일부 영업자들의 꼼수가 ‘알고도 속고 모르고도 속는’ 봉안함 시장을 형성하게 된 것이다. 한 업자에 따르면 납골당이나 봉안함 관련 업계 종사자들의 사회적 대우와 임금체계 등이 턱없이 열악한 것도 이처럼 잘못된 시장형성의 원인으로 작용한다고 귀띔했다. 그는 “장례업계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폭리를 취하는 비정상 집단으로 매도되는 경우가 많지만 당사자들 입장에서는 상조회사의 박봉 등 생계의 문제가 걸려 있다”며 “3일장을 치른다는 전제로 한달에 10번 장례를 치른다고 해서 10번 모두 수요가 있는 것도 아니다. 잘못된 문화란 것을 알면서도 이쪽 업계 종사자들도 최소한 먹고 살려면 현실을 따라가야 하는 경우도 있다”면서 안타까워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례시장 역시 일각에서는 투명화되고 정직해지는 바람이 불고 있다. 한국형 장묘문화 개선에 대한 사명감을 갖고 장묘박람회를 열고 장묘박물관 건립을 꿈꾸는 장례업자들도 늘고 있는 형국이다. ‘죽음’은 더 이상 남의 일, 먼 일이 아니다. 장묘문화에 관한 관계기관과 관련자들의 심층적인 고민이 선행돼야 한다. 장례절차 과정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필요물품에 대해 무조건 비싼 것만 찾는 유족들의 의식도 개선되길 바란다는 게 관련업자들의 당부다.

[불교신문3063호/2014년12월3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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