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암사 수좌 적명스님, <불광> 40주년 특별좌담서 밝혀

지난해 치러진 34대 조계종 총무원장 선거 과정에서 제도권 안팎의 스님들이 참여하는 총무원장 추대위원회 구성을 제안했던 봉암사 수좌 적명스님이 당시 총무원장 선거에 대해 입을 열었다. 스님은 월간 <불광> 12월호 40주년 특별대담에서 총무원장 후보추대위원회 구성이 합의되고 후에 무산되기까지의 과정을 상세히 전했다.

<불광>12월호에 따르면, 적명스님은 백양사에서 벌어진 승풍실추 사건 이후 종회에서 주도권을 가진 사람이 아닌 제3의 인물로 순수한 집행부를 구성해보자는 생각을 했었다고 한다. “순수한 집행부를 구성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정말 종단을 개혁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품고 있었다”는 스님은 “작년 선거 출마와 관련해 종단이 어지러워짐”을 보고 “도법스님과 처음 논의를 시작했다”고 한다.

지난해 8월31일 적명스님은 대전 유성에서 자승, 법등, 도법, 수경스님과 만났다. 소위 5자회담이라고 불렸던 이 자리에서 스님들은 “모든 것을 내려놓고 함께 가자, 새로운 후보추대위원회를 구성해 차기 총무원장을 추대하자, 종단 발전을 위해 그렇게 해보자” 하고 결의했다.

그러나 후보추대위원회는 무산됐고, 총무원장 선거는 경선으로 치러졌다. 이에 대해 적명스님은 “5자회담 다음날 서울에서 보선스님과 마주쳤다. 보선스님은 옛날 선방에서도 같이 지내서 잘 알던 분으로 마침 잘됐다 싶어 5자 회담 얘기를 했더니, 그 일로 법등스님이 곤혹을 치르고 있다고 했다”며 “상의도 없이 혼자 뜻으로 마치 전체의 뜻인 양 합의까지 했다고 ‘무례가 아니냐’ ‘월권행위가 아니냐’ 하며 보선스님은 그 안에 대해 전혀 받아들일 기세가 아니라고 대답을 했다”고 전했다.

이어 스님은 보선스님 측이 후보 사퇴와 관련 인터뷰를 하고, 자승스님 측이 반박성명을 낸 것과 관련해서도 “그날 다 같이 앉아서 전부 물러나고 새로운 집행부 구성을 한다는 것이 결론이었으니 당연히 사퇴를 전제로 하고 하는 이야기”라며 “진의확인을 위해 자승스님을 만났는데 같이 퇴진한다는 조건이라면 공동기자회견을 하고 바로 퇴진하겠다고 해서 양측에 기자회견을 하자고 얘기했다”고 한다. 보선스님 측은 “자승스님이 먼저 기자회견을 하고 나면 자기들 입장을 결정하겠다”는 입장을 전했으나 자승스님 기자회견 후 응답이 없었다. 스님은 “‘이제는 글렀구나’ ‘의견일치가 되지 않는구나’ 싶어 다시 봉암사로 내려왔다”고 한다.

“종단에 운이 없으려니까 이런 저런 일들이 일어나는가” 하는 생각도 들고 “그냥 잊어버리자”고도 생각했다. 비난도 받았다. 하지만 새로운 종단에 대한 사람들의 기대들을 알기 때문에 오해를 사고 욕을 먹었다고 해서 마음에 상처를 입진 않았다고 했다.

또 스님은 한국불교가 발전하려면 “스님을 돈에게서 떨어지게 하면 된다”고 말했다. “돈을 앞에 가져다 놓으면 철불이라도 땀을 흘리지 않을 수 없다”며 “도도 못 닦고, 깨닫지도 못한 햇중들에게 돈을 가져다 놓으면 일이 어떻게 되겠냐”고 반문했다. 이어 “스님들에게서 물질적인 것, 특히 돈에 관심을 두지 않을 수 있도록 제도가 마련돼야 한다”며 대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34대 총무원장 선거 당시 보선스님 선거대책위원회 대변인을 맡았던 법인스님은 “선거 당시 양측 후보의 입장이 달랐던 만큼 단 한 번도 동반사퇴를 동의한 적이 없다”면서 “적명스님이 합의하지 않은 사항에 대해 마치 보선스님이 합의를 깨 총무원장 추대위가 무산된 것처럼 밝힌 것은 매우 유감스럽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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