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고민하며 사는가?

진현종 엮음 / 청아출판사

부처님께서는 듣는 이들의 근기에 맞춰 법을 설하신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똑같은 진리도 만나는 사람에 따라 다른 방식으로 설명했는데, 부처님의 설법은 오늘날까지 전해지는 숱한 경전에서 확인할 수 있다. 부처님께서는 45년간 길에서 법을 전했다.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사람들을 만나 전한 가르침은 팔만사천법문에 담겨 있다. 방대한 부처님의 가르침은 해인총림 해인사 장경각에 봉안돼 있는 8만 여장의 경판들이 이를 증명한다. 고려 고종 23년(1236)부터 38년(1251)까지 16년에 걸쳐 완성된 대장경에는 1514종의 경전이 담겨 있다.

경판을 차곡차곡 쌓아 올리면 백두산보다 높고, 한자에 익숙한 사람이 하루에 8시간씩 30년 동안 읽어야만 다 읽을 수 있는 분량이다. 이 많은 법문 가운데 행복한 삶을 사는데 도움이 되는 가르침만 추린 책이 있어 눈길을 끈다. 진현종 시원 아키브 콘텐츠 프로덕션 대표는 지혜롭게 살기 위해 필요한 부처님 가르침을 팔만대장경에서 골라 책으로 엮었다.

책 읽기에 앞서 저자는 “행복하게 살고 싶다는 소망과 달리 고민하며 사는 사람이 더 많은 까닭은 무엇일까” 하고 질문을 던졌다. “본래 운명이란 선택받은 소수의 사람을 제외한 대다수에게 가혹한 것이기 때문”이거나 조상 때문이라고 말하기엔 뭔가 부끄럽다.

삶이 괴로운 건 무명 때문

어리석어 인과응보 무시하고

요행 바란 결과 고민만 늘어

불교는 무명 벗어나는 지름길

깨닫기 전 시행착오 겪었던

부처님의 이야기 상세히 기록

대장경서 지혜 찾을 수 있어

저자는 인생이 괴로운 원인은 누구 탓도 아닌 바로 자신 때문이라고 봤다. “스스로를 속이지 않는 사람이라면 자기 탓임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며 “중요한 선택의 기로에서 잘못된 판단을 하거나 어느 시점에서 반드시 해야 할 일을 제대로 하지 않아 지금 고민하며 살아가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길지도 않은 삶을 괴로워하고 애태우며 사는 건 결국 스스로가 지혜롭지 못해서다. “어리석기 때문에 인과응보의 필요성을 무시하고 요행을 바란 결과 즐겁지 못한 대가를 치르고 있는 것”이다. 불교에서는 어리석음을 무명(無明)이라고 한다.

12연기의 제일지인 무명은 진리에 어두워서 사물과 현상이나 도리를 확실히 이해하지 못함을 뜻한다. 무명이야말로 영원한 기쁨과 즐거움 속에 사는 것을 막는 장애물로, 어리석음에서 벗어나야만 삶이 행복해질 수 있다. 삶의 고민을 줄이려면 현명해질 수밖에 없다. 어떻게 해야 현명해질까. 저자는 부처님 가르침을 공부하는 것을 제안했다.

“부처님 가르침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이 무명을 제거하는 방법이라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닐 것”이라는 저자는 부처님 말씀을 통해서 무명을 없앨 수 없음을 강조했다. 사실 무명을 제거하는 것은 말처럼 쉽지 않다. 부처님께서도 성불하기 전 무수한 삶을 거치면서 시행착오를 겪었다.

팔만대장경에는 행복한 삶을 사는데 도움이 될 지혜가 담겨 있다. 불교신문자료사진

또 싯다르타 태자 역시 깨닫기 전까지 여러 가지 수행법을 익혔고 6년간의 고행도 마다하지 않았다. 그리고 마침내 완전한 깨달음을 얻어 성불한 것이다. 저자는 “시행착오를 통해 정립된 방법론과 갖가지 구체적인 사례들이 1514종 경전으로 이뤄진 팔만대장경 속에 잔뜩 들어가 있다”며 경전을 읽어야 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책에는 고민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되는 얘기들이 실려 있다. 인생을 살아가면서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고, 특히 잘못된 의견이나 집착으로 진리를 깨닫지 못하는 어리석음에서 벗어나는 지혜가 담긴 얘기들이다.

책에 인용된 이야기는 <중아함경> <잡아함경> <사분율> <법원주림> <법구비유경> <묘법연화경> <현우경> <영률이상> <육도집경> 등에서 추린 내용이다. 동국역경원에서 완역한 한글대장경을 바탕으로, 국내외 연구와 자료를 토대로 엮은 것이다.

1장 ‘후회해도 소용없다’에서는 자신의 잘못을 되풀이 하는 일이 없도록 깨달음을 주는 이야기가 2장 ‘마음먹은 대로 이룬다’에서는 세상 만물과 좋은 인연을 맺어야 비로소 모든 일이 마음먹은 대로 이뤄진다는 가르침을 담고 있다.

또 3장 ‘스스로 짓고 스스로 받는다’에서는 모든 일의 주체와 객체는 자기 자신에 달려 있음을 알려준다. 4장 ‘때를 기다려야 한다’에서는 성과를 얻으려면 시간을 두고 차분히 기다릴 줄 아는 마음의 자세를 일깨워주고, 5장 ‘늘 좋은 마음으로’에서는 세상만사는 마음가짐에서 비롯된다는 이야기가 수록돼 있다.

저자는 “종교와 나라를 떠나 한글을 아는 이라면 누구라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현시대에 맞게 재해석한 뒤 윤문하고 재구성했다”며 “재미있고 쉬우며 깨달음을 주는 팔만대장경 속 이야기를 통해 고민하는 삶에서 벗어나 행복한 삶을 누리는 지혜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성균관대 동양철학과를 졸업한 저자는 동양사와 사상분야 저술가이자 영어 및 중국어 번역가로 활동해 왔다.

[불교신문3064호/2014년12월6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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