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연’ 이기영 박사…학문 수행 일치 주창하며 발족

불교학의 현대화에 앞장섰던 고(故) 이기영 박사(1922~1996)가 ‘공동연구 공동수련 공동참여’를 슬로건으로 내걸고 창립한 사단법인 한국불교연구원(이사장 김종화)이 창립 40주년을 맞았다.

사회 전체가 불교불모지였던 1974년 ‘불교의 사상 역사 예술을 연구하고 올바른 신행을 정립하며, 한국불교를 해외에 선양하고 관념의 불교가 아닌 새로운 가치관을 정립’하기 위해 설립된 한국불교연구원은 그간 한국불교계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김종화 이사장은 지난 17일 “젊은 불자들과의 교류를 활성화해 연구 인프라를 확충하고 재가 중심의 수행 연구단체로서의 위상을 더욱 강화해 나갈 것”이라며 “창립 때와 달리 불교계 상황이 많이 변했지만 한국 불교학 발전과 인재불사를 위해 힘쓰겠다”고 말했다.

한국불교연구원은 원효 연구의 최고 권위자였던 이기영 박사, 인도불교철학을 대중화시킨 서경수 박사(1925~1986), 한국불교미술사 석학인 장충식 교수(1941~2005), 정병조 금강대 총장, 이민용 영남대 석좌교수 등이 주축이 돼 설립됐다.

한국불교 정체성 연구 추진

그간 굵직한 연구서 펴내며

불교연구 획기적 지평 개척

“연구 인프라 보다 확충하고

수행 연구단체 위상 다질 것”

학문과 수행의 일치를 주창하며 불교연구를 선도해온 연구원은 특히 무게 있는 학술서적들을 발간하며 불교연구에 지평을 넓혔다. 한국불교 관련 연구 자료가 거의 없었던 당시 <한국의 사찰> (20권), <삼국유사 색인본>, <해인사고려대장경 해제본>, <원효사상연구>, <한국불교연구> 등 굵직한 연구서를 펴내며 한국불교 연구 역사에 큰 획을 그었다.

또 이 박사가 남긴 저서와 역서 논문, 강의록 등을 총망라한 <불연 이기영 전집>을 발간했다. 현재까지 40여권을 펴냈다. 연구원 초대 원장은 이기영 박사가, 2대 원장은 정병조 금강대 총장, 3대 원장은 정호영 충북대 교수, 4대 원장은 이민용 영남대 석좌교수가 역임했다.

연구원은 불연(不然) 이기영 박사가 불교학 연구 열정을 불태운 곳이다. 이 박사는 한국불교학 연구방법을 현대화하고 원효사상 연구의 새로운 길을 열었다.

이 박사는 이곳에서 70여편의 논문을 발표한 것을 비롯해, 1989년에 2년제 대학원 수준의 원효학당을 개설, 원효사상의 대중화에 힘썼다. 또한 학문연구와 신행을 일치시키기 위해 노력한 학자였다. 불교 대중화를 위해 서울, 대전, 대구, 부산 등지에 창립한 구도회는 지금도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1989년 발족한 전국교사불자회와 의료봉사단체인 무량감로회도 소외된 이웃을 위해 무료 봉사를 진행하고 있다.

연구원은 앞으로도 국제학술대회, 소장학자 학술활동 지원, 학술서 발간 등을 지속적으로 추진한다. 연구원 창립 당시 연구위원으로 참여한 인연으로 제5대 원장을 맡고 있는 리영자 원장은 “한국불교와 한국불교학의 정체성을 모색하는 연구도 꾸준히 이어 가겠다”고 밝혔다.

이기영 박사는 원효사상의 발굴과 연구를 통해 스님에 대한 관심을 국내외로 크게 고양시킨 선구자였다. 1954년 유럽으로 건너가 벨기에 루뱅대학에서 역사학과 불교학을, 파리대학에서 종교학을 공부했다. 중관철학과 인도불교, 산스크리트어 전문가였던 에띠엔 라모뜨 교수 밑에서 대승불교와 불교문헌학의 기초를 닦았다.

1960년부터 10여 년간 동국대에 재직하면서 종교사회학적인 관점에서 불교의 재해석을 시도하는 등 불교학 연구에 새 바람을 일으켰다. 이 박사에게 원효스님은 일생을 관통하는 ‘화두’였다. 1967년 발표한 <원효사상>은 불교사상의 현대적 해석을 시도해 논쟁을 일으켰으며, 이후 40년 넘게 원효연구에 몰두해 37편의 원효스님 관련 논문을 발표했다.

평생 후학양성과 학문에 매진했던 이기영 박사는 1996년 11월 동국대에서 한국불교연구원이 주최한 ‘불교와 국가’ 국제학술회의 중 세연을 달리했다.

[불교신문3060호/2014년11월22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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