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 한국불교문화사업단이 서울 시내 템플스테이 사찰 9곳에서 진행하는 템플스테이 무료 체험자 모집이 접수 하루만에 마감됐다고 한다. 문화사업단이 서울시와 함께 12월1일부터 7일간 진행하는 ‘서울 템플스테이 위크’는 사찰에서 한 해를 돌아보며 신년계획도 세우자는 취지에서 마련한 특별 프로그램이다.

조계사, 봉은사, 국제선센터, 금선사, 길상사, 화계사, 관문사, 묘각사, 진관사 9개 사찰이 이 프로그램에 동참했다. 사찰에서 하룻밤을 지내는 프로그램과 당일 프로그램 두 가지가 있는데 둘 다 당일 마감된 것을 보면 시민들이 사찰에서 머물며 느끼는 기회를 얼마나 갈망하는지를 느낄 수 있다. 서울시민을 위한 ‘템플스테이 위크’가 실현된 데는 서울시의 지원이 절대적이었다. 공무원들은 템플스테이가 훌륭한 프로그램인줄을 알면서도 사찰이라는 종교성 때문에 나서기를 꺼려 한다. 불교가 나서 전통문화라는 사실을 아무리 설명해도 종교 시설이라는 관점에서 한 발자국도 나가지 않으려 한다. 이는 공무원의 잘못이 아니라 다른 종교의 비난을 받지 않을까 하는 우려 때문임을 잘 알고 있다.

그런데 서울시는 과거와 달리 전통사찰을 시민들의 휴식과 문화향유 수단으로 적극 활용하고 있다. 전통사찰 체험기회를 마련한데 이어 템플스테이를 개최했다. 서울 외곽을 따라 걷는 둘레길 사업도 사찰체험과 밀접하다. 서울시의 이러한 전향적 자세는 서울을 문화와 전통이 살아 숨쉬는 도시로 탈바꿈하려는 정책 덕분이다. 이는 서울시민의 관심을 시정(市政)으로 도입했다는 점에서 친 시민적 정책이기도 하다. 홍보가 충분히 되지 않은 상태에서도 접수 하루 만에 마감됐다는 사실은 전통사찰에 대한 서울시민들의 호응이 생각보다 훨씬 크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만약 일주일간 계속 접수 받았다면 희망자는 훨씬 늘어났을 것이다. 템플스테이에 참가하는 시민들의 종교를 보면 불교 보다 타종교나 무교가 더 많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이번 템플스테이 위크 참가자도 종교가 고루 분포되었을 것이다. 전통사찰을 특정종교 시설로 치부해 이를 활용하는데 인색한 공직자들의 태도가 얼마나 잘못되었는지를 잘 보여준다 하겠다.

서울의 전통사찰은 우리 역사가 배어있는 문화와 역사 학습장이다. 특히 조선 500여년 도읍지였던 까닭에 서울의 사찰은 조선왕조와 그 주변 이야기가 풍부하게 담겨있다. 조계사는 구한말과 일제시대의 역사가, 봉은사에는 승군과 조선 중기 역사가 숨어있다. 북한산 사찰들은 산성에 얽힌 비밀을 간직하고 있으며, 정릉에는 조선 건국 이야기가 숨어 있다.

역사 스토리와 더불어 콘크리트 도시 서울이 맞나 싶을 정도로 울창한 숲과 맑은 물 깨끗한 공기가 공해에 찌든 몸과 마음을 정화시켜 주는 자연이 살아 숨 쉬는 곳이 전통사찰이다. 더 많은 서울시민들이 전통사찰의 자연과 문화를 향유한다면 시민들의 정서함양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불교신문3061호/2014년11월26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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