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불교의 만남

토마스 트위드 지음 / 운주사

19세기 동양의 불교가 미국의 전통문화와 만났을 때 무슨 일이 벌어졌는가를 역사적 관점에서 서술한 책이다. 이미 100년도 훨씬 이전부터 미국의 일부 지성인들은 불교가 개신교의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는 세계적인 사상으로 인식하기 시작했다. 물론 지금도 미국의 주류 종교와 문화는 다분히 기독교적이지만, 명상을 하는 이들이 1000만을 넘어서는 등 불교는 주요 문화로 자리 잡았다.

미국의 대다수 불교도는 아시아에서 온 이민자와 그 후예들이었다. 그 중에서도 불교 신앙을 간직한 중국인들이 가장 처음 미국에 도착한 이들이었다. 1850년대 대규모 중국인들이 들어오기 시작했으며 한국과 일본인 등 동아시아 출신의 불교도 이민자들도 1890년대 하와이나 태평양 해안을 따라 입국했다.

1882년 중국인 추방령과 1924년 인종주의 법안 때문에 아시아인들은 더 이상 들어오지 못하고 미국 국경은 봉쇄됐다. 그러나 이미 미국에 들어온 수많은 아시아계 불교도들은 20세기 전반부 동안 각자의 가정과 공공의 사원에서 신행생활을 지속했다.

1965년 불공정한 국가별 할당체계인 ‘하트셀러 이민법령’이 철폐됐다. 이후 베트남, 태국, 라오스, 미얀마, 스리랑카 등에서 온 아시아계 미국인 수가 1050만을 넘어섰다. 이들 가운데 대다수가 불교도였다.

아시아에서 건너온 스님들과

국가 교류, 개종자 영향으로

수천 미국인 불교로 눈 돌려

출판 음악 심리치료 광고 등

대중 문화적 영향력도 상당

불교의 포용성 과학적 특징

합리적인 지식인 사이에서

강력한 영향력 발휘하기도

그러나 책은 대부분의 미국 불교도가 아시아 혈통이라는 것을 주장할 수 있겠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라고 강조한다. 20세기 후반이 아닌 19세기부터 자신들을 불교도라고 소개한 미국인들이 있었다. 개종자들의 일부는 동시대인들에게 알려지지 않은 ‘고립된 탐구자’들이었다. 책에 따르면 그 숫자가 많지는 않았다. 2차 세계대전 이후 1960년대와 1970년대 가서야 수천 명의 미국인들이 불교로 눈을 돌렸다.

하지만 미국 인구조사에서 더 이상 소속 종교를 쓰지 않기 때문에 지금은 그 수가 얼마나 되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서구 불교 분야에서 존중받는 학자인 마틴 바우만은 300~400만 사이로 미국 불교도 수를 어림잡아 왔다. 이들 가운데 80만이 개종자라고 한다. 가톨릭교와 유대교, 개신교 신자로 자랐으나 성인이 되어 불교로 귀의한 유럽계 아메리칸, 아프리카계 아메리칸이라고 밝혔다.

저자는 이 부류의 개종자들이 1965년 이후 불교가 뿌리내릴 수 있도록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점에 주목했다. 영화배우 리처드 기어, 스티븐 시걸, 가수 티나 터너 등 유명인사 개종자들도 불교라는 종교를 공식화 하고 문화적 영향력을 발휘하게 만들었다.

또 밤에는 불교 소책자를 읽고 아침에는 침실 벽을 마주해 방석 위에 가부좌 자세로 앉는 ‘나이트 스탠드’(nights stand)라 불리는 불교도 역시 불교 대중화에 기여했다. 이들은 선과 위빠사나, 티베트 센터 등에서 명상과 염불 수행을 하고 있다.

저자는 “아시아인 스승, 국가 간 교류, 원전 번역, 종교 단체 뿐 아니라 유명인사 등의 영향으로 21세기 무렵 불교는 깊이 있는 미국문화를 형성하게 됐다”며 “이제 불교의 문화적 영향력은 의약, 음악, 시, 출판, 심리치료, 영화, 패션, 광고 등 전 영역에 걸쳐 있다”고 역설했다.

예를 들어 디자이너 조 메트로는 달라이 라마가 염주를 하고 있는 모습에 영감을 얻어 중국식 도시락 용기에 나무 알 염주를 넣어 한 개당 25~35불을 받고 팔아, 1999년 말 총액 100만 달러의 수입을 올리기도 했다.

저자는 불교가 과학과 양립할 수 있고 서양 신앙에 비해 상대적으로 더 큰 포용성을 갖고 있다는 점에 매력을 느끼게 됐다고 밝혔다. 사진은 현지인들이 참선하는 장면. 불교신문 자료사진

불교에 매료된 사람 가운데는 포괄적이고 포용적인 성향에 이끌리기도 했다. 특히 19세기 인도 아소카 왕 칙령이 재발견돼 번역, 출판됐는데 이는 서양인들이 불교를 특별히 포괄적이고 관용적인 종교로 인식하도록 만드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또 부처와 예수 사이에서 의미 있는 유사점을 발견해 동양적 세계관의 ‘지적 풍경’에 대한 공감을 표현하는 이들도 있었다.

책은 또한 유럽과 미국에 불교를 진흥한 이들이 불교가 자연과학과 양립할 수 있다는 점을 적극 활용했다고 밝혔다. 불교의 과학적 특징이 지닌 호소력은 합리적인 지식인 사이에서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했다. 1875년 진화론의 위력이 미국에 영향력을 행사하기 시작하자, ‘과학의 새로운 정설과 불교의 가르침 간의 명백한 조화는 인류 사상사에 신기원을 이뤘다’는 한 과학자의 평가도 나왔다.

저자는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州) 채플힐에 있는 주립 종합대학인 노스캐롤라이나 종교학과 교수이자 문리과 대학 부학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이 책은 저자가 자신의 박사학위 논문을 수정 증보한 것이다.

저자는 “21세기가 열리자 개종자들이 늘면서 훨씬 더 광범위하게 불교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며 “더 많은 미국인이 동양으로 돌아서고 있어 종교적 풍광이 바뀌었고 학계는 물론 대중적인 문화도 형성됐다”고 밝혔다.

[불교신문3060호/2014년11월22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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