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칠교 작가의 중국불교전람회 참관기

 

서철교 작가는 중국 전람회 참가 후 한국 불교예술품을 대하는 우리 불자들의 인식이 유연해질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샤먼국제불교용품박람회에 참여하게 된 것은 개인적 호기심에서부터 출발했다. 중국불교미술은 역사 그 자체가 관심의 대상이었고 우리나라 불교미술, 그리고 내가 하는 작업들과 비교대상이었다. 그런 중국불교미술의 현재에 대한 궁금증과 기대감이 이번 박람회에 참여하게 된 결정적 이유였다.

먼저 전시장 앞에 도착했을 때 먼발치에서 보이는 어마어마한 크기의 전시장을 바라보며 ‘저렇게 큰 전시장 안을 어떤 불교미술품들이 채우고 있을까’ 하는 유쾌한 기대감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리고 작품설치를 위해 처음 박람회장에 들어섰을 때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그 안에 설치돼 있는 대형 불상들이었다.

그들이 보여준 규모와 화려함은 내게 적잖은 충격을 줬다. 어느 정도는 예상하고 있었던 일이지만 직접 눈으로 보는 그 크기와 화려함에 조금은 압도되는 느낌이었다. 근래에 이루어진, 세계를 놀라게 할 만한 중국 내의 대작 불사들이 하루아침에 이뤄진 것은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대형의 불상들뿐만 아니라 그 속을 자세히 들여다보니 참으로 다양한 종류의 작품들이 있었다. 전통적인 조각재료인 돌, 나무, 청동 외에도 옥, 건칠, 도자기, 유리, 순금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고 섬세한 작품들이 크고 웅장한 작품들 사이를 빈틈없이 메우고 있었다. 이런 다양한 작품들은 각각의 전문 업체들이 자신의 업체 이름으로 경쟁하고 살아남기 위한 투자와 치열한 노력의 결과라는 느낌이 들었다.

“중국 불자들이

불교미술품을

대하는 모습은

적극적이고 능동적

가까이 두고 싶은

마음이 들면

충분한 대가를

지불할 준비 돼있다”

과연 현재 우리나라에는 이렇게 투자와 노력을 하는 업체가 얼마나 있을까. 그런 노력과 투자를 할 수 있게 하는 이곳의 토대가 부럽기도 했으며 현실적으로 그렇지 못한 우리의 토대가 안타깝기도 했다. 그리고 현재 중국불교미술의 이같은 양적인 풍성함은 머지않아 질적인 개선을 이뤄 내리란 생각도 쉽게 할 수 있었다.

다양한 불교용품들 속에서 눈에 띄는 것은 절에서 필요한 불사용품들과 함께 일반 가정에서 집집마다 설치하는 가정용 불단과 그에 필요한 용품들이 상당히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것이 현재 중국 불교문화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좋은 예인 것 같았다.

실제로 5일간의 전시기간 동안 두 점의 작품이 판매되었는데 두 명의 구매자가 모두 스님이 아닌 일반 수집가들이었다. 한명은 앞으로 불교미술박물관을 건립할 계획으로 작품을 수집하는 사람이었고, 다른 사람은 일반 가정집에 모셔둘 생각으로 구매를 했다고 한다.

구매 후에도 이메일을 통해 작품이 어떤 형태로 소장되고 있는지, 주변사람들에게 어떤 인상을 주고 있는지 등의 대화가 오가며 내년에 박람회에서 또 만날 것을 기약했다. 작가로서의 책임감을 자연스럽게 가질 수밖에 없는 일이었다.

그들과 많은 대화를 나누며 지난 봄 우리 불교박람회와의 차이점을 생각해 봤다. 가장 큰 차이점은 박람회 관람객 수나 관람객들의 관심도가 아니라 실제 구매로의 연결이다. 우리나라 관람객들의 불교미술에 대한 관심과 지식은 이곳 관람객들보다 훨씬 높았다.

하지만 불교미술품을 실제로 구매해 가는 사람들은 거의 없었다. 그것은 성상을 집안에 모시는 것을 부담스러워 하는 우리나라만의 경직된 불교문화가 있어서가 아닌가 생각한다.

이곳에서 본 사람들의 불교미술품을 대하는 모습은 적극적이고 능동적이었다. 한마디로 불교를 문화로서 즐기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내가 좋아하고 사랑하는 불교의 도상들을 표현한 불교미술품을 보고 즐기고 가치를 인정하며 가까이 두고 싶은 마음이 들면 충분한 대가를 지불할 준비가 돼있었다.

신격화된 성상을 모시는 의미로 생각하는 우리의 경직된 불교미술품을 대하는 풍토도 좀 더 유연해질 필요가 있지 않을까 한다.

이번 샤먼국제불교용품박람회에서 한국불교미술의 미래를 생각해 본다.

[불교신문3060호/2014년11월22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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