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불자들 힘모아 점자 ‘금강경’ 봉정

점자 <금강경>을 봉독하고 있는 시각장애인불자. 그 옆에 안내견이 앉아 있다.

“여시아문 일시…” 시각장애인 강씨가 손끝으로 점자 돌기를 빠르게 훑어 나갔다. 초점을 잃은 눈과 다르게 일사불란하게 입과 손을 움직이며 점자 <금강경>을 읽어나가는 강씨의 표정은 그 어느 때보다 자신감으로 차 있었다. 뒤편에는 ‘도우미 보살’ 시각장애인 안내견이 좌복을 차지하고 앉아 있었다. 일반 법회에선 볼 수 없는 진기한 풍경이었다.

지난 16일 서울 봉은사 법왕루에서 열린 일요법회에서 점자로 된 <금강경> 봉정식이 봉행됐다.

사회복지법인 연화원(이사장 해성스님) 시각장애인불자 25명과 청각장애인불자 15명은 점자 <금강경>을 통해 부처님 말씀을 오롯이 새겼다. 이날 대표로 점자<금강경>을 봉정한 강태봉 한국시각장애인불자회 회장은 “시각장애인 제자들을 위하여 점자로 <금강경>을 제작하시어 품에 안겨주어서 두 손 모아 감사드린다”라며 고마움을 표했다.

이번 봉정식은 동국대 명예교수 법산스님의 후원이 있어서 가능했다. 법산스님은 시청각장애인불자들에게 각별한 관심을 가지고 4년 전부터 매월 둘째 주 일요일, 연화원에서 법문을 진행해오고 있다. 이날은 법산스님의 <금강경> 3만독을 기념하는 자리여서 보다 의미가 있었다.

스님은 “개인적으로 3만독 기념법회라는 점에서 뜻깊지만 무엇보다 장애인불자들이 함께해 더 의미가 깊다”라며 “점자 <금강경>을 통해 장애인불자들이 비장애인불자들과 차별없이 부처님 말씀을 깊이 새기고 성불의 길로 나아가길 바란다”고 일요법회에서 법문을 했다.

연화원 이사장 해성스님은 “법산스님의 전폭적인 지지가 없었다면 이번 점자 <금강경>제작은 불가능했을 것”이라며 “또 장애인불자를 위해 자리를 마련해 준 봉은사 주지 원학스님에게도 고마울 따름”이라고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해성스님은 “<금강경>은 장애인불자들에게 희망을 전하는 불서”라며 “‘우리 모두 부처님 제자’라는 점에서 선입견 없이 장애인불자들을 한 가족으로 바라봐 달라”고 당부했다. 

[불교신문3060호/2014년11월22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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