⑲ 김해 은하사

불교 정화 이룬 어른들

정신 다시 돌아봐야…

 

문화유적 간직한 은하사는

김해 시민 모두의 고향

영화 ‘달마야 놀자’촬영지로 유명한 은하사 전경.

김해 은하사를 방문하기로 한 날 이른 아침 은하사에 전화를 했다. “대성스님을 오늘 뵙기로 약속한 사람입니다. 스님 계십니까?” “시님 찾는교? 시님 지금 마당 쓸러 가셨는데 곧 올라오실껍니더.”

은하사에 주석하고 계신 대성(大成)스님은 동산(東山)스님 상좌다. 동산스님은 아침예불이 끝나면 손수 빗자루를 들고 도량 청소에 나서는 게 일과였다. 따라서 동산스님 제자들은 도량청소를 가풍으로 잇고 있다.

범어사 주지를 마치고 은하사로 돌아온 대성스님은 고희를 넘긴 스님이라 여겨지지 않을 정도로 정정하고 맑은 모습이셨다. 말씀하실 때도 젊은이 못지 않은 음성이었다.

“범어사가 부산불자들만의 안식처가 아니라 부산시민의 안식처이듯 은하사 역시 김해시민의 것입니다. 내 고향이 부산이니 범어사는 나의 고향이고 은하사 또한 내 고향입니다. 범어사나 은하사가 어디 나만의 고향이겠습니까? 부산사람 김해사람 모두의 고향이지요. 고향은 고향사람이 지키고 가꾸고 키워야 합니다. 제 고향을 제가 돌보지 않으면 누가 돌보겠습니까?”

천년고찰 은하사는 근년들어 영화 ‘달마야 놀자’의 촬영지로 더 한층 알려졌다. 사철 빼어난 경관에 절을 찾는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경남 김해시 삼방동 882번지가 은하사의 주소다. 김해 인제대(仁濟大) 후문에서 택시를 타면 기본요금 정도면 갈 수 있다.

대성스님은 은사이신 동산스님 이야기를 먼저 해 주었다. 6ㆍ25 한국전쟁 때 부산은 임시수도였다. 1950년대 초반 이승만 대통령이 범어사를 방문했을 때의 이야기다. 이 대통령이 지팡이로 대웅전의 불상을 가리키며 곁에 있는 동산스님에게 말을 걸자 동산스님이 “각하, 각하께서는 성인(聖人)을 지팡이로 가리키십니까? 만백성을 위하시는 각하께서 그리 하십니까?”

동산스님의 일갈에 흠칫한 이 대통령은 그날 이후 어느 자리에서 “범어사에 동산이라는 유명한 스님이 계시더라. 그 스님이 국정에 참여하면 얼마나 좋겠나? 문교장관? 국무총리? 아니 부통령을 맡겠다면 그리 하겠는데…” 했단다.

대성스님은 범어사 주지 시절 <동산대종사와 불교정화운동>이라는 책을 펴냈다. 김광식 교수가 엮은 이 책은 동산스님의 불교정화운동을 포함한 수행, 행적, 사상 등을 문도와 스님들의 증언 청취를 통해 동산스님을 재조명한 책이다.

대성스님은 내년이 동산대종사 열반 50년을 맞는 해임을 일깨우면서 현 종단의 초석을 다진 큰 어른의 가르침을 되새겨야 할 것을 힘주어 말했다. 한국불교의 정신은 청정승가에 있음을 강조하는 대성스님은 오늘의 불교도들이 정화 당시 어른들의 그 정신을 되새겨야 한다고 일침을 놓았다.

“신도분들의 소중한 시주금으로 만들어진 화장지입니다. 화장지를 아껴씁시다.” “믿음은 도(道)의 근본이며 공덕의 어머니라 모든 선한 법을 길러내며 의심의 그물 끊고 애정 벗어나 열반의 위없는 도 열어 보이도다” <화엄경> 현수품 중에서.

도량에 보이는 글이다. 또 다른 글도 눈길을 끌었다. 노자(老子)의 물의 10가지 가르침이다. “물은 생명에 반드시 필요한 것이다. 근원이 맑고 깨끗하다, 모양이 없기에 적응이 빠르다. 낮춤의 겸손이 있다….” 어느 절이든 청정수행 가풍이 이어져 우리 불교의 앞날이 더 밝아지기를 기원하며 은하사에서 내려왔다.

[불교신문3061호/2014년11월26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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