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장 참청기연(參請機緣) - 참배하고 법을 배운 인연①

뛰지 못하면 거북이처럼 열심히 기어가면 돼

점수 올바로 이해, 실행하면 돈법과 같은 효과 

본문: 大師往漕溪山 韶廣二州行化四十餘年 若論門人 僧之與俗三五千人說不盡 若論宗指 傳授壇經 以此為衣約 若不得壇經 即無稟受 須知法處年月日性名遍相付囑 無壇經稟承 非南定子也 未得稟承者 雖說頓教法 未知根本 修不免諍 但得法者 只勸修行 諍是勝負之心 與道違背

해석: 대사께서 조계산으로 가시어 소주ㆍ광주 두 고을에서 교화하시기를 40여년이었다. 문인(門人)이 스님과 속인 합쳐 삼오천(三五千) 명으로 이루 말할 수 없으며, 단경을 전수하여 종지로 의지하고 믿음을 삼게 하였다. 만약 단경을 얻지 못하면 법을 이어받지 못한 것으로 여겨 처소와 년 월 일과 성명을 알아서 서로서로 부촉하되 단경을 이어받지 못하였으면 남종의 제자(南宗第子)가 아니라고 했다. 단경을 이어받지 못한 사람은 비록 돈교법을 말하나 아직 근본을 알지 못함이니 다툼을 면하지 못할 것이다. 그러므로 오로지 법을 얻은 사람에게만 돈교법(頓敎法)의 수행을 권할지니….

법문: 앞부분에서 무상송을 생략했는데, <육조단경>은 경전편찬 방식과 같다. 질문자가 묻고 부처님께서 답하고 마지막으로 이를 총체적으로 게송으로 정리하는 경전 편찬 방식을 단경도 그대로 따르고 있다. 따라서 게송은 각자가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고 정리했는가를 살펴보면 되기에 해설을 생략했다.

지금까지 돈오법에 대해 설명했는데 이 부분에서는 점수법에 대해 설명하고자 한다. 돈법(頓法)은 생각조차 끊어진 자리이지 헤아리고 분석해서 들어가는 자리가 아니다. 본래 번뇌 망상이 실체가 없음을 알기에 바로 끊어버리고 청정무구한 본성 자리로 들어간다. 이것이 돈오견성, 남종의 종지다. 남종의 종지는 뛰어나다. 단도직입으로 들어가 완성된 그 자리를 인식시키며 확신을 줘 부처님과 똑같은 인격(佛行)이 나와 버리는 최상의 법이다. 돈오법에 비춰 강의하면 몇 마디 할 것도 없다. 그냥 부처로 살아라 그 말 밖에 할 말이 없다. 하지만 이같은 근기를 갖고 깨달을 사람이 몇이나 있겠나. 대단히 어려운 일이다. 돈오법이 뛰어나기는 하지만 근기가 안되는 사람에게 전해지면 더 안 좋은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실제 그런 사람들 많다. 그래서 육조는 돈오견성을 수행할 수 있을 정도로 신심, 지혜, 정견이 무르익어 그만큼 마음 수양의 토양이 잘 닦여진 사람에게만 전하지 그렇지 않으면 전하지 말라고 했다. 남종 종지가 원체 뛰어나다 하니 오로지 정견을 바로 배우고 착실하게 대승의 심인을 배워 돈오를 받아들일 근기가 숙성된 사람만 전하고 육조 제자로 받아들인 것이다. <육조단경>에서 육조스님이 ‘남종돈교의 이 법문을 서로 주고받을 때 처소와 주소가 어딘지 몇 월 며칠 누구로부터 법문을 받았는지’를 묻고 있는데 이는 정견을 제대로 이해한 사람으로부터 배웠는지를 확인하는 것이다.

그러면 돈오법을 받아들일 근기가 안 되는 사람은 주저 앉아야하나. 그렇지 않다. 뛸 수 있는 사람은 뛰고 뛰지 못하는 사람은 기어가면 된다. 거북이처럼 불퇴전으로 가면 된다. 그것이 점수법이다. 점수법은 결코 하근기 수행법이나 사구(死句)가 아니다. 점수법을 제대로 이해하고 행하면 돈교법과 같은 효과를 낸다. 대나무 죽순도 대나무 이지만 아직 대나무가 아니다. 새는 날 수 있지만 시절 인연이 닿아야 한다. 그런 것처럼 목표를 설정해 놓고 점수(漸修) 하지만 결국 돈오에 이르는 것이다. <능가경>에 부처님이 말세 중생들이 마음 닦는 법에 들어갈 때 “점수법으로 들어가야 한다”고 했는데 그렇다고 능가경이 점수법이 아니다. 돈오법이다. 다만 자비로 방편을 열고 있는 것이다. 점수법은 오랜 세월 굳어진 중생들의 업식을 잘 살펴 자비를 일으켜 들게끔 만들어준다.

[불교신문3059호/2014년11월19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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