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립 20주년 맞은 생명나눔실천본부 이사장 일면스님

어려운 일을

남보다 먼저 하고

말로 하는 가르침보다

실천하는 사람이 될 때

불교와 사회도 변해

 

 

적게 말하고

손과 발을 자주 놀려야

남도 이롭게 되고

사회도 바르게 간다는

의미입니다

 

 

다른 생명을 살리는 것이

가장 고귀한 보시입니다

저도 1999년 1월8일

간 이식을 받고

다시 태어났습니다

1959년 해인사에서 명허스님을 은사로 출가한 일면스님은 1964년 사미계를, 1967년 비구계를 각각 수지했다. 조계종 중앙종회 5선 의원과 중앙종회 수석부의장을 역임했으며, 제25교구본사 봉선사 주지, 조계종 교육원장을 역임했다. 또 조계종 군종특별교구 초대 교구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조계종 호계원장과 광동학원 이사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생명나눔실천본부가 지난 11일 창립 20주년을 맞았다. 처음 장묘문화 인식개선사업과 장기기증운동을 펼칠 때만 해도 일반인의 무관심이 적지 않았다. 오랜 유교문화로 인해 “온전한 시신의 매장”을 당연시 했던 대중의 인식을 바꿔야 했다. 일면스님이 생명나눔실천본부와 인연을 맺은 것은 19년 전. 그리고 스님 역시 장기기증을 받으면서 이 운동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적극적으로 셍명나눔운동에 뛰어 들었다. 지난 10일, 생명나눔실천본부를 이끌고 있는 이사장 일면스님을 의정부 광동고등학교에서 만났다.

 

“<본생경>에 보면 부처님께서 매에 쫒기는 비둘기를 위해 자신의 몸을 보시하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또 법을 구하기 위해 기꺼이 목숨마저 내놓는 일화가 많습니다. 부처님께서는 다른 생명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것에 거부감을 갖고 있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우리 몸은 지수화풍 4대가 모여 이뤄졌다가 인연이 다하면 흩어지고 다시 뭉쳐 몸을 이루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도(道)를 이루기 위해 잠시 빌리는 것이라는 부처님의 가르침에서 볼 때, 장기기증은 당연한 일이겠지요.” 생명나눔실천본부 이사장 일면스님은 생명나눔운동에 불자들이 적극 참여해야 한다는 당부의 말로 인터뷰를 시작했다. 유교에서 ‘신체는 부모님이 주신 것이니 잘 보존해야 한다’는 말을 확대 해석해 사회에 적용하다보니 오랫동안 우리의 인식이 잘못돼 왔다는 것. 하지만 불교적 가르침에서 볼 때 생명나눔은 “다른 생명을 살리는 가장 고귀한 보시”다.

19년 전 생명나눔실천본부 이사로 활동을 시작한 일면스님은 그동안 가장 어려웠던 일로 ‘인식 개선’을 꼽았다.

“지난 10년간 장기기증 서약을 한 사람이 2000명 정도였어요. 온전한 시신의 매장을 선호하는 사람들의 인식이 쉽게 바뀌지 않았어요. 인식을 바꾸는 데는 법장스님이 입적하면서 시신을 기증하는 등 사회적 인사들의 역할이 컸어요. 인식이 변화하면서 지난 10년간 장기기증 서약자가 8만명으로 급증했어요.”

삶이 다하면 몸은 아무런 쓸모가 없다. 마치 강을 건넌 다음 뗏목을 버리고 길을 걸어가야 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나에게는 이미 쓸모가 없어져 곧 흩어져 버릴 몸으로 다른 생명을 살려 복을 짓는다면 다음 생에 더 나은 인연을 얻게 된다. 스님은 “불교계가 적극적으로 생명나눔운동을 펼치는 것은, 곧 불교의 가르침을 사회에서 실천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일면스님은 “나는 1999년 1월8일, 다시 삶을 받고 태어났다”고 말한다. 스님은 1993년 간이 좋지 않다는 병원 진단을 받았다. 이후 종종 병원을 찾아야 했다. 급기야 1998년에는 간이 급속히 안 좋아지면서 1년 사이 무려 16번이나 응급으로 입원을 했다. 의사는 “간 이식 외에 방법이 없다”고 했다. 스님의 사연이 알려지면서 30여 명의 불자들이 간 이식을 하겠다고 했지만 “내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다른 사람에게 위험을 주기 싫다. 단 뇌사자 장기기증이 있으면 수술하겠다”며 거부했다.

“의사가 2개월도 채 못산다고 해요. 그래서 주변 모든 것을 정리했어요. 그리고 부처님께 ‘아직 불교를 위해 해야 할 일이 많으니 죽으면 다시 우리나라에서 스님으로 태어나게 해 달라’고 기도했어요. 그러던 차에 갑자기 병원에서 연락이 와 누군지도 모르는 20대 청년의 간을 이식받게 됐어요.”

20시간에 걸친 수술을 마치고 무균실에서 막 의식이 돌아오는데 조계종 어장 원명스님이 눈에 들어왔다. 원명스님은 누군가를 위해 열심히 염불을 하고 있었다. 스님을 부르고 싶었지만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단다.

“하루 이틀 지나 의사에게 물었어요. 저번에 아는 스님이 천도재를 열심히 올리던데, 누구 높은 분이 돌아가셨나요?” “네? 최근에 스님이 염불한 적이 없는데요. 그리고 장례식장과 여긴 거리가 멀어서 소리가 전혀 안 들릴텐데요?” “분명, 스님을 봤는데….” 

지난 10일 ‘대학합격 기원법회’ 직후, 의정부 광동고 3학년학생들과의 기념촬영.

몸을 움직일 수 있게 되자, 일면스님은 곧장 장례식장과 병원법당을 찾았다. 입원실과는 거리가 꽤 있었다. 염불소리가 들릴 리 만무했다. “나중에 물어보니 내가 수술 받을 시간에 원명스님이 인도 성지순례를 하던 중이었는데, 부처님이 깨달음을 얻은 마하보디 사원에 갔다가 내 생각이 나 기도를 올렸대요. 기도의 가피가 그렇게 영험이 큰 거라. 진심으로 기도하면 부처님은 반드시 가피를 내려줍니다.”

일면스님은 생명나눔실천본부 이사장을 비롯해 조계종 호계원장, 광동학원 이사장을 비롯해 많은 직책을 갖고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하지만 가장 보람 있는 일로 생명나눔운동과 청소년 불자를 육성하는 교육사업 두 가지를 꼽았다.

“생명나눔은 생명을 존중하는데서 비롯됩니다. 작은 생명도 소중하게 여길 줄 아는 자비심을 실제로 베푸는 것이지요. 자비가 무엇입니까. 바로 상대방의 아픔을 함께 아파하는 것입니다. 상대의 슬픔을 더불어 슬퍼하고, 자신을 버려서라도 다른 사람을 소중하게 다룰 줄 아는 마음입니다. 내 자신 뿐 아니라 남의 생명도 소중하게 여기고 그 마음을 행동으로 실천하는 것이 바로 생명나눔입니다.”

생명나눔실천본부 설립 후 10년간 법장스님이, 이후 10년간 일면스님이 생명나눔운동을 이끌었다. 현재 장기기증희망등록과 조혈모세포 희망등록자가 8만명에 육박한다. 또 700여명의 환자에게 27억원이 넘는 치료지원비를 전달했다. 생명나눔 회원은 14만명에 달한다. 지난 20년의 성과를 바탕으로 내년부터는 사업의 다각화를 고민하고 있다.

“어려운 사람들을 찾아가서 쌀과 연탄을 배달하는 것도 의미가 있습니다. 일전에 중국과 베트남에도 이 사업을 제안했는데, 자발적인 움직임이 일어나지 않고 있어요. 많은 사람들과 대화 시간을 갖고 생명나눔 사업을 해외에서도 추진하기 위한 방안을 연구해 보려고 합니다. 지부 설립도 고려하고 있습니다.”

일면스님은 실천행을 강조했다. 부처님의 교리는 어디 내놓아도 손색이 없는 가르침이지만, 이를 따르고 실천하려는 현재 스님과 불자들의 노력은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일면스님은 ‘연꽃 같은 사람’이 되라고 말했다.

“연꽃은 시궁창에서 피어도 그 향기를 조금도 잃지 않고 아낌없이 뿜어내 주변을 아름다운 향기로 가득 채웁니다. 부처님께서 왕사성 비바산 칠엽굴에 계실 때, 큰 가시에 찔린 일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전혀 고통을 보이지 않으시고, 무엇을 요구하지도 않자 이를 지켜본 천신들이 ‘사문 고타마께서는 사람 가운데 연꽃입니다’고 찬탄했습니다. 우리도 고통이나 장애에 굴하지 않고 포용력을 갖고 주변 사람을 보듬을 수 있다면 ‘연꽃 같은 사람’이 될 것입니다. 무엇보다 어려운 일을 먼저 해야 존경을 받습니다. 말로 하는 가르침보다 스승다운, 지도자다운, 어른다운 행동을 해야 합니다. 그럴 때 불교가 변화하고 개혁됩니다.”

어떤 삶이 연꽃 같은 삶인지 되물었다. 그러자 스님은 “입은 적게 말하고, 손과 발을 자주 놀려라. 그래야 남이 이롭게 되고, 사회가 바르게 간다는 것을 항시도 잊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창립20주년을 맞는 생명나눔실천본부 이사장으로서 꼭 하고 싶은 말씀은 “생명나눔실천본부를 위해 그동안 많은 도움과 후원을 아끼지 않은 회원과 봉사자, 불자들에게 감사드린다”는 감사의 뜻이었다.

[불교신문3059호/2014년11월19일자]

 


 

의정부=안직수 기자 jsahn@ibulgy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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