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적광전 등 10여동 … 조직적 훼불 가능성 높아

팔만대장경을 봉안한 해인총림 해인사에서 이교도의 소행으로 보이는 낙서가 발견돼 충격을 주고 있다.
해인사(주지 선해스님)는 오늘(11월24일) 배포한 보도자료를 통해 “11월 23일 대적광전을 비롯한 10여 동의 주요 전각에 이교도의 소행으로 보이는 낙서가 발견되어 합천경찰서에 수사의뢰를 했다”고 밝혔다.

해인사가 CCTV를 자체 조사한 결과 대적광전 뒷벽은 11월 20일 오후3시 38분, 대비로전 뒷벽은 같은 날 오후3시42분에 낙서가 이뤄진 사실을 확인했다. 이밖에도 독성각, 명부전, 응진전 등 17개 건물에서도 낙서가 발견돼 조직적인 훼불행위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검은 사인펜으로 작성된 낙서는 특정 종교의 기도주문으로 추정되며 △시천주侍天主조화정造化定 영세불망만사지永世不忘萬事知 △지기금지至氣今至 원위대강願爲大降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낙서한 부분을 확대한 모습.

CCTV를 통해 확인된 훼불 행위자들은 20~30대로 보이는 남녀 각 1명으로, 주로 여자가 낙서를 하고 남자는 망을 보았다. 여자는 빨간색 털모자(비니)와 후드점퍼, 청바지, 흰색 운동화 차림에 손가방을 들고, 줄 달린 명찰을 목에 걸고 있었다. 검은 선글라스도 착용했다. 남자는 흰색 상의에 멜빵형 가방을 착용했다.

해인사는 “11월 20일 오후 3시 32분경, 여성은 대적광전 문을 열고 들어와 안을 한 바퀴 둘러본 뒤 법당 정면에서 부처님께 3배를 올리고, 3시 37분 대적광전을 나온후 법당 뒷벽에 검은 싸인펜으로 낙서를 했고, 이때 남성은 장경판전 계단 중간에서 주변의 망을 보고 있었다”고 밝혔다. 또한 “여성이 대비로전 벽에 같은 낙서를 하고, 남성은 팔만대장경이 모셔진 장경판전에 함께 올라와 둘러보고서 독성각으로 내려가 같은 낙서를 했다”고 밝혔다.

해인사 대적광전은 시ㆍ도 유형문화재 256호로 지정돼 있으며 팔만대장경 장경판전은 세계문화유산이며 국보급 문화재다.

이번 훼불 사건에 대해 해인사는 “국격(國格)을 훼손시킨 심각한 문제와 훼불행위”라면서 “원인규명에 만전을 기하는 한편 전통문화재에 대한 보전을 위해 더욱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해인사 홍보국장 종현스님은 불교신문과의 전화통화에서 “오늘 종무회의에서 경찰 당국에 수사를 의뢰 하기로 했다”면서 “합천경찰서 직원들이 해인사에 와서 현장을 살펴보고 CCTV 확인 등 수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이어 종현스님은 “조기에 용의자를 검거해 배후 세력 여부 등을 철저하게 밝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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