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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의 산’ 지리산 품에서 되찾은 행복행복씨앗을 심는 템플스테이 ⑫ 산청 대원사

지리산 자락에 위치한 산청 대원사는 ‘어머니의 산’이 주는 푸근함을 간직하고 있는 사찰이다. 사찰로 향하는 길로 들어서면 소박한 옛길을 볼 수 있다. 지리산서 내려오는 계곡물이 눈과 귀를 맑히고, 오래된 나무들이 내뿜는 청정한 공기로 몸속까지 깨끗해지는 기분이다.

대원사 가는 길에서 개발되지 않은 순수함을 느낄 수 있는 것은 6·25전쟁을 거치면서 쇄락한 사찰의 불사를 주도했던 법일스님 덕분이다. 스님은 “한번 훼손된 자연은 다시 복원할 수 없고, 수행자는 수행만 열심히 하면 먹고 살 수 있다”며 보존을 택했다. 법일스님의 가르침을 이어 사하촌을 개발하지 않고, 묵묵히 예스러움을 고수하고 있는 스님들이 있어 대원사를 찾는 이들은 행복하다.

   
참가자들은 불교적 성격유형검사지 ‘108 애니어그램’을 통해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봤다.

대원사는 조계종 한국불교문화사업단의 템플스테이 브랜드 ‘아생여당’ 가운데 건강을 테마로 한 생생템플스테이를 운영하고 있다. 마음생생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지난 9월11일 템플스테이에는 서울, 진주, 안성 등 각지에서 온 10여명이 함께 했다.

마음생생 템플스테이는 마음이 건강해야 몸도 건강하다는 취지에서 기획됐다. 집단상담과 명상을 통해 참가자들은 마음을 들여다보며 나의 문제가 무엇인지 알아차리고, 어떻게 달라질지 고민한다. 산청지역 특산물인 약초를 테마로 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약초주머니 만들기, 약초가 들어간 선식 조리법 익히기 등이다. 이 가운데 약초찜질방은 대원사 템플스테이에서만 즐길 수 있는 공간이다.

지리산에서 직접 캔 약초들이 가득한 방 안에서 뜨끈뜨끈하게 찜질할 수 있는 공간이다. 맥반석 바닥은 물론 벽과 천정에도 난방이 가능하도록 설계돼 참가자들은 시간 날 때마다 약초찜질체험을 할 수 있다. 약초찜질방은 특히 40대 50대 여성참가자들에게 각광을 받는다. 지리산 포행도 하고, 약초찜질방에 몸도 지지며, 매끼 몸에 좋고 맛도 좋은 사찰음식을 먹으면서 안팎의 건강을 두루두루 챙긴다.

몸과 마음 건강 테마로

연중 생생템플스테이 운영

명상하며 내면 관조하고

지리산 맹세이골 포행 후

약초찜질방서 지지다보면

쌓였던 피로 저절로 풀려

이날 템플스테이 첫 순서는 참가자들이 서로 인사를 나누는 시간이다. 참가자들은 자신의 닉네임을 하나씩 정하고, 사찰문화를 찍은 다양한 이미지카드 가운데 두 장을 골라 자신의 현재 심정과 바람을 전했다.

대학원 입시준비를 하면서 자신이 진짜 원하는 게 무엇인지 고민한다는 ‘동글이’, 늘 새로운 것을 만들어야 하는 긴장감을 내려놓지 못해 답답해하는 ‘직장인’ 어떤 상황이 벌어지면 혼자 비극적인 얘기를 만들어 낸다는 얘기를 딸에게 자주 듣는다는 ‘드라마퀸’ 어느 분야에서든 전설이 되고 싶었던 젊은 시절의 마음이 생각난다는 ‘레전드’ 등이다.

참가자들이 자신을 소개하는 동안 템플스테이 지도법사 혜성스님은 중간 중간 질문을 던져 이들이 숨겨뒀던 속내를 꺼내놓을 수 있도록 유도했다. 솔직하면 솔직할수록 마음이 건강해지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들의 소개를 듣는 참가자들의 모습도 진지하다. 질문과 격려를 주고 받다보면 첫 만남이 주는 어색함은 금방 사라졌다.

스님들이 직접 기른 채소

약초 곁든 사찰음식 공양

몸속 독소 빠져나가는 듯

마음생생 프로그램의 하이라이트는 ‘108 애니어그램’이다. 명상상담연구원장 인경스님이 개발한 불교적 성격유형검사지로 개인의 감정과 사고, 의지 등을 알아볼 수 있어 실제 상담현장에서 활용된다.

동방대학원대학교에서 상담관련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템플스테이 지도법사 혜성스님은 ‘108 애니어그램’을 활용해 참가자들과 집단상담을 진행한다. 답을 점수화해 성격역동그래프가 완성되면, 혜성스님이 그래프에 나타난 심리적 상황을 설명해준다. 그래프에 나타난 개인의 성향에 따라 스님은 참가자들의 고민을 해결할 수 있게 조언을 해준다.

이어지는 명상일지 작성은 내 생각과 감정, 느낌, 몸의 상태를 분류해서 적어보는 것이다. 몸과 마음이 연결돼 있어 감정이 변하면 신체에도 반응이 온다.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몸과 마음의 변화를 기록함으로써 내 안의 감정을 토해내고, 글로 내 마음을 표현하는 능력도 기를 수 있어, 참가자들이 실생활에서도 활용하면 효과가 크다.

   
이미지 카드로 자신을 소개하는 참가자.

상담과 명상으로 마음이 건강해졌다면 이제 뱃속을 든든히 채울 시간이다. 대원사는 약초를 이용한 사찰음식으로 유명하다. 공양간에서 사용되는 재료들은 모두 지리산에서 자란 약초와 채소들이다. 대원사 스님들이 재배한 재료들로 하나 같이 몸에 좋은 것뿐이다.

템플스테이 수련관 옆쪽 텃밭은 잡초 하나 없이 깔끔하게 정리돼 있다. 여기서 사시사철 작물이 자란다. 봄에는 취나물과 방풍나물, 쑥갓을 따다가 반찬을 만든다. 여름엔 상추, 호박, 가지가 밥상위에 오른다. 가을엔 고추, 배추, 무를 수확해 김장을 한다. 이맘 때 국을 끓이면 맛이 좋다는 아욱과 선동초, 스님들이 특히 좋아하는 고수, 호박죽을 쑤면 좋을 것 같은 실한 늙은 호박, 당근, 시금치, 메주콩까지 다양하다.

된장국에 넣을 선동초를 직접 다듬던 손을 털어 텃밭을 안내해준 주지 영현스님은 “죽고 나면 화장하게 될 몸인데 아껴서 무엇하겠냐”며 농사일에 손 놓을 생각이 없음을 시사했다. 흙 털어낼 시간 없이 텃밭을 챙기는 스님의 정성으로 대중들은 자연의 맛과 향을 느낄 수 있다.

게다가 대원사는 스님들이 직접 공양을 준비한다. 제철 채소들로 만든 반찬들은 맛도 모양도 일품이다. 스님의 손맛이 담긴 장들은 빛깔과 맛을 비교하기 어렵다. 제철나물에 투명한 붉은 빛의 고추장을 넣은 비빔밥에 구수한 된장찌개를 한 입 떠 넣으니 감탄이 절로 난다. 화학조미료에 찌든 몸속 독소까지 빠져나가는 기분이다.

약초효능과 사찰음식 조리법을 알려주는 시간도 있다. 혜성스님은 원광디지털대학에서 약선식 요리법 강의를 한 경험을 살려 맥문동, 제피, 질경이 솔잎 등을 흔히 볼 수 있는 약초들이 어떻게 몸에 좋은지 설명해준다. 뿐만 아니라 질경이밥, 치자밥, 민들레표고버섯밥 등 가정에서 식구들과 먹을 수 있게 조리법도 알려주고 있다.

상담과 명상, 사찰음식까지 다재다능한 지도법사 스님 덕에 템플스테이 참가자들의 만족도는 높다. 지도법사 스님의 사후관리까지 더해져 대원사를 고향집처럼 찾아오는 이들도 있다. 영국에서 20년간 이민자로 생활하면서 외롭고 각박한 삶에 지쳐 있다가 우연히 대원사를 알게 돼 3년 전부터 매년 한 번씩 오는 사람. 1년 전부터 계절이 바뀔 때마다 대원사에 와서 위로 받고, 스님의 관심 속에 20kg 감량에 성공한 이도 있다.

“부처님 가르침을 세상에 어떻게 구현해야 하나에 대한 고민을 갖고 템플스테이를 운영하고 있다”는 혜성스님은 “템플스테이는 세상 사람들에 대한 불교만의 서비스”란 생각으로 맞춤형 템플스테이를 제공한다고 말했다. 대원사는 마음이 아픈 사람이나 삶의 의미를 찾고자 하는 사람, 육체적으로 고통 받는 사람들 가운데 음식을 통해 건강해지고 싶은 사람, 편안히 몸과 마음을 쉬고 싶은 사람들을 언제나 반긴다.

■ 대원사 템플스테이는…

건강을 주제로 한 몸생생, 마음생생 템플스테이를 연중 운영하고 있다. 상시와 체험프로그램으로 나뉜다. 편안한 휴식을 테마로 하는 몸생생 템플스테이는 365일 진행된다. 참가자들이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만큼 머물 수 있다.

지리산 계곡을 포행하고, 맹세이골 생태체험을 한 뒤 약초찜질방에서 편안하게 몸을 뉘면 피로가 저절로 사라진다. 대원사는 오전3시 예불에 한해 자율적으로 참여하도록 해, 새벽기상이 힘든 사람들은 오전6시 공양시간에 맞춰 하루일과를 시작할 수 있게 배려했다.

매월 둘째, 셋째주 주말에 진행되는 마음생생 템플스테이는 명상이 더해져 몸과 마음을 위로하는 시간이다. 108애니어그램을 통해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명상일지를 작성해 보면서 삶의 습관을 점검하는 프로그램이다. 호흡법과 걷기, 오감명상 등을 익히는 프로그램도 있다.

특히 명상일지를 작성하는 법이나 명상법은 사찰에서만이 아니라 일상으로 돌아와서도 적용할 수 있다. 이외에도 108배, 맹세이골 숲 체험, 내 체질에 맞는 음식을 알아보고 운동법을 실습하는 시간도 있다.

   
 

이밖에도 대상에 맞게 다양한 프로그램이 준비돼 있다. 진주보호관찰서와 MOU를 맺고 학교폭력 등 말썽을 일으킨 청소년을 대상 템플스테이를 진행하고 있고, 별도로 경남도 교육청과 협약을 맺어 가출청소년 둥지도 운영 중이다.

기업이나 단체참가자들 또는 계모임, 동창모임, 가족단위 참가자 등을 참가자 특성에 따라 프로그램을 달리한다. 좋다는 입소문을 듣고 매년 2000 여명이 대원사 템플스테이에 참가하고 있다.

이와 함께 비정기적으로 사찰음식체험 템플스테이가 진행된다. 예불과 108배, 지리산 포행 외에 사찰음식 조리법을 집중적으로 배울 수 있는 시간이라 흥미롭다.

특히 대원사는 스님들이 직접 공양간에서 매끼 공양을 준비하는 전통을 고수하고 있는 사찰로 알려져 있다. 사찰의 옛 맛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스님들로부터 지리산의 기운을 받고 자라난 채소와 약초를 재료로 사찰음식 조리법을 배울 수 있는 특별한 시간이다.

[불교신문3058호/2014년11월15일자] 

산청=어현경 기자  eonaldo@ibulgy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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