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철 동국대 교수, 진화생물학과 불교 주제로 특강

“우리 얼굴에 이목구비가 몰려있는 이유는 뭘까요.”

지난 5일 동국대 중강당에서 불교와 자연과학의 만남을 흥미롭게 풀어낸 <눈으로 듣고 귀로 읽는 붓다의 과학이야기>의 저자 김성철 동국대 교수<사진>의 특강이 열렸다. 강연자로 나선 김 교수는 청중을 향해 이같은 알쏭달쏭한 질문을 던졌다. 학생들 대부분은 알 듯 모를 듯 한 표정만 짓고 있다. 그러자 김 교수는 “답은 간단하다. 먹기 위해서다”며 “눈과 코, 혀는 입구멍에 안전하게 음식을 넣을 수 있도록 먹이 탐지기 기능을 하고 있기 때문에 얼굴에 오밀조밀 모여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교수에 따르면 눈으로 탐지해 ‘먹을 것’이란 판단이 들면 코로 냄새를 맡아 먹이인지 확인하고 해로운 음식이 아니라고 생각되면 혀를 대 맛을 보는 과정을 거친다고 설명했다. 이것이 바로 입 구멍을 중심으로 눈과 코, 혀가 몰려있는 이유라는 것이다. 김 교수는 “인간을 포함해 어떤 동물이든 먹이를 넣어야 신체를 유지할 수 있다”며 “우리가 먹는 하루 세끼 식사가 거저 이뤄지는 것 같지만 위장으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단계를 거쳐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 우리 몸은 진화의 과정에서 입 주변에 먹이 탐지기가 하나, 둘 생기기 시작했다. 원래는 지렁이처럼 몸의 위쪽인 머리에 몰려 있었지만 인간의 경우 직립과 함께 지금의 형태로 변했다. 김 교수는 “인간을 포함한 모든 생명체의 모습은 불교 연기의 소산”이라며 “얼굴에 몰린 이목구비, 다섯 개의 손발가락 등은 생존 조건의 변화에 순응하며 변화한 모습”이라고 말했다. 이어 “조물주에 의해 갑자기 만들어 졌다기 보다는 여러 조건의 상호작용에 의해 만들어졌다는 찰스 다윈의 통찰은 부처님의 통찰과 일치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우리 몸에서 가장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 기관이 입과 성기라고 밝혔다. 몸의 주인이 ‘뇌’라고 알고 있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뇌는 몸을 보조하기 위한 2차적인 기관이지 몸의 중심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예를 들어 뇌가 없어도 입과 성기만 제대로 작동하면 대를 이을 수 있고 생명을 유지하는데도 거의 지장을 받지 않는다. 다만 문명이 극도로 발달하면서 ‘고기 몸’을 위한 부속기관인 ‘뇌’가 주인행세를 하고 있을 뿐이다. 김 교수는 “불교수행의 기초는 뇌를 본래 자지로 되돌리는데 있다”며 “화두를 타파해 생각이 폭발하면 ‘뇌의 장난질’도 사라진다”고 말했다.

또 “탐욕의 근본원인은 식욕과 성욕”이라며 “껍데기는 사람인데 짐승처럼 살면 진짜 짐승이 된다. 불교 수행을 통해 고결한 삶을 살면서 인간 몸을 벗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김 교수는 불교를 현대 언어로 되살리는데 가장 유용한 학문이 ‘진화생물학’임을 주장했다. 김 교수는 “현대 과학에 눈을 달아줄 수 있는 학문이 바로 불교”라며 “불교인들은 보석과 같은 부처님 말씀을 현대화 하는데 힘써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이날 특강은 동국대 다르마칼리지 주최로 열렸다.

저작권자 © 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