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난은 정부에 의한 종교탄압

‘불교만의 특혜’ 주장 안 맞아

“희생자와 불교계 명예 회복

아픈 역사 되풀이되지 않게

다짐하는 화합의 공간될 것”

10ㆍ27법난은 신군부 등 국가 권력에 의해 자행된 불교계 최대 치욕사건이다. 여야 국회의원 모두 명예회복을 위한 특별법 제정에 힘을 모았다. 사진은 특별법을 발의 당시 윤원호 대통합신당 의원과 안명옥 한나라당 의원 등 여야 국회의원이 참석한 가운데 2008년 1월 국회에서 열린 특별법 제정 공청회.불교신문 자료사진

한국근현대사를 돌아보면, 국가권력에 의해 민간인이 학살되거나 인권탄압을 받는 경우가 적지 않다.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의 2010년 5월 통계를 보면, 진실규명된 병합사건 375건 가운데 285건이 민간인희생과 인권침해 사건이다. 여순사건, 국민보도연맹사건, 폭격, 간첩조작사건 등 정부가 주도해 애꿎은 민간인을 희생시켰다.

특히 10ㆍ27법난은 국가권력이 자행한 종교탄압으로, 헌정사상 유래를 찾기 어렵다. 당시 신군부측 합동수사본부 합동수사단은 불교계 정화를 구실로 조계종 스님 및 불교 관련자 2000여 명을 강제로 연행하고 수사했다. 그것도 모자라 불순분자를 검거한다며 군경 합동병력 3만2076명을 동원해 전국 사찰과 암자 5731곳을 수색했다. 구속영장도 없이 스님과 재가자가 연행됐고, 이중 상당수는 폭행과 고문을 당했다. 군홧발에 밝히고, 몽둥이로 사정없이 두드려 맞는가 하면, 각목으로 오금치기, 잠 안 재우기, 물고문까지 각종 고문에 시달렸다.

더 심각한 것은 불교의 명예실추였다. 스님과 불자들은 하루아침에 부패세력으로 낙인찍혔고, 마음에 상처를 받았다. 종교가 가져야 할 청정성과 신뢰를 잃으면서 불교의 사회적 지위는 축소됐다. 신도들의 신심도 꺾여, 불교를 떠나는 이들까지 생겨났다. 잃어버린 대중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불교는 많은 에너지를 쏟아야 했다.

불교를 비리집단이라며 정부가 내세웠던 명목들은 그러나 모두 거짓으로 확인됐다. 결국 1998년 강영훈 총리가 공식사과를 했고, 2007년 국방부 과거사 진상규명위원회 활동으로 국가의 잘못을 인정했다. 2008년에는 ‘10ㆍ27법난 피해자 명예회복 등에 관한 법률’이 제정돼 피해자와 불교계 명예회복을 추진하고 있다.

조계종이 정부와 함께 추진하는 10ㆍ27법난 기념관 건립은 법령에 근거해 추진되는 것이다. 과거사 정리 차원이지, 특정종교에 대한 혜택으로 보기 어렵다. 국가권력에 의해 희생된 이들을 추모하고, 사건의 진상을 알리기 위한 기념관은 이미 여러 곳에 조성돼 있다. 5ㆍ18기념문화관이나 제주4ㆍ3평화기념관, 거창 양민학살사건 추모공원 등이 대표적이다. 10ㆍ27법난 기념관도 이와 맥락을 같이 한다.

법난 기념관은 다시없을 공권력에 의한 종교탄압을 기억하기 위한 자리다. 부지를 조계사가 위치한 서울 종로구 견지동 45번지 일대로 선정한 것은 10ㆍ27법난 당시 군작전명이 조계사 주소에서 따온 ‘작계45’라는 점에서 착안했다.

기념관은 피해자와 종단의 명예를 회복하는 매개가 될 것이다. 불교계에서는 아픈 역사이고, 정부의 입장에서는 감추고 싶은 진실이지만, 기념관은 법난의 진실을 알리는 통로인 셈이다. 법난의 실상을 후대에 알리는 것 외에 불행한 역사를 되풀이하지 않겠다고 서원하는 공간이 될 것이다. 당시 강제연행, 구금, 각종 고문으로 육체적, 정신적으로 피해를 입고 지금까지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는 희생자들을 위한 치유, 요양공간도 만들어진다. 그러나 기념관은 과거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전통적인 불교의 호국사상을 계승, 체험하는 공간으로도 활용할 방침이다.

10ㆍ27법난피해자명예회복심의원회 관계자는 “법난이 발생한지 34년이 흘렀지만 법난피해자와 불교계 명예회복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진실을 알리고, 잘못된 역사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법난기념관 건립은 조속히 이뤄져야 한다”고 피력했다.

[불교신문3055호/2014년11월05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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