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불교입문

각묵스님 지음 / 이솔

국내 대표적인 초기경전 연구ㆍ번역자인 각묵스님이 이번에는 초기불교의 핵심교학만 뽑아 알기 쉽게 설명한 <초기불교입문>을 출간했다.

이 책은 2010년 본지에 50회에 걸쳐 연재한 글을 새롭게 정리ㆍ보완한 것이다. 책은 전체를 3부분으로 나눠 초기불교의 개요와 교학, 수행 등에 대해 설명한다. 초기불교의 근본 진리인 사성제와 12연기법, 팔정도, 37보리분법, 오온과 12처 등과 위빠사나, 사마타 수행 등을 정리했다.

초기불교는 석가모니 부처님께서 직접 설하신 가르침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부처님의 원음이자 불교의 뿌리이다. 세계 불교학자들은 2600년의 불교 흐름을 초기불교, 아비담마, 반야중관, 유식, 여래장, 정토, 밀교, 선불교 등 여덟 가지로 나누고 있다.

이를 큰 나무에 비유하면 초기불교는 불교라는 나부의 뿌리가 되고, 아비담마는 나무의 밑줄기, 반야중관 유식 여래장 선불교 등은 가지나 잎 혹은 열매에 해당된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초기불교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부처님 원음 그대로 기록한

초기불교는 불교의 시작점

뿌리를 제대로 알지 못하면

후대 어떤 불교도 생존 못해

나라는 존재, 물질과 느낌

인식 심리현상 알음알이 등

5가지 요소 모인 무더기

고정불변의 실체 존재 않아

각묵스님은 “뿌리를 거부하고 나무가 살아남을 수 없듯 부처님의 원음을 거부하고는 후대 어떤 불교도 생존할 수 없다”며 “초기불교라는 뿌리를 통해 자양분을 흠뻑 빨아들일 때 진정한 대승불교, 올바른 한국불교가 무럭무럭 자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나는 무엇인가’ ‘세상이란 무엇인가’ ‘진리란 무엇인가’ 등 인류가 갖고 있는 근본적인 의문에 대해서도 초기불교는 명쾌하게 답을 한다.

나라는 존재는 물질(色)과 느낌(受) 인식(想) 심리현상들(行) 알음알이(識) 등 다섯 가지 요소가 모인 무더기 일 뿐이며, 세상은 눈ㆍ귀ㆍ코ㆍ혀ㆍ몸ㆍ마음과 형색ㆍ소리ㆍ냄새ㆍ맛ㆍ감촉ㆍ법의 12처와 여기에 여섯 가지 알음알이를 더한 18계라고 부처님께서는 설명한다. 부처님께서 ‘나’라는 존재를 다섯 가지로 해체해 가르친 것은 자아라는 고정불변 하는 실체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하기 위해서다.

스님은 “나라는 존재를 몸뚱이와 느낌, 알음알이 등으로 해체해 보면 이들의 변화성이 극명하게 드러난다”며 “나와 세상은 그냥 존재하지 않으며 조물주니 신이니 하는 어떤 힘센 존재가 만들어 낸 것은 더군다나 아니다. 나와 세상은 조건 발생이요, 여러 조건들이 얽히고설켜 많은 괴로움을 일으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스님은 이번 책에서 결코 ‘마음’을 절대화해선 안 된다고 강조한다. 마음은 단지 오온 가운데 하나일 뿐, 간혹 마음을 절대화해 마음이 우주의 모든 것을 만들어내는 창조주나 절대자인 것처럼 받아들이는 것에 대해 적극 경계했다. 그러면서 마음을 절대화하면 그 즉시 자아가 있다는 외도의 ‘자아이론’에 떨어지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내 대표적인 초기경전 연구자인 각묵스님은 “부처님 원음 그대로를 기록한 초기불교는 불교의 시작점”이라고 강조한다. 사진은 파키스탄 페샤와르박물관에 있는 설법하는 부처님상. 불교신문 자료사진

“간혹 마음 깨쳐 성불한다거나 마음이 곧 부처라거나 일체는 마음이 만들어 낸 것이라고 하여 무상하기 짝이 없는 마음을 유일신 이상으로 절대화하는 분들이 있다. 한국불교도 더 이상 마음을 절대화하거나 실체화하는데 매달리지 말고 오히려 실체 없음(無我)을 사무치게 새겨서 부처님이 분명하게 드러내신 열반의 행복을 실현하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제언한다.”

스님이 처음 초기불전 번역의 원력을 세운 것은 198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79년 화엄사로 출가해 7년 동안 전국 선원을 돌며 참선만 했던 스님은 초기불교를 알고 싶어 인도로 유학을 떠났다. 이후 10여 년간 산스크리트어와 빨리어, 쁘라끄리뜨어를 배웠으며 인도 뿌나대 산스끄리뜨어과 석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스님은 인도에서 만난 대림스님과 함께 2002년 초기불전연구원을 만든 후 본격적으로 역경불사를 시작했으며, 이후 10년만인 2012년 4부 니까야를 19권으로 완역해내 세상을 놀라게 했다. 니까야는 부처님이 생전에 설하신 가르침에 가장 가까운 초기불전에 해당한다.

스님은 <디가 니까야>를 번역한 공로로 2006년 제3회 보현학술상, <상윳따 니까야>를 번역한 공로로 제19회 행원문화상 역경상, 대림스님과 4부 니까야를 완역한 공로로 2012년 제10회 대원상을 수상했다. 현재 스님은 초기불전연구원 지도법사와 조계종 교육원 교수아사리를 맡고 있다. 

[불교신문3054호/2014년11월1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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