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콩 스님과 애벌레 禪

보현스님 지음 / 민족사

1980년대 하이틴 스타가 생방송 도중 홀연히 사라졌다. CF 모델과 가수로 활약하며 인기드라마 ‘사모곡’의 주제곡을 불러 가요대상 신인상 후보로 오르는 등 승승장구했던 스타의 실종을 두고 세간에선 온갖 억측이 난무했다. 사라졌던 스타는 훗날 출가자가 돼 다시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애벌레가 탈피해 나비가 되듯, 대자유인이 돼 돌아온 스님은 과거 자신처럼 현실에 짓눌려 허덕이는 현대인에게 생활선(禪)의 가르침을 전한다. 소설 같은 이야기의 실제 주인공은 부처님 마을 선원장 보현스님이다.

스님은 신간 <땅콩 스님과 애벌레 선>에서 죽을 만큼 괴로웠지만 출가해 선수행을 하며 자유인이 된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으며, 삶에 찌든 독자들에게 수행을 통해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길을 안내한다.

젊은 시절, 스님의 삶은 파란만장했다. 어릴 때는 약해서 잘 쓰러지는 아이었다. 특히 부모님이 싸우는 날이면 어김없이 쓰러졌는데, 병원에 가도 원인을 알 수 없었다. 원인을 모르니 치료방법이 있을 리 없었다. 이상한 건 시름시름 앓다가도 절에 가면 멀쩡해졌다. 초등학교 4학년 때 마음속 깊이 스님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품었다.

80년대 대표한 하이틴 스타

애벌레가 탈피 후 나비 되듯

출가해 ‘대자유인’ 돼 나타나

지난 수행담 담담히 풀어놔

“무겁게만 느껴졌던 삶의 짐

돌이켜 보니 모두 공부거리

생활 속에서 선수행 하면

행복과 성공 얻을 수 있어”

연예인이 된 건 뜻밖의 인연 때문이었다. 소위 말하는 길거리 캐스팅으로 연예계에 데뷔했다. 고등학교 2학년 때 친구와 서울 남산에 올라갔다 영화진흥공사 기획자의 눈에 띄어 ‘이경미’란 예명으로 활동을 시작했다. 광고모델과 가수, MC 등 영역을 가르지 않고 열심히 했다. 연예계에 들어선 이상 크게 성공하고 싶었다.

밤낮으로 노래하고 촬영했다. 방송 관계자들과 선배 연예인들과 교류하며 인맥 관리도 게을리 하지 않았다. 잘 나가던 시절에도 승복 입기를 좋아하고, 바쁜 와중에도 절에 가는 딸을 어머니는 마뜩치 않게 여겼다. 절에 가면 아픈 게 씻은 듯이 난 것은 다행이지만, 절에만 가면 듣게 되는, 딸을 출가시키라는 권유가 싫었던 까닭이다.

그러나 연예계 생활은 결코 녹록치 않다. 겉으로는 화려했지만, 안으론 썩어 들어갔다. 높은 인기와는 반대로 스스로 목숨을 끊고 싶을 정도로 세상이 아프게 다가왔다. 자신의 길이 아니란 생각, 공작의 날개처럼 화려한 옷이 어색하고 불편했다.

가난한 집 장녀로 태어나 가장 아닌 가장의 삶을 살아야 하는 것도 힘들었다. 스트레스로 몸과 마음은 피폐해졌고, 늘 마음이 불안했다. 스타덤에 올랐지만 행복하지도 않았다. 그 때마다 다른 사람을 탓하고, 세상을 탓했다. 급기야 생방송 도중 방송국을 뛰쳐나갔다. 무작정 절을 찾아갔다.

부처님 마을 선원장 보현스님은 아침에 일어나 세수하고 거울을 보면서, 운전을 하면서, 사무실 의자에 앉아서 잠깐 짬 내서 할 수 있는 ‘하루 7분 수행’이 삶을 바꿀 수 있다고 말했다. 사진제공=민족사

딸이 출가하겠다고 하자 어머니는 필사적으로 반대했다. 하지만 딸의 고집을 꺾지 못했다. 그렇게 스님은 지리산 칠불사에서 3년간 행자생활을 하며 출가자로서의 자세를 익혔다. 그리고 삭발하는 날 스님은 “환희심에 차서 날아갈 것처럼 홀가분했다. 출가하고 수행하면서 당시 겪었던 번뇌 망상이 공부거리라는 것을 알았다.” 무겁게만 느껴졌던 삶의 짐이 오히려 나를 이끌어주는 선지식임을 깨달은 것이다.

스님은 자신을 출가자의 길로 이끈 숨은 공로자로 책의 제목이기도 한 ‘땅콩 스님’이라고 밝혔다. ‘땅콩 스님’은 보현스님이 어릴 때부터 꿈에서 만나온 스님이다. 땅콩처럼 작은 스님은 항상 가사와 장삼을 수하고 보현스님을 지켜봤다. 초등학교에 들어가기 전부터 꿈속에 나온 땅콩 스님에 대한 얘기를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다.

쓸데없는 오해를 사기 싫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 이렇게 땅콩 스님의 얘기를 털어놓는 것은 보현스님에게 있어 땅콩 스님은 “부처님 법으로 인도해 준 나의 인로왕보살”이기 때문이다. “목적지에 데려다주고 떠나는 배처럼 땅콩 스님은 내가 출가 한 이후 더 이상 꿈에서 볼 수 없지만 여전히 나의 공부거리”라며 “땅콩 스님이 내게 준 여러 가지 은혜로운 일은 몽중가피”라고 확신했다.

스님은 출가하고 수행하면서 가장 큰 장애는 자기에게서 나온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한다. “참 나를 보기 위해서는 내가 옳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며 “자기가 옳다고 집착할 때 옳다고 여기는 것만큼 정답이라고 확신하는 그 높이와 넓이만큼 괴로움도 커지고 참 나와는 8만4000리나 멀어진다”고 말했다.

“선수행은 깨어 있는 정신을 만드는 데 큰 힘이 되고, 내면의 힘을 증폭시켜 성취도를 높여준다”며 “생활 속에서 수행을 하면 행복과 성공이라는 과실을 얻기 쉽다”고 강조했다. 이를 가리켜 스님은 ‘행복한 생활 선’이라고 명명했다.

아침에 일어나 세수하고 거울을 보면서, 운전을 하면서, 사무실 의자에 앉아서 잠깐 짬 내서 할 수 있는 ‘하루 7분 수행’이 삶을 바꿀 수 있다고 말했다. “좋은 생각과 긍정적 에너지를 모을 수 있도록 좋은 마음을 가지는 것에 집중하라”며 “무슨 일을 하더라도 늘 안정된 상태에서 시작하기 때문에 헛된 일이 사라진다”고 말했다.

“무슨 일을 하든 보람 있는 일로 만들어주고 어떤 일이든 만족감과 자부심을 갖게 해줄 것”이라며 “하루 7분 수행이 여러분 인생에 날개가 돼 줄 것”이라고 확신했다.

[불교신문3054호/2014년11월1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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