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조사상연구원 세미나 고영섭 교수 발제 ‘주목’

고려중기 구산선문을 통합하고 선교통합을 도모했던 보조선과 당송대를 거쳐 고려 후기 다시 전래된 임제선의 원천이 애초부터 다른 것이 아니었다는 주장이 나왔다. 고영섭 동국대 교수는 보조사상연구원(원장 법산스님)이 지난 18일 서울 법련사에서 ‘여말선초 보조선의 분화와 확산’을 주제로 연 학술대회에서 이같이 밝혔다.

보조 지눌스님은 선불교를 완전히 소화해 독창적인 선불교의 문을 연 인물이다. 입적 이후에도 수선사를 중심으로 선사상을 계승하려는 활동은 지속됐지만, 고려 후기 임제선이 전래되면서 보조선은 상대적으로 그 빛에 가려지게 됐다. 그러나 임제선의 열풍 아래서도 보조선의 선풍은 끊이지 않고 수선사 선승들과 여말 선초 선사들에 의해 이어져왔다.

이날 고 교수는 ‘한국 간화선의 정통성 문제’를 주제로 한 발제문을 통해 “보조선과 임제선이 같은 것인지 다른 것인지는 늘 문제가 됐다”며 “조사선의 흐름을 계승해온 임제선과 남종선의 사굴산문 선법을 계승해온 보조선은 그 법통과 법맥이 다르지 않다”고 강조했다.

“보조 지눌스님 수행법은

조사선과 임제선 전통을

자신의 체계에 맞게 창안”

고 교수는 “지눌의 수행법은 불교 전통을 충실히 계승하면서 조사선과 임제선의 전통을 자신의 체계에 맞게 창안했다”며 “한국 학계에서 보조선과 임제선이 근원부터 다른 것처럼 인식되는 것은 청허 휴정 이후 편양 언기 등의 임제법통 정립이라는 정통성 문제를 가미시켜 이해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또 당대와 송대의 임제선이 지닌 장점 못지않게 고려의 보조선이 지닌 장점 역시 엄존함을 역설했다. 임제선이 ‘수처작주 입처개진(서는 자리마다 주인공이 되라)’의 기치로 ‘주인공’을 강조해온 선사상 이듯 보조선 역시 ‘땅에서 넘어진 자 땅을 짚고 일어나라는 주체성’을 강조한 사상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고 교수는 “법통과 법맥의 주도권 장악이라는 정치사적인 맥락에서 보지 않는다면 한국 간화선은 ‘보조선이자 임제선’이라 할 수 있다”며 “보조선의 장점이 임제선의 가풍 속에 투영돼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오경후 박사도 “한국불교 법통에 대한 정립은 조선후기 불교계 정체성과 그 기초를 확립했던 청허 휴정의 제자들에 의해서 진행됐다”며 “이들은 임제종의 순수성 강조를 전제로 보조 지눌을 임제종과 상관없는 별종으로, 나옹혜근을 평산 처림의 분파로 처리했다”고 지적했다.

오 박사는 “이같은 법통에 대한 기본 인식은 보조지눌과 나옹혜근의 위상과 가치를 평가 절하시키는 계기가 됐다”며 “여말선초 불교계 대표적 인물이었던 환암혼수, 구곡각운, 벽계정심의 법통을 태고 보우의 계보로 편입시켜 버린 것이다”고 밝혔다.

이날 오 박사는 법통설의 확립이 진행됐던 시대적 상황도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임진왜란 이후 불교계는 폐허의 시기를 극복하고 종조와 법통을 재확립해야 하는 시대적 과제를 안고 있었다. 오 박사는 “청허 휴정 문도는 법통 확립을 통해 조선불교 근간을 마련하고자 했지만, 보조 지눌과 나옹의 법통이 지닌 역사적 사실까지 외면한 채 태고보우 법통설의 공인을 위한 노력은 온전한 것이 아니었다”고 밝혔다.

[불교신문3052호/2014년10월25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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