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배 교법사, 불교교육연합회 교학연구 발표회서 주장

“지명 활용한 불교교과 수업
일상에 불교 스며들어 있음을
확인하는 계기 마련할 것” 주장도

지번 대신 생소한 도로명 주소가 올해부터 전면 시행되면서 혼란이 가중되고 있는 가운데, 새 도로명 주소가 전통문화말살 정책이라는 주장이 또 다시 제기됐다. 이동배 광주 정광고 교법사는 불교교육연합회가 지난 24일 정광고에서 연 제44회 교학연구 발표회에서 이같이 밝혔다.

정부가 내세운 도로명주소법은 일제 때부터 100년간 지속돼온 지번주소체계의 문제점을 해소하고 21세기 물류 정보화시대에 맞는 위치정보체계 도입을 위해 마련됐다.

하지만 시행 몇 달 후부터 동명을 쓰지 않았을 때 주소지 파악이 어렵고, 주소명이 장문화 되는 등 혼란을 일으키고 있다.

최근 발표된 ‘공공기관 홈페이지 도로명주소 활용실태’ 자료에 따르면 공공기관에서 조차 도로명주소를 제대로 사용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의 공공기관 홈페이지 1475개 가운데 102개 홈페이지가 도로명 주소가 아닌 기존 지번주소를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날 이동배 교법사는 ‘지명에 담긴 불교사상을 통한 불교교육 방안 연구’를 주제로 한 발표에서 “전통문화가 배어 있는 법정지명까지 포기하면서 시행을 강행했어야 하는 의문은 여전히 제기되고 있다”며 “새 도로명주소법은 국가적 사업임에도 불구하고 급하게 추진하는 과정에서 많은 문제점이 노출되는 등 원점에서 다시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교법사는 새 도로명주소법이 국민들에게 불편함만 초래하는 불합리한 정책일 뿐만 아니라 전통문화를 뿌리 째 흔들고 있다고 비판했다. 정부 도로명주소 시행으로 읍면 동리 소멸로 불교지명이 무더기로 사라지고, 기존에 사용하던 사찰이름을 딴 도로명이 폐기된 점을 지적했다.

광주 지역의 불교지명이 사라진 점도 일례로 들었다. 큰 방죽에 연꽃이 피어 그 향기가 그윽하다고 해 붙여진 ‘방하동’이란 명칭과 서쪽으로 십만 억 국토를 지나 있다는 아미타불의 세계를 뜻하는 서방삼거리와 서방사거리, 염주동 등이 지명에서 완전히 사라졌다.

이 교법사는 “시행되기 전 충분히 검토돼야 할 사안이었고, 반드시 그 필요성을 짚고 넘어가야 할 특별한 사업이 바로 도로명주소”라며 “그동안 안전행정부 주도대로 추진되면서 이 정책이 가져올 사회문화적 변화와 국민적 부담, 기대효과와 비용에 대해 제대로 된 논의가 단 한 차례도 없었다는 것은 참으로 아쉽다”고 밝혔다.

이날 이 교법사는 불교지명을 활용한 불교교과 수업이 부처님의 가르침을 이해하는데 유용한 방법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교법사는 “불교 가르침이 일상과 무관한 것이 아닌 일상문화에 깊이 스며들어 있음을 확인하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다”며 “불교지명 학습을 통해 지역문화에 대한 이해력 증진은 물론이고 지역의 불교문화를 계승 발전시키는 기회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1962년 창립된 불교교육연합회는 대한불교조계종 산하 불교종립학교 연합기구이다. 현재 총 13개 법인과 29개 학교가 참여하고 있다. 종립학교 학생들의 불교적 인격교육을 위해 매년 불교교육포럼, 교학연구발표회, 교직원수련대회, 교법사연수회, 불교 학생 간부 수련대회 등을 진행하고 있다. 또 종교 및 철학 교과서 개발, 불교의례와 포교방법 연구 등 관련분야에서도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현재 김희옥 동국대 총장이 회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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